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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중증장애인 A씨. 그는 월마다 18만 원의 장애수당을 받아왔다. 18만 원에는 지자체에서 별도로 주는 장애수당 5만 원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내년 7월부터 중증장애인연금제도가 시행되면 그에게 지급되던 장애수당은 15만1000원으로 줄어든다. 중증장애인연금 대상에게는 기존의 장애수당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생활안정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장애인연금제도가 오히려 장애인들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경우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2010년 중증장애인연금 지급액 1519억여 원... "복지부안의 절반"

정부는 2010년도 예산안에 중증장애인연금 지급액으로 1519억1900만 원을 편성했다. 이는 중증장애인연금제가 시행되는 내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에 해당되는 연금액이다. 정부는 32만여 명의 장애인들이 이 연금제도의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8세~64세를 대상으로 한 중증장애인연금은 기본급여와 부가급여로 구성돼 있다. 기본급여는 '소득보전'을 위해 중증장애인에게 일정액을 매월 지급하는 것이고, 부가급여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한해 장애로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일부 보전해주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소득하위 56% 이하이면서 중증장애인인 19만여 명에게는 기초급여로 월 9만1000원이 정액으로 지급되고, 22만여 명에게는 5만 원(차상위계층)이나 6만원(기초생활수급자)이 지급된다. 저소득층 중증장애인이 매월 받을 수 있는 최대연금액은 15만1000원인 셈이다.

그런데 애초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저소득층 중증장애인 4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총 3239억 원의 연금 지급액안을 제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기본급여로 9만1000원, 부가급여로 12만 원(차상위계층)이나 15만 원(기초생활수급자)이 지급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기본급여 9만1000원에 부가급여로 4만 원을 지급하는 안을 정부안으로 정했다. 장애수당인 13만 원보다 1000원 더 많은 금액이다.  이후 정부는 앞서 언급한 연금 지급액 1519억여 원을 정부 예산안에 반영했다. 소관부처에서 제출한 장애인연금 예산안이 '후퇴'한 수준을 넘어서 '반토막'난 것이다.   

이는 윤석용(서울 강동을, 한나라당) 의원안에도 훨씬 못미치는 것이었다. 윤 의원은 기존의 장애수당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65만 명을 대상으로 한 8652억 원의 연금액을 예산에 반영해야 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지난 9월 고위당정회의에서는 장애인차량 LPG 차량 지원기간을 연장하는 대신 장애인연금제도의 도입을 1-2년 연기하자는 방안까지 논의됐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연금액을 높이기 위해 예산을 요청했지만 정부의 재정사정으로 현 금액이 확정됐다"며 "복지정책이라는 것이 작은 데서 출발해 연차적으로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복지부로서는 장애인연금제도를 도입하는 데 의의를 둔다"고 해명했다. 

최고 연금지급액 15만여 원, 기존 장애수당보다 겨우 '2만 원' 많아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확정된 장애인연금안을 두고 장애인단체들 사이에서는 "장애인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더구나 장애인연금제도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어서 장애인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은종군 장애인연금법제정공동투쟁단 간사는 "이번에 편성된 정부의 장애인연금 지급액은 최대 지급액이 15만 원에 불과하다"며 "이는 현재의 경증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 평균 추가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중증장애인연금이 '연금'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월 30만원 이상은 지급되어야 한다는 것이 은 간사의 주장이다. 즉 1-2급 중증장애인에게 소득보전으로 지급하는 9만1000원(기초급여)에다 장애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월 평균비용인 20만8000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

국회예산정책처도 "저소득 중증장애인의 경우 기존의 장애수당과 비교하면 기초급여와 부가급여를 합치더라도 2만 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연금으로서 적절성 확보가 가능하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은 간사는 "정부의 장애인연금제도 시행은 중증장애인에게 지급하던 장애수당을 더 이상 지급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장애인연금제도 시행으로 지자체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지자체가 별도로 마련해 지급하고 있는 장애수당을 없앨 것이 너무나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장애수당 13만 원과는 별도로 각 지자체별로 최저 1만 원에서 최고 5만 원까지 추가 장애수당을 지급해왔다. 울산시가 5만 원으로 가장 많고, 경기도(4만 원), 서울·부산·대구(3만 원), 제주(2만 원) 등의 순이다.

은 간사는 "결국 3만 원 이상을 지자체로부터 별도의 장애수당을 지급받아온 지역의 장애인은 장애인연금제도 시행으로 소득이 감소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규로 진입하는 차차상위계층 중증장애인들은 부가급여 못받아

또다른 문제는 내년 7월 이후 장애인연금에 신규로 진입하는 차차상위계층 중증장애인들은 부가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부가급여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만 받을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회예산정책처는 "장애인가구의 월평균 소득액을 살펴보면 대부분(70%)이 소득하위 50% 이하에 몰려 있어 장애연금에 신규로 진입하는 중증장애인 계층의 부가급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가구 중 월평균 소득 100만 원 미만은 37.1%, 100만원~200만 원은 27.5%를 차지했다. 중증장애인에 한정하면 100만 원 미만은 40.5%, 100만원~200만 원은 28.9%로 나타났다.   

한편 윤석용 의원과 박은수(비례대표,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 '중증장애인연금법'을 제출한 상태다.


태그:#2010년 예산안, #중증장애인연금, #장애수당, #은종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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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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