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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관련 보도로 기소된 <PD수첩> 제작진 전원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이념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보수 성향의 신문들은 최근 논란이 되었던 판결들에 빨간칠을 해대느라 바쁘고, 정치권은 보수 언론의 기사 내용을 앵무새처럼 무한 반복한다.

 

상황이 이러니 어느새 법관들은 '좌편향' 인사들이 되어 있었고, '우리법연구회'라는 법원 내 학술 모임은 편향적 판결을 조장하는 불순한 단체가 되어 버렸다. 분명한 것은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편향된 판결을 내렸다는 것은 모함이며 논란이 된 판결들은 개별적 사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법연구회, 논란의 중심에 설 이유 없다 

 

'좌'딱지가 붙여진 대표적 판결로는 강기갑 의원 무죄, 전교조 시국선언 무죄, 용산 수사기록 공개 결정, 국회 점거 민노당 당직자 공소기각, PD수첩 무죄 등이 있다.

 

강기갑 의원에 무죄를 선고한 이동연 판사는 우리법연구회 소속이 아니다. 전교조에 무죄를 선고한 김균태 판사 역시 우리법연구회 소속이 아니다. 용산 수사기록 공개 결정을 내린 이광범 판사도 마찬가지다. 반면 민노당 당직자에 공소기각 판결과 유죄 판결을 내린 두 판사 모두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려해 볼 때, 일련의 판결들은 우리법연구회와 무관하고,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가 편향된 판결을 내린다는 것도 단순 모함임을 알 수 있다.

 

논란된 판결, 이념으로 나누기보다 개별적 사건들끼리 묶어야 

 

논란의 중심에 선 모든 판결들에 이념이 개입될 부분은 없어 보인다. 강기갑 의원 무죄 판결은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항하기 위한 어느 정도의 무력 충돌은 정당성을 지닌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교조 시국선언 무죄도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법으로 확인시킨 사건이다. 용산 수사기록 공개 결정은 법원의 공개명령을 어긴 검찰에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검찰의 일방적 수사기록 이용 실태에 관한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 다른 판결들 역시 모두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만약, 여러 판결들을 엮어서 생각하고 싶다면 보수 언론과 정부 여당처럼 싸그리 빨간칠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강기갑 의원 사건은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의 국회 점거와 함께 묶어 '국회 선진화'라는 논제로 보는 것이 맞다. 또 PD수첩 사건은 정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다룬 데에서 시작된 것으로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였다는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해임과 관련지어 논쟁 테이블에 올라야 한다.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역시 무죄 판결남)

 

사법부 인사 시즌에 여당의 공세, 순수한 의도로 볼 수 없어

 

우리나라 주요 보수 언론들이 '사법부 옥죄기'에 총대를 맨 거야 그렇다 쳐도 정부 여당까지 타당성이 결여된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는 것에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삼권분립을 기초로 운영되는 대한민국의 운영 체계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판결들은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정부 여당의 전횡을 사법부가 법에 근거해 견제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법원 내부의 학술 모임을 불순 단체로 매도해 국민들을 선동하고, 이를 바탕으로 법원을 물갈이 해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하려는 행동은 사법부마저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법원 내부에서는 "인사 시즌에 색깔 공세를 하는 것이 순수하게 비춰지지 않는다"는 우려섞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보수적 성향에 가까운 이용훈 대법원장까지 한 패로 몰아 비난하는 것을 보면 정부 여당이 여간 조급한 게 아닌가 보다. 정황상 "앞으로 계속될 검찰의 항소와 4대강 사업 국민재판 등 여러 정치적인 문제들에 대한 판결을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려는 사전 포석일 것"이라는 지적이 가장 신빙성이 있다.

 

타당한 근거없이 우리법연구회를 편향적 단체로 매도하고, 논란이 된 판결들을 우리법연구회와 연루시켜 사법부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정부 여당의 치졸한 행위는 당장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입법부가 사법부 위에 군림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나 국민적 공감대는 없다. 반헌법적 행위로 대한민국의 운영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시도를 정부 여당이 계속 해 나간다면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태그:#우리법연구회, #한나라당, #이용훈, #PD수첩?무죄, #강기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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