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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님께, 긴급히 호소드릴 일이 있어 이렇게 공개적으로 편지를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는 안진걸입니다.(ngo8518@pspd.org)

1월 14일 새벽,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특별법, 한국장학재단법 개정안, 고등교육법 개정안 등 등록금 관련 3법이 국회 교과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등록금 문제 해결에 수년간 전념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은 특히, 등록금 문제 해결의 중요한 계기가 될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을 적극 환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등록금 상한제, 등록금 후불제를 우리나라에서도 실시하자고 호소해오면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온 대학생-학부모 단체와 등록금넷, 이종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원장, 민주당 안민석 교과위 간사,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등 야당 교과위 의원님들이 높이 평가받아야 할 일이라고 감히 생각해봅니다.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앞으로 대학들이 재정을 운용하고, 등록금액을 산정할 때 ▲학생 대표 등이 참여하는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그를 통해 등록금 책정을 심의-의결하여야 하며 ▲또 등록금액을 산정할 때는 등록금 및 학생 1인당 교육비 산정근거와 등록금 의존율, 가계평균소득을 감안하여 '적정 등록금'을 산정하여야 하며 ▲나아가 혹시 등록금을 전년도보다 인상해야 하는 경우는 물가인상률의 1.5배 이상을 넘을 수 없도록 하여 등록금 폭증을 막는 장치를 확실히 도입하였으며(등록금 인상률 상한제) ▲또 기초생활수급권자 대학생 장학금이 원래대로 유지되고, 매년 1천억원씩 저소득층 장학금 예산이 투입되어 저소득층 장학제도가 발전할 기틀이 마련되며 ▲또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재정 지원 확대를 명문화하고 목표를 제시하게 만들어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고 고등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등록금 부담 완화의 계기 마련해줘 고맙습니다, 그러나

이로서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 도입, 저소득층 장학제도의 발전뿐만 아니라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와 등록금 심의위원회 설치, 그리고 등록금 마련에 대한 부담을 하향시키는 적정 등록금액 산정제도까지 도입됐습니다. 사실상의 '등록금 상한제'가 도입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물론, 민주당 안민석 의원안,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안처럼 가계소득의 일정범위 이상 등록금을 책정할 수 없게 하는 '소득연계형 등록금액 상한제'가 정부여당의 반대로 명시적으로 도입되지 못한 것은 무척이나 실망스럽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종걸 교과위원장님도 한몫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정부여당이 처음에 발표한 것은 등록금 상한제 등 등록금 문제의 중요한 해결방안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취업 후 상환제만 실시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저소득층 장학금을 전면 폐기하는 등 아주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2009년 12월 30일, 이종걸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과 학생, 학부모,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등록금네트워크 대표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전면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2009년 12월 30일, 이종걸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과 학생, 학부모,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등록금네트워크 대표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전면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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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등 야당 의원들과 이종걸 위원장께서 대학생-학부모단체, 등록금넷과 면밀하게 소통하면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등록금 상한제, 저소득층 장학금 확대,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의 획기적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고등교육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것이 14일 새벽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이에 문제 많은 법안을, 그것도 정기국회 11월 말이 되어서야 제출했던 교과부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를 2학기로 연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을 야당과 이종걸 위원장님께 돌리려 했습니다. 이른바 <조중동문> 수구언론들도 이종걸 위원장님을 집중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의 많은 문제점이 알려지고, 대학 등록금 제도의 근본적 수정이 필요하다는 데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었기에, 여론은 정부여당에게 유리하게만 조성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정부여당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를 약속대로 다시 1학기부터 실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했고, 나아가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록금넷이 줄기차게 요구한대로 고등교육법 개정안 통과에도 협력하게 된 것입니다.

등록금문제 해결에 수년간 전념해온 등록금넷이 등록금 통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고등교육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이종걸 교과위원장님, 민주당의 안민석 의원,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의원님 등께 특별히 감사 표시를 한 것은 그 만큼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또 그 과정에서 위원장님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의 노력이 돋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루만에 바뀐 자격기준...15만 대학생이 울고 있어요

그런데, 이종걸 위원장님, 한 번 더 도와주실 일이 긴급히 발생했습니다. 고등교육법 개정안과 함께 통과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특별법안에 의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시행방안이 너무나 엉망이기 때문입니다. 위원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특별법과 시행방안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자격 기준을 신청일 하루 전인 1월 14일에 평균 C학점 이상에서 평균 B학점 이상으로 갑가지 바꾼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난 6개월간 홍보했던 자격기준을 신청일 문턱에서 갑자기 축소-변경하게 되면 이를 기다리던 수없이 많은 대학생-학부모들은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신의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국회 교과위에서 변경했다고 하는 교과부 설명도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교과위에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교과위가 이를 결정한 바는 없다는 것입니다.

