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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의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장을 받은 유인촌씨의 취임 일성은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기관장은 스스로 물러나라"였다. 몇몇 기관장에 대해서는 아예 대놓고 실명을 거론하면서 퇴임을 압박했다.

 

이후 문화계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됐다는 이유로 문화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는 남은 임기에 관계없이 노골적인 퇴임 압박이 가해졌다. 일부 기관장들의 퇴임 빌미를 잡기 위해 '표적 감사'도 실시됐다.

 

결국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안정숙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등 18명이 대거 해임되거나 퇴임을 강요 당했다.

 

'좌파 적출' 후 빈자리 채운 '이명박 낙하산'

 

그들의 표현대로 '좌파 적출'이 끝난 후 빈자리는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MB 공신'들이 채웠다.

 

물러난 이들 중 몇몇은 법에 해임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황지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각각 해임 취소와 교수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모두 패소했다. 김윤수 전 관장은 항소한 상태다.

 

그중에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소송 끝에 법원으로부터 해임취소와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위원장직에 복귀할 길이 열린 것이다.  김 위원장이 법원 판결대로 출근을 시작하면서 당장 두 명의 문화예술위원장이 존재하게 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만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그렇게도 한 번 해보고…, 재미있지 않겠어?"라고 태연작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방관 속에 김정헌 위원장은 출근은 계속될 예정이다.  김정헌 위원장과 비슷하게 해임이라는 동병상련을 함께 겪은 '전직'들이 그에게 격려 메시지를 보내왔다.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김정헌 위원장, 소송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지난 시절 함께 해임무효 소송을 준비하기도 했지요. 저는 1심에서 패소해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는데 김 위원장이 복직할 수 있게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사필귀정이겠지요. 상식 밖의 꼬투리를 잡고 말도 안되는 이유를 뒤집어 씌워 해임했으니 그동안 얼마나 억울했습니까.

 

법원 판결로 정부의 해임이 잘못됐다는 것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으니 예술위원회로 복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힘들겠지만 떳떳하고 당당하게 버티면서 끝까지 싸워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도 문화체육관광부 입장만 일방적으로 수용한 1심 판결을 놓고 상급심에서 끝까지 잘잘못을 가리겠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김윤수 전 관장은 한국민족예술인 총연합회 공동의장 출신으로 유인촌 장관이 직접 나서 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기관장이라며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김 전 관장이 거부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현대미술관에 대해 감사에 착수해 결국 '마르셀 뒤샹'의 '여행용 가방'을 구입하는 과정상의 사소한 절차 미비를 꼬투리로 지난 2008년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박래부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김정헌 위원장님, 언론을 통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출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법원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판결이 났으니 출근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말씀에 동의를 표합니다. 김 위원장의 행동은 정당합니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압력에 의해 물러난 후 법적 투쟁을 통해 그 부당함을 알린 것도 용기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왕 해임된 거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기 쉬웠을텐데 김 위원장이 부당한 해임에 대해 굴하지 않았습니다. 소신에 따라 행동한 점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합니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문예위는 김 위원장의 해임 이전으로 원상 회복돼야 할 것입니다. 김 위원장의 가는 길에 지지를 보냅니다. 부디 힘 내시고 건승하기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박래부 전 언론재단 이사장은 이명박 정권 출범후 보장된 3년 임기 가운데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유인촌 장관과 신재민 차관까지 나서는 노골적인 사퇴 압박 때문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박 전 이사장이 사퇴를 거부하자 언론재단의 수익원인 정부광고 대행을 민간에게 개방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하기도 했다. 결국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 된 노조까지 이사장 퇴진운동에 나서면서 박 전 이사장은 사표를 내고 언론재단을 떠났다. 박 전 이사장은 현재 국민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

 

"김정헌 위원장께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김 위원장께선 '해임'이라는 이명박 정권의 불의를 정의로 되돌린 법의 판결에 따라 아주 정당하게 출근하신 겁니다. 하지만 혼자 감당해야 하기에 외롭기도 하고 핍박 또한 받았을 겁니다. 그만큼 많은 용기가 필요할 텐데 김 위원장께서 정의와 상식에 따라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또 김 위원장께서 용기 있게 출근을 하시면서 결과적으로 이 정권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의 천박함과 경박함, 비인간적인 행태가 드러나게 됐습니다. 유인촌 장관이 김 위원장의 출근을 두고 '잘했더만', '재미있지 않겠어'라고 말한 기사를 보며 로마시대 피 흘리며 싸우고 있는 검투사를 보며 즐기던 야만성이 느껴졌습니다. 불의에 맞서기보다 '직원들 불편하게 왜 이러냐'는 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의 일부 인사의 조직이기주의도 엿보았습니다.

 

모두 김 위원장이 불의에 맞서 용기 있게 행동하셨기 때문에 알게 된 것입니다. 참으로 훌륭한 일을 하셨습니다. 저를 비롯한 국민들이 김 위원장을 지지합니다. 비록 외롭고 힘드시겠지만 용기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무한한 존경을 보냅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2008년 8월 임기를 1년 여 남겨놓은 채 해임됐다.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은 그 전부터 그를 KBS에서 '찍어내기' 위해 열을 올렸다. 총대를 멘 감사원은 "부실경영과 인사 전횡, 사업 위법·부당 추진 등 비위가 현저해 KBS 대표자로서 직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있다"며 KBS 이사회에 해임을 요구했고 이사회는 파행 거듭한 끝에 해임제청에 성공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해 11월 정 전 사장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무효소송에 대해 그의 해임처분을 취소시켰다.


태그:#김정헌, #김윤수, #박래부,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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