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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부에서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 사업'의 핵심 구간은 바로 낙동강입니다. 낙동강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구간이 달성보가 들어서는 '낙동강 22공구'입니다. 그런 까닭에 지난 2월 이곳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몸소 참석한 가운데 '달성보 기공식'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말하자면 정부가 '4대강 사업'의 한 상징으로 여기는 곳입니다. 이런 곳에서 지난 10일(토) '4대강 저지 대구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되었습니다. 이것은 상당히 보수적이라 일컬어지는 대구대교구마저도 반대의 대열에 동참했다는 것으로 그 의미가 상당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 현장 소식을 전해 봅니다. - 기자 주

 

달성보에서 봉헌된 '대구 생명평화미사'

 

"주님, '산은 물을 건너지 않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자연이듯이, 유유히 흐르는 강물의 도(道)가 가장 자연다운 길이자 법칙입니다. 인간의 탐욕이 더 이상 유구한 자연의 흐름을 망쳐버리지 않기를, 물길은 바꾸고, 산길은 끊고, 하늘 길은 막아 세우는 통에 인간의 마음 길마저 두 동강 내어버리지 않도록 주님 도우소서."

 

낙동강 오니로 그 명성이 자자한 달성보 공사현장이 저만치 보이는 대구 달성군의 한 낙동강변에선 이런 기도소리가 강변을 따라 잔잔히 흐른다. '평화'란 두 글자가 선명히 새겨진 미사예복을 입은 사제들이 낙동강의 제방에 서서 엄숙히 기도를 드리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 수녀들과 신도들 그리고 대구시민들과 '4대강 사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골재노동자들이 조용히 앉아 함께 기도한다. 

 

그렇다. 이곳은 바로 '대구 생명평화미사'가 열리고 있는 현장이다. 보수의 도시, 한나라당의 아성인 이곳 대구에서 천주교 성직자들이 이런 대규모 시국미사를 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천주교 내에서도 '대구 생명평화미사'는 하나의 사건이라 할 정도로 그 의미가 특별하다.

 

지난 3월 '4대강 사업'에 대한 주교회의의 공식 반대 입장 발표 이후 천주교는 지속적으로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 기운을 받아 급기야 대구대교구에서 마저도 시국미사를 봉헌케 함으로써 이젠 그야말로 천주교 전체가 '4대강 사업' 저지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게 만든 것이다.

 

이날 미사에는 스물다섯 분의 신부와 열 분의 수사 그리고 수녀 70여 분 등 100명이 넘는 천주교 성직자들과 일반 신도들과 시민들, 골재노동자들까지 모두 합쳐 3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낙동강을 포함한 4대강의 생명평화를 간절히 염원했다.

 

'대구 생명평화미사'의 의의

 

 

 "오늘 미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주례를 맡은 원유술 신부의 목소리에는 위엄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어 김영호 신부가 미사 말미에 함께 외친, (강변에 나붙어 펄럭이는 플래카드에 적힌) "힘내라 강물아, 퍼져라 생명평화의 물결로!"란 구호는 더욱 간절히 와 닿았다. 그 덕분으로 저 아래를 흐르는 낙동강 강물마저도 한결 기운을 회복한 듯보였다.   

 

한편 이날 행사는 크게 미사와 '사제들 간담회' 그리고 '낙동강 순례' 이렇게 3가지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낙동강 제방에서 봉헌된 생명평화미사에 이어, 사제들이 함께 모여서 이후의 행보에 대해 실천적 논의했다. 그런 연후에 저 도동서원에서부터 개포나루터까지 낙동강을 따라 순례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이날 미사는 이렇게 사제들과 함께한 모든 이들의 간절한 기도로 마무리되었다. 이후 사제들이 선두에 서서 그곳에서부터 달성보 공사현장까지 500여 미터를 행진하며 파괴되어 가고 있는 낙동강의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곳곳에서 깊은 탄식이 흘러나온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후 점심식사를 겸한 간담회 자리 뒤에 따로 만난, 이날 행사를 주관한 '낙동강의 걱정하는 사제들'의 김영호 알퐁소 신부는 이 행사가 준비된 과정과 생명평화미사의 의의를 묻은 필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천주교 평화연대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의 뜻을 담은 '사제 선언'이 있었고, 이후 주교회의 공식입장 발표 후 대구에 있는 '평화연대' 소속 10여 명의 사제들이 모여서 의논한 결과 오늘의 자리가 있게 되었다. 나 스스로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사제들과 시민들이 참석한 것은 의미가 크다. 간담회에서 이후의 행보에 대한 구체적 실천계획까지는 도출되진 않았지만, 이후 행보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와 의지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강을 아픔을 함께 느끼러 간 낙동강에서

 

이후 이들은 도동으로 자리를 옮겨서 조선 서원건축의 백미를 자랑하는 도동서원을 둘러보고는, 그곳에서부터 도보로 강변을 따라 걸었다. 그들은 아직 파헤쳐지지 않고 남아있는 강가로 내려가 강의 냄새를 깊이 맡고는, 강변을 따라 무수히 찍힌 야생동물과 새들의 발자국을 통해서 이곳이 동물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그러고는 자연스레 묵상과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모두들 두 눈을 감고 잠시만이라도 강의 소리를 경청해보고자 했다. 그러자 정말 새소리 바람소리 너머로 강의 소리가 흘러나오는 듯도 했다. 그렇게 강의 소리를 듣고 있자니 기도의 소리가 나즉이 들려온다.

 

수녀는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지키기 위해서 애쓰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을 내려 주소서" 하고는 이어 "강을 죽이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는 저들의 무지를 용서하소서"라고 기도했다. 또 다른 수녀는 "우리가 이곳에서 창조주가 선사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처럼, 자라나는 아이들도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이들의 간절한 기도는 반드시...

 

그들의 간절한 기도 소리는 그렇게 강바람을 타고, 강변을 따라 유유히 흘러가면서 강을 위무하는 한편 함께한 이들에게 강한 믿음 또한 전해준다. 그렇다. 이들의 간절한 기도와 4대강을 지키려는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있는 한 절대로 이 사업이 이대로 행해지지 않을 것이란 강한 확신을 가져보게도 된다.

 

그래서 양파밭과 감자밭이 밭째로 매립되고 있는 현장을 다 둘러보고 난 뒤 알퐁소 신부는 말한다.

 

"이후 주교회의의 지침대로 생명위원회를 결성하고, 매주 한 차례 미사를 정례화 하는 등의 모든 노력을 강구해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해, 모이신 신부님들과 힘차게 뜻을 모아보겠다."

 

 

그렇다. 이제 대구 사제들도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따라서 '4대강 사업'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란 강한 확신을 가져본다. 그래서 이 미친 사업이 멈춰질 수 있기를.

 

(※ 이후 결정되는 계획들은 카페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사람들'이나 '천주교 평화연대' 게시판에 공지할 계획이라고 하니, 추후로도 꾸준한 관심과 참여가 요청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대구생명평화미사, #낙동강, #4대강사업, #달성보, #천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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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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