방한 중인 독일의 한 하천 전문가가 "현재 한국 정부에서 추진 중인 4대강 사업이 (독일의) 라인강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하천학회와 '4대강사업위헌·위법국민소송단'(아래 국민소송단)의 초청으로 4일 방한한 독일 하천 전문가인 알폰스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는 5일 낮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위적인 댐 건설과 준설 등의 하천 관리가 (자연 상태보다) 더 큰 홍수 피해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3년 동안 독일연방 자연보호청에서 일하면서 라인, 도나우, 엘베, 오더, 잘레, 베저강 등 독일의 주요 하천 복원과 범람원 분야를 연구해 온 전문가다.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는 "자연 상태에서는 비가 많이 와도 강물이 자연스럽게 범람해 홍수터가 불어난 강물을 흡수하는 역할을 했지만, 독일은 과거 댐 건설과 하천 직강화 등 라인강 정비 사업 이후 오히려 홍수 피해가 더욱 심해졌다"며 "현재는 오히려 하천 인근의 홍수터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홍수 대책을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16개의 보를 쌓는 등 하천 정비를 통해 홍수를 예방하겠다는 정부의 논리와는 정 반대의 견해다. 그는 자연 상태에서 큰 비가 내렸을 때 라인강 22km 구간 상·하류 사이에 전체 수량의 약 10%를 홍수터가 흡수했다는 연구결과도 제시했다.
그는 인위적으로 댐을 쌓거나 준설을 하는 경우 지하수의 수위가 고정돼 농작물의 생육에 지장을 받는 등 경제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강바닥을 파내는 준설이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는 "인위적인 준설은 더 큰 홍수 피해를 불러온다"고 우려했다. 강바닥을 깊게 팔수록 강물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강 하류 쪽에선 오히려 홍수의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4대강사업, 150년 전 라인강사업과 흡사... 대규모라 더 큰 피해 우려"무엇보다 그는 독일의 라인강 개발사업의 전례를 들어 "4대강 사업은 강에 댐을 세우고 준설을 한다는 점에서 150년 전 독일의 라인강 운하 사업과 흡사하다"며 "하지만 (사람의 인력에 의존했던) 독일의 경우와 달리 현대화된 장비로 대규모적으로 벌이고 있는 한국의 4대강 사업은 독일보다 더 큰 피해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박창근 교수(관동대 토목공학과)도 "낙동강의 경우 지난 100년 동안 홍수터의 90% 이상이 사라졌다"며 "네덜란드의 예를 들면 전국토의 1/6을 홍수터로 강에게 돌려줌으로써 나머지 공간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며 "홍수 예방을 위해서는 준설이 아니라 홍수터(자연 범람원)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 설명했다.
기자간담회를 마친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는 이날 남한강 이포보 공사현장을 둘러보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15일까지 낙동강 합천보·함안보 건설 현장 등을 현장 조사할 계획이다. 국민소송단 측의 김영희 변호사는 "이번 헨리히프라이제 박사의 4대강 사업 조사 결과를 보고서로 정리해서 4대강 소송에 증거자료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