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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시절 홍보수석을 지냈던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끝난후, 30일 오전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왔습니다. 정부 여당과 검찰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야당과 진보언론의 자기성찰을 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조교수는 이글이 게재된 이후, 자칫 진보진영의 분열 등을 초래할 수있다는 생각과 함께, 이날 저녁 다시 글을 보내왔습니다. [편집자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골함이 정토원에 도착할 예정인 가운데 29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에 추모객들이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골함이 정토원에 도착할 예정인 가운데 29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에 추모객들이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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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30일 밤 9시 30분]

아직도 몸은 공중에 붕 떠 있고, 얼이 빠져 달아나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검찰에 대한 책임을 묻기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반성문을 나부터 쓰고 싶다.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를 알아야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로부터 정치보복성 수사를 당하고 있을 때 나도 처음엔 침묵했었다. 도덕성 문제에 자칫 잘못 끼어들었다가 돌팔매를 맞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독일교수들로부터 이는 명백한 정치보복이라는 말을 듣고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선진국의 사례를 찾아보니 전임 대통령에 대해 이런 식의 조사는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돌팔매를 맞더라도 노무현 대통령 구하기에 나서고 싶었다. 같이 비를 맞아주는 것만으로도 대통령이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노 대통령이 법적으로 혐의가 없으며, 검찰이 뚜렷한 증거 없이 전임 대통령을 소환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를 지지하는 국민에 대한 모욕이며 도전이라고도 했다. 정치보복의 부당성, 외국에서 정치보복을 하지 않는 이유, 외국의 유사 사례 등을 이야기했다. 그러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과 노 대통령의 혐의를 같은 선상에서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항의하기 위해 "생계형 범죄에 연루된 사람과 조직적 범죄를 진두지휘한 사람과 같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어긋나는 일"이라고 한 발언이 조선일보에 의해 왜곡되었다. 조선일보는 "조기숙, 노 청렴, 생계형 범죄…" 이런 제목을 뽑았다.

특정인을 거명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동정을 받을 수 있을 만한 도덕적 잘못과 사법처리가 필요한 범죄를 비교한 발언이었다. 언론에게 오십보 백보라고 보도하지 말라는 부탁이었다. 물론 오해를 살만한 예를 들은 것은 필자의 잘못이다. 하지만 앞에서 무혐의라는 주장과 범죄라는 용어는 180도 다른 것이므로 한데 붙일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언론은 이 발언만을 대서 특필했고 한겨레신문의 만평도 이에 가세했다.

나는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자존심을 무참하게 짓밟은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런 비유를 사용하게 된 것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서였다. 참여정부 사람들은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기에 뭔가 튀는 게 있어야 발언이 기사를 탈 수 있었다. 때로는 궁금한 사람들에게 인터뷰 전문을 봐달라고 자해 마케팅을 하기도 했다.

나의 인터뷰는 검찰조사가 정치보복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최초의 발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언론은 필자의 발언을 철저히 외면했다. 그 후 몇몇 정치인들이 정치보복 주장을 이어 나갔기에 필자의 수고가 무위로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 일로 필자는 우리 사회에 진보언론이 존재하는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진보언론에게는 당시 최초로 제기된 '정치보복' 주장이 기사화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었는지, 수구언론의 왜곡보도를 잡아줄 의무가 진보언론에는 없다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과 진보언론이 현정권과 검찰에 책임을 묻기에 앞서 먼저 반성을 해달하고 부탁하고 싶다. 그래야 이들의 책임론이 힘을 받을 수 있고 우리가 서로 원망하는 마음을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 탓을 하겠는가. 수구언론에게 빌미를 제공한 것은 내 탓이다. 그 때 진보언론의 침묵과 외면을 섭섭해 하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왜곡보도를 알리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도 나의 잘못이다. 민주당에게 대통령 지키기에 나서달라는 부탁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것도 나의 잘못이다.

이러한 왜곡보도를 해명하는 글을 노 대통령과 비공개로 활동하는 카페에 올려 알렸을 때, 대통령은 오히려 나를 위로하셨다.

"나보다 더 아파하는 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옵니다. 인터뷰가 악의적으로 왜곡되었다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에게는 철저히 엄격했지만 남에게는 한 없이 너그러웠던 대통령을 잃고 나니 나의 잘못에 더욱 더 땅을 치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이 열린 29일 오후 서울역에 마련된 국민분향소로 운구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이 열린 29일 오후 서울역에 마련된 국민분향소로 운구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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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것도 우리끼리 소통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다. 대통령 장례를 치르면서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다. 어떤 이는 조중동의 왜곡보도가 이 정도로 심한 줄은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끊임없이 이런 일은 반복되었다. 조중동은 왜곡하고 한나라당은 그걸로 정치적 공격을 하고 민주당은 그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청와대를 다시 공격하고… 진보언론은 외면하거나 며칠 후 이를 기정사실로 다시 기사화했다.

이제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 진보언론은 진보의 시각으로 무장한 정론지로 다시 태어나기바란다. 민주당도 조중동 그만 읽고 당내 소통구조를 원활히 하는 데 나서기 바란다. 나는 왜곡보도 없는 언론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한다. 공인으로 사는 것이 힘들어 소시민으로 살겠다며 숨었었는데 이제 운명으로 알고 언론개혁에 나서야겠다. 많은 분들의 도움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cafe.naver.com/chomagic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노무현, #민주당, #진정성, #진보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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