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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로얄듀크' 아파트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내용. 분양상담원에게 관련 내용을 묻자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동원로얄듀크' 아파트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내용. 분양상담원에게 관련 내용을 묻자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 동원로얄듀크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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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타면 강남까지 20분대라고요?"
"그 부분은 저희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인터넷 홈페이지 분양광고에 그렇게 나와 있는데요, 2011년 착공예정이라고요."
"죄송합니다. 경기도청이나 다른 기관에 물어보세요."

12일 기자가 경기 고양시 삼송동에 짓는 '동원로얄듀크' 아파트 분양상담원과 통화한 내용이다. 건설사인 동원개발은 이날부터 청약 1순위 접수를 받으며 2011년 착공예정인 광역급행철도로 삼송동이 '20분대 강남 생활권'이 된다고 광고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삼송동 주변지역에 광역급행철도 역사가 지어진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사업이 시행될지도 미지수다. 이 같은 과장 광고는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 청라지구에서는 입주예정자들이 건설사와 시행사를 상대로 과장광고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다.

5년간 양도세 한시감면제도 종료(2월 11일)를 앞두고 대규모 분양 밀어내기에 나선 건설사들이 청약예정자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아직 결정되지 않은 건설사업들을 분양광고에 끌어들이고 있어, 이로 인한 피해와 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GTX 사업 결정도 안 됐는데... 건설사는 "아파트값 끌어올릴 뇌관" 주장

경기도청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홈페이지에 실린 GTX 이미지.
 경기도청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홈페이지에 실린 GTX 이미지.
ⓒ 경기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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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일산지역에서 분양하는 많은 아파트들은 광역급행철도 건설을 분양광고에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광역급행철도 건설 계획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

경기도가 제안해 사업타당성을 검토 중인 국토해양부는 광역급행철도 건설여부 결정시점을 당초 지난해 11월로 잡았다가 올해 7월로 연기했다. 광역급행철도 노선이 서울시가 계획 중인 지하도로 등과 중복돼 혈세낭비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재원조달 문제도 크다. 경기도는 예상건설비 12조~13조9천억 원 중 40%를 공공부문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재원마련이 쉽지 않다. 국고지원이 필요하지만 세종시와 4대강 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고 있는 정부로서는 추가적인 재정지출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경기도청 GTX추진기획과 관계자는 "수도권 전체 주민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기도가 사업을 제안했지만, 현재까지 건설여부를 포함해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며 "경기도에서 제안한 노선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어디에 역이 세워질지는 더더욱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인데도 지난해 12월 3순위 청약접수에서 2700여 가구 모집에 1736가구가 미달됐던 두산건설의 주상복합 아파트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광역급행철도를 광고에 적극 활용했다.

두산건설은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와 함께 만든 분양광고 책자에서 "일산신도시~동탄신도시를 잇는 광역급행철도(GTX) 개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며 "예상 노선대로 개발될 경우 일산에서 강남권까지 2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한마디로 강남 생활권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두산건설은 책자에서 "당장의 부동산가격 상승을 예측하기 어렵더라도 경기불안이 해소되면 역세권을 중심으로 우선적인 가격 회복과 상대적인 수익 기대가 가능하다, 투자 관망 속에서도 신역세권이 주목받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두산건설 홍보팀 관계자는 "외주업체가 만든 것으로 관련 책자를 회수했다"며 "결코 과장을 하려는 게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미분양 물량이 남아 특별분양에 나선 일산 가좌지구 '꿈에 그린' 아파트도 광역급행철도를 강조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지난달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교통혁명이라 할 수 있는 GTX(광역급행철도)까지 예정되어 있어 착공단계 때만 돼도 집값을 끌어올리는 뇌관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인천 청라지구에서는 '사기분양' 논란... 인천시 "건설사와 시행사가 과장"

인천 청라지구 입주예정자들이 지난 9일 인천시청 앞에서 건설사의 사기분양을 바로잡아 달라고 주장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인천 청라지구 입주예정자들이 지난 9일 인천시청 앞에서 건설사의 사기분양을 바로잡아 달라고 주장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 청라지구 입주민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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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에서는 '사기 분양'을 둘러싼 분쟁이 진행 중이다. 청라지구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지난 9일 인천시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청라지구에 서울지하철 7호선이 들어온다고 해 분양을 받았는데, 사업이 취소돼 큰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인천시는 지난 2006년 6월 서울지하철 7호선의 청라연장안을 검토했지만, 2009년 3월 '10개년 도시철도 기본 계획(안)'에서 사업성을 이유로 청라연장안을 포기했다.

문제는 청라지구에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사들이 서울 7호선의 청라지구 연장을 분양광고에서 적극 활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청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지하철 건설에 따른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고 단지 검토만 했는데도, 사업시행자나 건설사가 이를 지하철이 건설되는 것처럼 과장해 광고했다"고 지적했다.

청라지구 입주민연합회장인 유석준씨는 "롯데캐슬 등 건설사와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모두 서울지하철 7호선이 청라지구까지 들어온다고 광고했다"며 "사실상 '사기 분양'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토지주택공사 홍보팀 관계자는 "청라지구 홍보책자에 '7호선 연장을 통해 전국 어느 곳으로나 연결된다'고 적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서울지하철이 인천(부평)까지 연결된다는 의미였지, 청라지구에 7호선 전철역이 생긴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건설호재들이 대부분 계획인 것들이 많다"며 "건설사들의 자정노력이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분양열기만 믿고 인터넷 클릭 몇 번에 청약통장을 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태그:#과장 광고, #아파트 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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