교과부 발표자료를 보면, 이렇게 되면 재학생의 15%가 갑자기 신청 자격을 잃게 되는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모든 대학생들이 재학 중에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게 하겠다는 이 제도의 취지가 근본적으로 훼손되는 것입니다. 소득분위 8분위 이상의 고소득층 대학생들에 대해서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교과부 추산으로도 대략 15만 안팎의 재학생들이 이 제도를 갑자기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교과부가 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현재 대학가는 매우 엄격한 상대평가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성적 입력 시부터 상대평가가 철저히 강제돼 있어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아도 C학점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즉, 공부를 하지 않는 대학생들까지는 도와주지 말자는 말을 일면 수긍한다 해도, 지금의 조치는 가혹한 것입니다. 모든 과목에서 B를 맞고, 단 한 과목에서 C+를 맞아도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요즘 대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은 도와주지도 말자는 식의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주장(모니터링 결과, 이들의 발언이 자격기준이 축소되는 결정적 빌미가 된 것 같습니다.)도 잘못된 것입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장학금, 취업, 또 이른바 '스펙' 때문에 대부분이 공부와 학점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강제 상대평가방식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의 대학생들이 불가피하게 양산되는 것입니다.

백 번을 양보해서, B학점으로 기준 상향을 수긍한다 해도 지난 6개월간의 홍보를 믿고 기다리던 대략 15만 에 달하는 대학생들을 감안한다면 2010년 1학기는 원래 홍보하던 대로 시행하고, 2011년 1학기부터 적용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유예기간을 두어 미리 홍보하는 것이 책임있는 수순입니다.

5.8% 이자에 복리? 3200만원 빌리면 9700만원 갚게 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등록금넷이 이미 지적한 대로, 내신과 수능이 6등급 미만인 대학생들은 1학년 1학기에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없게 돼 있다는 것입니다. 집안이 너무나 가난해 공부를 못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들에게 1학년 1학기에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를 이용할 수 없게 한 것 역시 무척이나 부당하고 가혹한 조치입니다. 대학에 들어오면 어차피 학점 기준을 적용받게 되는데, 굳이 신입생들에게까지 이런 조치를 취할 하등의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이종걸 위원장님, 지금 무려 15만명의 대학생들이 크게 곤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에서 많은 약속 파기가 있었지만, 교육문제, 등록금 문제와 관련한 거짓말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한번만 더 도와주십시오. 법으로 정해져 있는 문제가 아니고 장관 재량으로 시행방안을 고시하는 것이기에, 얼마든지 긴급히 수정할 여지가 있는 문제입니다.

위원장님, 그리고 두번째,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의 높은 이자율과 복리방식의 이자 계산이 정말 큰 문제입니다.

상환 시작 전이나 시작 후나 이자율을 '최소화' 하여야 하며, 꼭 '단리'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학생, 학부모들의 일관된 요구입니다. 정부의 다른 정책금리는 대부분 무이자에서 3,4%대인데, 특별한 공공적 영역인 교육관련 이자율을 5.8%로 일반대출금리와 비슷하게 적용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또한 부도덕한 고리사채업자들이나 적용하는 복리(취업 후 상환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단리를 적용하다, 상환이 시작하면 복리가 적용됨)를 공공적 채무에 적용하는 것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높은 이자율에 복리를 적용하다보니 정부 시뮬레이션으로도 3200만원(매학기마다 400만원 대출 가정)을 빌렸을 때, 무려  9700만원(연봉 1900만원으로 시작해서 25년 동안 상환률 20%로 갚았을 때 해당)을 갚아야 하는 황당한 경우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행히 아직 교과부장관이 이자율과 이자 계산 방식을 공시하지 않았습니다. 교과부와 교과부 장관이 애타는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심경을 잘 헤아려, 제발 이자율을 최대한 낮춰주시고, 단리 방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이종걸 위원장님과 국회 교과위 의원님들께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연히 국회가 해야 할 일,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할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런 의원님들이 많지 않아 우리 국민들이 답답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국회 교과위에서 여러 좋은 법안들이 통과되는 것 보면서 사뭇 다른 희망을 느꼈습니다.

이종걸 위원장님, 권영길 의원님, 안민석 의원님 같은 분들이 국회 교과위에서 오로지 국민의 편에서서 등록금 문제, 사교육비 문제, 온갖 잘못된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 문제를 바로 잡아주실 것을 간곡하게 호소드립니다. 그 길에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 등록금넷과 한국대학생연합 등은 교과부에 취업 후 상환제 시행방안의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집중투쟁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태그:#취업후상환제, #등록금상한제, #C학점에서B학점으로, #등록금넷, #이종걸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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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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