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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ㅎ시 ㅎ초등학교 교문에 내걸린  펼침막 모습입니다. 이렇게 써 붙이면 이 학교와 아이들이 행복할까요?
▲ '365일 happy school' 경기도 ㅎ시 ㅎ초등학교 교문에 내걸린 펼침막 모습입니다. 이렇게 써 붙이면 이 학교와 아이들이 행복할까요?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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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시간에 뜻이 비슷한 말을 찾아보는 공부를 할 때입니다.
교과서에 '교훈'과 뜻이 비슷한 말로 '가르침'이, '씁니다'와 뜻이 비슷한 말로 '사용합니다'가 나와 있습니다. 그 다음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로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은 말을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의자'와 뜻이 비슷한 말은 무엇일까요?"

하니, 아이들이 모두 큰 소리로 "체어!"합니다.

"'체어'는 영어고, 우리 말로 다르게 말하는 것이 있는데 무엇일까요?"
"......."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합니다. 기다리다가 답이 나오지 않아 '걸상'이라고 답을 말해주었는데, 그래도 아이들은 어리둥절합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아이들이 '걸상'이라는 말을 처음 듣는다고 합니다. '의자(倚子)'는 한자말이고, '체어(chair)'는 영어고, '걸상'은 대대로 쓰던 고유한 우리 말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한자말로 된 '의자'와 영어로 된 '체어'는 알아도 우리 고유의 말인 '걸상'은 모릅니다.

대부분 우리나라 초등학교 현관문에 'I have a dream'이란 글자가 크게 씌어 있습니다. 이렇게 영어로 크게 써 붙이면 꿈을 갖게 되나요?
▲ I have a dream 대부분 우리나라 초등학교 현관문에 'I have a dream'이란 글자가 크게 씌어 있습니다. 이렇게 영어로 크게 써 붙이면 꿈을 갖게 되나요?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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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렸을 때는 '걸상'이라는 말을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가 쓰는 말과 글 속에서 '걸상'이란 말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걸상'이라는 말이 있는지조차 모릅니다교사들에게도 물었더니 교사들조차도 '걸상'이라는 말이 '의자'라는 말보다 낯설다고 합니다.

'걸상'이라는 말은 하나의 예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쓰는 말과 글을 보면 어렸을 때 자주 쓰던 다양하고 아름다운  우리 고유의 말이 많이 사라지고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글자와 말은 시대에 따라 그 시대 문화에 맞게 바뀌는 거지만, 아무리 바뀌어도 그렇지 우리 말을 내치고 우리 말이 있을 자리에 한자말과 영어 말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한글', '과학적이고 우수한 글자 한글', '한글을 바르게 써야 한다.', '우리 말을 아끼고 사랑하자'와 같은 말은 한글날 하루만 반짝 나오는 말이고, 초등학교 시험 볼 때 정답으로만 쓰일 뿐입니다.

아이들이 오르내리는 계단에 영어 문장을 써 놓은 학교도 제법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영어를 잔뜩 써 놓으면 아이들이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되나요? 이렇게까지 해서 아이들이 영어를 꼭 배워야하나요?
▲ 영어 문장을 써 놓은 계단 아이들이 오르내리는 계단에 영어 문장을 써 놓은 학교도 제법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영어를 잔뜩 써 놓으면 아이들이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되나요? 이렇게까지 해서 아이들이 영어를 꼭 배워야하나요?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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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이 강조되면서부터 초등학교 풍경은 더욱 영어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풍경을 보면 아이들이 '걸상'보다 '체어'를 더 잘 아는 게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다 '걸상'이라는 말 대신 '의자'란 말이 차지하고 있는 지금처럼, 언젠가는 '의자'라는 말 대신 '체어'라는 말을 쓸 날이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과 글 속에는 말과 글을 쓰는 사람들의 얼이 들어 있습니다. 외국어를 익힌다고 모국어를 내치는 것은 민족의 얼을 내치는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말을 내치면서까지 강조하는 현재의 잘못된 영어교육 정책이 우리의 얼을 내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글날 다시 한 번 곰곰 생각해 봅니다.


태그:#한글날, #영어교육, #영어투성이학교모습, #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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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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