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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5일 낮 12시 40분]

 

한국 시민운동의 산파 역할을 해온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정치참여'를 시사해 주목된다.

 

박 변호사는 5일 오전 진보개혁입법연대 초청 특강에서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시민사회의 중립적 연결에만 힘써왔는데 이젠 '좋은 정부'를 만드는 큰 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최근 국정원 소송사건을 거치면서 시민활동가로서 지금껏 지켜온 원칙과 정치참여 사이에서 고민하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변호사는 그동안 정치참여 흐름과는 거리를 두면서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등 독자적 시민운동을 개척해왔다. 하지만 국정원 소송사건을 계기로 그는 '참여개혁론'의 한 형태인 '정치참여'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변호사는 "지방선거에서부터 다양한 고민을 풀어내겠다"고 말해 향후 진보개혁진영의 서울시장 후보로도 나설지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이명박 정부는 거대한 퇴행의 시대... 내후년이면 일패도지"

 

박 변호사는 이날 "국가소송을 당하면서 교과서로 배운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말로 초청특강을 시작했다.

 

박 변호사는 "'대한민국에서 내 이름을 빼다오' 캠페인에서 수천 명의 누리꾼들이 댓글을 달아놓았다"며 "국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하는 새로운 고민을 국가가 제기해주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최근 영국에 다녀온 얘기를 언급한 뒤, "국민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늘 하게 하는 게 민주주의 시스템"이라며 "영국과 미국의 민주주의가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관용과 개방성 등이 민주주의를 키우게 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최근 영국에 다녀오면서 대중지성과 집단지성을 활용해 행정과 정부의 기능을 강화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봤다"며 "이는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혁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거버넌스는 실종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며 "이명박 정부를 정의하라고 하면 '그레이트 리세션'(great recession, 대퇴행) 시대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거듭 이명박 정부를 "우리의 역사를 지난 10년 전, 20년 전으로 되돌려 놓고 있는 거대한 퇴행의 시대"라고 규정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사회복지, 인간의 삶의 질, 거버넌스 등 지난 10년-20년간 피땀 흘려 쌓아놓은 사회적 수준을 되돌려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를 향한 박 변호사의 비판 강도는 갈수록 세졌다.

 

박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가 실용정부라고 하는데 실용은 도망가고 이념만 남아서 문제"라며 "이명박 정부에서 하고 있는 것들은 전혀 실용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 실용은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좋은 사람을 쓰는 실용적 인사시스템이 없다 ▲거버넌스(governance, 협치)가 없다 ▲서민중도노선에 진정성이 없다 등을 들었다.

 

박 변호사는 총리-장관 인선 등을 겨냥한 듯 "이명박 정부는 부정부패에 대한 경각심이 없다"며 "실정법을 위반한 사람들이 어떻게 법치주의를 논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변호사는 "빠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이면 '일패도지'(一敗塗地,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뜻)할 것"이라는 '정치적 전망'까지 내놓았다.

 

진보개혁진영에 쏟아놓은 7가지 주문들

 

또한 박 변호사는 미국의 싱크탱크를 언급하면서 "수백개의 싱크탱크들이 서로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작은 지방정부도 인간의 삶 모든 것을 커버하는데 진보정당이 정부를 만든다는 것이 두렵지 않냐고 스스로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진보개혁진영을 향해 7가지 주문을 쏟아냈다. 그걸 정리하면 이렇다.

 

"1)단순한 저항을 넘어 창조적 대안을 만들어라 2)학습하라 3)완전히 새로운 발상으로 실천하라 4)정치영역에서도 치밀함이 필요하다 5)헌신과 희생의 리더십을 보여줘라 6)현장에서 다시 시작하라 7)끊임없이 자신과 과거를 성찰하면서 미래를 창조하라"

 

박 변호사는 "(지금은 진보개혁진영에) 전진을 위한 고난의 행군 시기"라며 "위기는 곧 기회"라고 강조했다.

 

 "나를 소송한 것 자체가 이명박 정부 퇴행을 상징한다"

 

박원순 변호사의 정치참여 시사 발언은 특강이 끝난 뒤 참석한 의원들과 나눈 일문일답에서 나왔다.

 

박 변호사는 "국정원이 저를 사찰한다면 어느 기업이나 개인이 희망제작소와 함께 하겠는가"라며 "(국정원 소송사건을 거치면서) 좋은 정부를 만드는 게 상당히 중요하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시민단체들이 정책적 연대는 몰라도 특정정파에 기우는 활동은 해오지 않았지만 최근 와서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며 "시민단체들이 '정치의 문제'를 많이 느낀 듯하다"고 시민단체 내부 고민을 전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이제 시민단체들이 시민사회의 중립적 연결에만 골몰하지 않고 좋은 정부를 만드는 큰 틀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지방선거에서부터 다양한 고민이 풀려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 변호사는 "정치적 연대의 힘을 키우는 것도 의미있지만 시민사회의 장점을 가지고 연대해야 힘을 가질 수 있다"며 "우리 사회의 아젠다(의제)를 가지고 있는 곳이 시민사회이기 때문에 그 아젠다와 정치적 실천이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변호사는 이명박 대통령 국정지지도 상승과 관련 "정치적으로 불안한 가운데 대통령이 어떻게 좀 해보려고 하니까 국민들이 그저 믿어주는 것 아니겠나"라며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신뢰의 기반이 없고 시대착오적인 정부라 오래 못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여론조사 결과에 크게 신경쓰지 말라"며 "야당 처지에서는 실천프로그램까지 포함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여당과 야당의 경쟁에서 야당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도 이 대통령 지지도 상승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 변호사는 국정원 소송사건과 관련 "나를 소송한 것 자체가 이명박 정부 퇴행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청와대의 결재를 얻었다면 더 심각하고 얻지 않아도 심각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통합, 중도, 실용, 서민, 기부, 자선을 얘기하는 정부가 박원순 사건을 만드는 것은 분명히 조율되지 않는 것이라고 보지만 그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태그:#박원순, #진보개혁입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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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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