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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가족 중 또는 친지 중에는 여성장애인이 한 명도 없는 것일까? 대통령 부인은 늙어 죽기 전에 여성장애인이 아닌 신체 어느 곳 하나도 손상되지 않고 그대로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영면할 자신이 있는 것일까? 

 

이 땅에 사는 그 어떤 사람들도 모두들 '모성'을 바탕으로 태어난 사람들이다. 그리고 여자들 중 상당 수는 엄마가 되어 본 사람들이다. 모든 엄마들의 소망은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오직 단 하나 자식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장애로 인해 아이들 울음소리를 못 듣거나, 아이를 안아주거나, 아이가 위급한데도 병원에 직접 데리고 갈 수 없거나, 아이가 눈 앞에서 계단으로 위태하게 다가가서 넘어지려해도 잡아 줄 수 없다면,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와 국가가 조금은 도와주면서 살아야 하는 인간 본연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친정가족 또는 시가에 가족이 있는 여성장애인은 아기를 낳으면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친정엄마라도 항상 24시간을 그렇게 같이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여성장애인이나 가슴으로 아이를 안아 수유할 수 없는 척추장애여성장애인들의 경우는 출산·육아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다.

 

지체장애인 뿐만 아니라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여성도 간절히 필요하기는 비슷하다.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서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여성장애인 당사자가 아니면 알지 못한다.

 

"엄마로서의 최소한의 역할"에 대한 것이 바로 여성장애인 모성권의 바탕이다. 10여 년간 여성장애인 당사자들이 줄기차게  현실태를 파악하는 조사연구사업을 하고 심포지움과 공청회를 열고 당위성을 현실에 바탕한 정책을 인고의 끝에 탄생시켰다. 그래서 전국 16개시도에 여성장애인 출산도우미제도가 생겼고 또한 여성장애인 출산장려금 1인 20만 원의 제도가 생겼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아주 어렵게 제안되고 발의, 입안과정을 거쳐 시행된 지 1-2년이 채 될까말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단호하게 내년도에는 여성장애인 출산장려금과 도우미 제도 신규를 없애겠다고 며칠 전 국회에서 말했다.

 

대다수 시민들은 이러한 문제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정부가 4대강 사업에 필요한 예산의 확보를 위해서 정말로 간절히 필요한 곳의 생명 물꼬를 하나씩 하나씩 막고 있는데도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하고  모두들 바쁘기도 하고, 별 관심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상세히 알려고 하지 않는다. 

 

자녀를 많이 낳으면 준다는 출산장려금보다 정말 필요한 것이 여성장애인 출산도우미제도와 출산장려금이다. 자신과 같은 장애인이 나올까 하는 그런 두려움과 너는 장애인이고 아이를 낳아 키울 능력이 없으니 아예 낳지 말라는 그런 차별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여성장애인이다.

 

여성이면서도 장애란 이유 때문에 엄가 되는 그런 가장 기본적인 삶을 포기해야 하는 여성장애인들이 그래도 희망을 갖고 엄마가 되는 길을 택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엊그제이다.

 

대체 무슨 권리로 이 정부는 여성장애인들의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소박한 희망마저 그렇게 꺾을 수 있단 말인가?

 

여성장애인들도 대통령 부인처럼 자녀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원한다. 아니 자신들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대통령 부인보다 더 큰 마음으로 자녀들이 행복하기를 원한다.


태그:#여성장애인모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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