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예종 영상이론과 학생들이 개편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한예종 영상이론과 학생들이 개편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 김환

관련사진보기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의 교육권과 관련된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재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구조조정 내용은 지난 19일 황지우 한예종 총장의 사퇴 과정에서 알려진 사항이다.

황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12건의 주의, 개선, 징계 처분이 요구된 문서 가운데 U-AT(유비쿼터스 앤 아트 테크놀로지) 통섭교육 중지, 이론과 축소·폐지, 서사창작과 폐지 등 상당수가 대학 교육의 자율성과 본교의 교권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예종 학생들, 교육권 침해에 눈물 흘려

이에 6개의 이론과를 비롯한 한예종 재학생 34명은 22일 오전 11시 서울 성북구 교내 광장에서 '한예종 학생 비상대책위원회 발족식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론과 이외의 재학생을 포함한 약 300여 명이 함께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연극학과 학생들 10명은 '학생의 자율권이 침해된 것을 애도합니다', '좌절된 입시생들의 꿈을 애도합니다', '스승과 아무것도 상의할 수 없는 이 상황을 애도합니다' 등의 구호를 외친 뒤 절을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 모습을 본 몇몇 학생들은 '우리 과가 없어지면 어떻게 하냐'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또 일부 학생들은 연극학과 학생들과 함께 절을 하며 안타까운 교육 현실을 애도했다.

축소·폐지 대상 학과인 영상이론과에 다니는 윤나리(24)씨는 "분명히 학교시행령에도 이론과 실기를 병행한다고 했고, 학교 방침은 학교 안에서 이루어져야 될 것이지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 좌지우지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말 열심히 해서 들어온 학교인데 과가 폐지된다니 허무할 뿐이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한 한예종 학생이 '애도 퍼포먼스'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 한예종 학생이 '애도 퍼포먼스'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김환

관련사진보기


비대위는 발기문을 통해 "이론 없는 실기는 없고, 협동과정은 새로운 장르를 빚어내는 현재 예술 흐름을 반영한 교육 과정"이라며 "한예종의 예술 교육 주체로서 우리는 이러한 필요성을 의심치 않기에 다양하고 통합적인 이론 교육을 배제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교육 과정 재편성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교육기관의 문제가 학생과 교수의 의견이 존중되지 않은 채 집행되려는 움직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 섬세해야 할 예술 교육을 관료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를 절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수 계열의 문화미래포럼은 오는 27일 공청회를 열어 한예종에 대한 개혁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학생이 건물 벽면에 '예종아 사랑해'라는 종이를 붙이고 있다.
 한 학생이 건물 벽면에 '예종아 사랑해'라는 종이를 붙이고 있다.
ⓒ 김환

관련사진보기


비대위 임시 위원장 서정현씨 인터뷰
- 학생, 교수,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이 많은데 어떤 식으로 회의를 할 예정인가?
"학내 구성원 안에서 충분히 모임을 열어야 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는 전제 아래 이 사태를 풀어나가야 한다."

- 총학생회가 있는 걸로 안다. 따로 비대위를 만든 이유는?
"총학생회와 논의했다. 그들도 비대위와 같은 생각이다. 동의 하에 함께 풀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비대위는 더욱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게 됐다."

- 황지우 총장에 대한 진실 공방이 치열하다. 비대위의 견해는?
"감사에서 교권이 침해 받는 문제, 이 부분을 논의하는 기구가 비대위다. 비대위는 투명성이 없는 감사를 규탄할 뿐이다. 총장님 문제에 대해서는 먼저 움직이지 않겠다. 비대위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 한예종 학생비대위만으로는 투쟁이 힘들 수도 있다.
"외부와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사건을 예술교육에 대한 탄압으로 보고, 다른 예대 학생들과 이야기하겠다. 또 26일에 진보단체들과 함께하는 심포지엄이 예정돼 있다."

- 문화체육관광부에 비대위 측의 의견을 어떻게 전달할 생각인가?
"감사에서 교육권이 침해되는 내용에만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에선 폭력단체로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들은 반드시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적절한 논의를 거쳐 관계부처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한예종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예술학교 구성원들의 문제로 고민들을 실천해 나갔으면 좋겠다."


한예종 학생 비상대책위원회 발기문


지난 19일 황지우 총장님의 갑작스러운 사퇴 소식은 학생들에게 당혹스러운 사건이었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 알려진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대한 종합 감사 결과는 '서사창작과 폐지, 6개월 이론과 축소/폐지, U-AT 통섭교육사업 전면 중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예술교육 기관으로 검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행정적인 시정 조치만이 아닌, 교육권과 관련된 구조 조정 지침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학생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어떤 것보다도 최우선으로 보장바아야 할 대학의 자율권이 이런 식으로 침해받을 수 있는가.

이론 없는 실기는 없다. 협동과정은 새로운 장르를 빚어내는 현재 예술 흐름을 반영한 교육 과정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예술 교육 주체로서 우리는 이러한 필요성을 의심치 않기에 다양하고 통합적인 이론 교육을 배제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교육 과정 재편성은 납득하기 어렵다.

교육기관의 문제가 학생과 교수, 학부형의 의견이 존중되지 않은 채 집행되려는 움직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또한 무엇보다 섬세해야 할 예술 교육을 관료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를 절감한다. 따라서 이 문제는 6개원 이론과를 비롯한 협동과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 조정의 희생양이 된 '예술학교' 전체 구성원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총장님 사퇴 표명 이후 영상이론과 비대위는 지난 21일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학생기구준비모임을 주최하였다. 450명 가량이 참석한 논의 끝에 35명의 발기인을 두고 '한예종 학생 비생 대책 위원회'(이하 학생 비대위)를 발족할 것을 결의했다. 학생 비대위는 위원장과 집행부를 두고, 학내 다양한 자치 단체가 참여하는 형태로 그 역할을 수행한다. 아울러 교수협의회가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방안으로 제시한 '비상연석회의' 구성에도 한 축을 이루게 될 것이다.

학생의 교육권을 지키기 위한 실천 기구로서, 학생 비대위는 학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사후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도록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교육권이 보장되고, 더 나은 예술 교육의 토대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 비생 대책 위원회 34명 발기인 일동

덧붙이는 글 | 김환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



태그:#한예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