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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우수학교 선발 기준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수가 얼마나 적은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연합뉴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이 지난 3일 09년 초6, 중3, 고1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날 교과부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시작하는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돌렸다.

 

"전년 대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감소, 보통학력 이상 비율 증가하여 학력이 크게 향상"

 

이런 성과를 얻게 된 이유로, 이 차관은 "(09년) 학업성취도를 공개한다는 것이 학교현장에 쭉 알려지면서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다"(MBC 뉴스)는 점을 꼽았다.

 

그렇다면 교과부가 자랑하고 나선 09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얼마일까?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 등 5개 과목 미달 비율을 전체로 뽑아낸 결과가 1.6%(초6), 7.2%(중3), 5.9%(고1)였다.

 

들쭉날쭉 기초미달 비율 숨긴 채 한 해 만에 "큰 성과" 호들갑

 

하지만 이 같은 기초학력 미달률을 과목별로 따져보면 참여정부 시절보다 오히려 높은 경우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 04년부터 07년까지 4번 치른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교과부가 내세운 09년 기초학력 미달 비율보다 일제히 낮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줄곧 같은 시험을 주관해온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이 08년 4월에 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추이(03∼07년), -중3-'이란 보고서(연구책임자 양길석)를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이 보고서를 보면 전체 기초미달 비율은 04년 6.3%, 05년 4.3%, 06년 6.4%, 07년 5.3%였다. 교과부가 09년 성과로 내세운 7.2%보다 일제히 낮은 결과다.

 

이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 등이 감소해 학력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홍보한 교과부 논리대로라면 참여정부 시절 학력이 줄곧 더 높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도 그럴 것이 교과부에 따르면 03년도 이후 진행된 학업성취도평가는 모두 문항동등화(난이도를 똑같이 맞춤) 과정으로 설계한 시험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초6은 중3과 달리 04∼08년의 경우 09년 기초학력 미달자보다 대체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고1 결과는 KICE 보고서에서 정확한 일반 데이터를 찾을 수가 없었다.

 

02년 처음 시작한 학업성취도평가는 07년까지 해마다 초6, 중3, 고1 학생의 약 3%에 해당하는 7만여 명(900여개교)을 표집해 평가해오다가 08년부터는 전체학생을 대상으로 시험을 보는 전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도덕성" 비판받자 교과부 "전수평가 맞비교 안될 말"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는 "교과부가 단 한해 사이의 결과만을 갖고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줄어들어 큰 성과를 냈다고 홍보전에 뛰어든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면서 "오히려 지난해보다 04년부터 07년의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더 낮은 사실은 교과부가 정직성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학교정책분석과 관계자는 "08년과 09년 평가는 전수평가이고 이전엔 표집평가였기 때문에 두 경우를 맞견주면 안 된다"면서 "이전 정부의 표집평가는 백지답안 등을 모두 분석대상에서 뺀 반면, 현 정부의 전수평가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아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성과에 대한 과잉홍보 논란에 대해 "어느 정부든지 좋은 결과에 대해 알리려는 것은 같다"면서 "지난해 학력향상 중점학교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크게 줄어든 사실은 현 정부의 학력 향상을 보여주는 명확한 근거"라고 밝혔다.

 

반면 신은희 전교조 교육과정개편특위 위원은 "표집평가 또한 전수평가와 거의 같은 과학성을 지닌다는 것이 교육학계의 상식인데 교과부가 궁지에 몰리자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그:#기초학력미달, #학업성취도평가, #일제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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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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