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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9일 낮12시 30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정치 활동 여부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민주노동당의 투표 사이트를 불법 해킹했다는 의혹에 휩싸이자, 경찰이 뒤늦게 민주노동당 투표 사이트를 압수수색한 사실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이날 "지난해 말 전교조와 전공노 사무실 컴퓨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조합원들이 당원으로 가입한 정황을 포착했으며 이후 투표 사이트에 대한 검증 압수수색을 통해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을 통해 경찰의 민주노동당 서버 불법 해킹 의혹이 불거진 지 하루 뒤에 서버 압수수색을 밝힌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이 민주노동당 당원 자격으로 십여 차례 투표를 했다"는 <동아일보> 27일자 보도에 대해 말을 바꿔가며 부인하고 나서, 쉽게 밝힐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는 의심을 받았다.

 

민주노동당도 "경찰이 투표 관리 시스템 운영업체를 압수수색했다는데 그 전날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이 민노당 당원 자격으로 십여 차례 투표를 했다는 내용이 <동아일보>에 보도됐다"며 "이는 경찰이 (민노당 투표 사이트 서버를) 불법적으로 해킹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희 "경찰, 압수수색 영장 없이 어떻게 대한민국 정당 서버 내용 봤나"

 

문제가 된 지난 27일 <동아일보>의 보도는 아주 상세하다.

 

<동아일보>는 경찰을 인용, "정 위원장이 2006년부터 민노당 당내 투표에서 16차례 투표에 참여하는 등 당원권을 행사했다"며 2006년부터 2년간의 정 위원장 본인의 투표 내역까지 보도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보도가 나가자 말을 바꾸며 사실을 부인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박용만 수사과장은 처음에는 "기록을 보니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그는 "기록에 이 같은 내용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동아일보>의 구체적인 보도와 경찰의 석연찮은 말 바꾸기는 곧 경찰의 불법 해킹 의혹으로 이어졌다.

 

민노당에 따르면 현장투표 기록은 이미 폐기돼 당 서버에 보관된 개인 투표 내역만 남아 있었고 주민등록번호 등을 이용한 본인 인증을 통해서만 투표자 본인의 투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민노당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가 없어 정 위원장의 투표 내역에 대해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이정희 민노당 의원은  "형사소송법 122조에 따르면 검찰이 피고인에게 압수수색의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게 돼 있는데 민노당은 26일 서버에 대한 수색을 당한 바도 없고 자의로 정보를 제공하는 절차를 거친 바도 없다"며 "그렇다면 발언을 한 경찰이 민노당 서버를 불법 해킹했다는 것이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이어 "불법 해킹이 아니라면 정 위원장의 주민등록번호를 무단 도용해 당 홈페이지에서 본인 정보를 캤다는 것"이라며 "이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주민등록정보 부정사용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법 위반보다 더 중대한 문제는 입법 기능을 가진 정당에 대해 경찰이 해킹이라는 불법의 칼을 빼들었다는 것"이라며 "검찰총장은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 없이 어떻게 서버의 내용을 보았는지 사건의 전말을 수사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검증영장 사전 제시 의무 없어" VS 민노당, "사전 통지라도 해야"

 

논란이 커지자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며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박용만 영등포경찰서 수사과장은 "모두 합법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구체적인 확인 경위는) 일단 조사를 받아보면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노당 서버 압수수색 과정은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발부받아 진행했으므로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산정보를 수사 단서로 확보하기 위해 발부받는 검증영장의 경우, 집행시 피의자에게 사전에 제시할 의무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형사소송법 제215조(압수,수색, 검증)에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에 의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전산정보 접근을 위한 아이디와 패스워드 등을 제공받기 위한 검증영장에 대해선 사전 영장 제시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다.

 

하지만 경찰의 설명과 같이 불법 해킹 의혹이 해소되더라도 검증영장의 사전 제시 등에 대한 절차적 하자성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검증영장도 압수수색이므로 이를 알릴 의무가 있는데 민노당은 경찰로부터 그 어떤 압수수색영장 또는 검증영장을 통보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우 대변인은 이와 함께 "경찰이 해킹 등 위법행위에 대한 문제제기에 따라 상황이 궁색해 지자 검증영장을 발부받아 투표사이트를 압수수색했다고 발표한 것"이라며 "경찰의 검증영장 발부 운운은 불법해킹을 가리기 위한 비열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전교조와 전공노 측에서 조사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이날 시작할 예정이었던 소환 조사 일정을 다음 주로 연기하기로 했다.

 

경찰은 양 조합 위원장 등 중앙간부를 중심으로 한 69명을 1차 소환한 뒤 지부장·지회장 등 중간 간부 224명을 2차 소환할 예정이다. 경찰은 전체 수사 대상자 중 전교조 소속 조합원이 2/3에 해당하고 평조합원은 없다고 밝혔다.

 

바로잡습니다
애초 기사에 "경찰이 28일 새벽 민주노동당 서버를 압수수색했다"는 내용은 "경찰이 뒤늦게 민주노동당 서버를 압수수색한 사실을 공개했다"로 수정했습니다. 기자의 착오로 틀린 내용이 보도된 점 독자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민노당 관계자로는 당 회계를 맡고 있는 오병윤 당 사무총장에게 출두 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민노당은 오는 30일 창당 10주년 행사 등을 이유로 오 사무총장의 출석 일시를 조정하고 있는 중이다.


태그:#전교조, #전공노, #정치활동 수사,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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