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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의 제재 조처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 제12행정부는 지난 11일,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가 블로그에 올린 '쓰레기 시멘트' 관련 게시글을 삭제 조치한 방통심의위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4월, 시멘트의 유해성을 지적한 최 목사의 글들이 한국양회공업협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삭제조치 한 바 있다. 앞서 최 목사는 자신의 <다음> 블로그를 통해 국내 시멘트 공장들이 산업 폐기물을 사용해 시멘트에 다량의 발암물질이 포함됐다고 알렸다. 블로그 게시글을 심의한 방통심의위는 최 목사의 글 가운데 4건에 대해 삭제를 의결했고, <다음>은 지난해 4월 최 목사의 글을 사이트에서 삭제했다. 이후 최 목사는 방통심의위의 행정처분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11일 승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 대해서도 "빵꾸똥꾸를 쓰지 말라"는 '권고' 조치를 내렸다가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MBC <PD수첩> '4대강과 민생예산' 편에 대해 '제작진 의견 청취'를 결정함으로써 추후 법정 제재를 예고했다.

이렇듯 방통위가 연예·오락 프로그램은 물론 정부 정책을 비판한 프로그램에 대해서까지 제재를 가하고 나서자, 일각에선 "방통심의위의 역할은 필요하지만,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병성 목사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

서울행정법원 제12행정부는 "방통심의위의 조처가 단순히 권고적 효력만을 가지는 행정지도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최 목사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에게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것으로써 항고 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최 목사가 재활용 폐기물로 생산된 국내산 시멘트의 유해성을 공론화할 의도로 연구소들에 국내외 시멘트 제품에 대한 시험을 의뢰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글을 게시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게시글을 게재한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거기에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최 목사는 "다윗이 골리앗을 무참히 무너뜨린 것"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권력과 기업의 하수인이었던 방통심의위가 국민을 위한 기구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12일 논평을 통해 "방통심의위가 스스로를 민간자율 심의기구라고 주장해 와서 게시물 삭제가 행정 행위로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방통심의위의 게시물 삭제가 행정 행위라는 것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어서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인터넷에 대한 행정기관의 자의적인 게시물 삭제와 국가 검열이 모두 사라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김영진 방통심의위 운영관리팀 과장은 "판결 사유나 결정문을 받지 못해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 한다"고 말했다.


태그:#빵꾸똥꾸, #최병성 목사, #방통심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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