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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도 학교 다니면서 공부 무척 안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친구들이 만화 그리고 낙서하면서 소일할 때 손재주가 없던 저는 내쳐 잤습니다. 그리고 쉬는 시간엔 아이들의 낙서질을 구경했지요.

초기의 엄지뉴스 낙서 공모는 '성인판'에 가까웠습니다. 주로 화장실에서 발견된 낙서나 반말 찍찍하면서 사람들을 준엄하게 꾸짖는 경고문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랬던 낙서 공모에 젊은 피가 수혈되면서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습니다. 초딩부터 중고딩까지 가리지 않고 참여한 '교과서 훼손 보고대회'가 되어 버렸습니다(낙서 공모 엄지뉴스 보기). 아래는 처음으로 들어온 교과서 낙서입니다.

웃음보다는 경악을 주었던 초등 6학년의 교과서 낙서. '사람으로 회를 뜨자' '사기와 도박'이라는 교과서 낙서. 우리의 교육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함을 낳았다.
▲ 사람으로 회를 뜨자니... 웃음보다는 경악을 주었던 초등 6학년의 교과서 낙서. '사람으로 회를 뜨자' '사기와 도박'이라는 교과서 낙서. 우리의 교육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함을 낳았다.
ⓒ #5505 엄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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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낙서질들. 교과서가 하나 같이 훼손 당한 채 참담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다. 많은 중고딩들이 보내준 교과서 낙서 시리즈. 10대의 기발함이 느껴지는 톡톡 튀는 반사회적 작품들이었다.
▲ 공부는 학원에서, 학교에선 낙서질? 한국 교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낙서질들. 교과서가 하나 같이 훼손 당한 채 참담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다. 많은 중고딩들이 보내준 교과서 낙서 시리즈. 10대의 기발함이 느껴지는 톡톡 튀는 반사회적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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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엄지뉴스가 들어왔을 때 걱정이 좀 됐습니다. '사람으로 회를 뜨자', '사기와 도박'이라는 말 자체가 초등 6학년이 하기에는 너무 과격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이 엄지를 넣은 '그렇게'님도 '요즘 아이들 무섭다'며 걱정을 하셨죠. 하지만 이런 낙서도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며 주요하게 노출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대박' 났습니다. 엄지뉴스가 교과서 훼손 보고대회가 되어 버린 것이지요.

'국어→굶어' 정도는 애교로 봐줄 만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히 수난사라고 불릴 만한 교과목이 바로 국사와 도덕이었습니다.

국사→굼뱅이랑 살아요, 불국사, 전국노래자랑, 도덕→도날드덕, 모텔, 모먹어.

전국의 국사와 도덕 담당 선생님들, 좌절하고 계시나요? 이건 국사와 도덕이 다른 과목보다 더 지루해서 생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글자가 단순해 덧붙이기가 쉽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교과목 변신만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교과서 책장에 그림을 그려 움직이게 만드는 소위 교과서 애니에다 표지에 실린 타지마할 사진을 오려 입체 표지를 만든 사진까지 들어왔습니다. 여기에 인터넷에 떠돌던 교과서 낙서부터 저 멀리 일본과 중국의 교과서 낙서, 교과서 표지를 스캔받아 포토샵으로 '낙서'를 덧입힌 것까지. 정말 놀라웠습니다. 우리 중고딩의 낙서 사랑이.

얼마나 지루했으면... 원효대사를 '라이더'로 만들었네요.
▲ 라이더로 환생한 원효대사 얼마나 지루했으면... 원효대사를 '라이더'로 만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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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엄지뉴스가 학생들의 교과서 훼손이나 낙서질을 장려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감추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게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수업하는 교과서의 모습이니까요. 뭐 어른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화장실과 건물벽에 가득한 낙서들을 청소년들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주운 지갑을 가져다 줘봤자 경찰만 좋은 일? 아, 경찰에 대한 불신이 이 정도였던가요. 정말 재미있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도 함께 달렸던 낙서였습니다.
▲ 낙서에 나타난 경찰 불신 주운 지갑을 가져다 줘봤자 경찰만 좋은 일? 아, 경찰에 대한 불신이 이 정도였던가요. 정말 재미있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도 함께 달렸던 낙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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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이 낙서가 오늘의 경찰력 불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하더군요. 지갑 주워서 경찰서에 갖다줘 봤자 '경찰만 좋은 일'이라는 이 낙서는 사실과 다릅니다. 분실물을 경찰이 '삥땅'을 치는 일은 없으니까요.

낙서 공모 후반기에는 문자 엄지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아빠 돈버세요~ 우리가 다쓸게요~ : 3372
가가가가가(그 사람 성씨가 가씨냐는 경상도사투리) : 2899

이중에서 단연 압권은 청소부 아줌마의 '일성'이었습니다.

신은 죽었다- 니체 넌 죽었다-신 너희 둘다 죽었다- 청소부 아줌마

하루에 두세건 들어오는 날도 있었으니 가장 재미있고 많이 알려진 화장실 낙서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다음번 낙서 공모 때는 보내지 마시길 바랍니다. ^^


태그:#엄지뉴스,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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