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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생체벌에 대한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인터넷을 달군다. 체벌 후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들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교사들의 체벌, 이대로 두어도 좋을까?

맞는 아이들... 사랑의 매라고?

2004년 경북 상주의 김아무개군(14. 중2)이 투신자살했다. 지난 3일간 시험성적, 숙제문제로 막대기로 9대, 18대, 34대 맞고 당일 또 다시 40대 이상 매를 맞게 돼 있자 체벌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했던 모양이다.

2004년 참교육학부모회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초등1년생이 산만하다고 교사가 뺨을 6대 때리고 등, 허리 등을 발로 밟은 경우가 있다. 초등2년생이 수업시간에 장난했다고 멱살 잡혀 강당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뒤 머리뼈에 골절을 입었다. 초등 6년생이 짝과 싸웠다고 교사가 때려 턱관절 3주, 뇌진탕 2주 진단이 나왔고, 중 1년생을 버릇없다며 때려 앞니가 부러지기도 했다. 고3생이 실내에서 실외화를 신었다고 학생들 앞에서 무차별 구타를 당했고.

2007년 5월 광주 광산구 모 고교 2학년 수업 중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A양(당시 17)에게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쳤냐. 나쁜 자식이네'라며 모욕하고 수업이 끝난 뒤 교무실로 불러 주먹과 플라스틱 자로 머리와 어깨 부위를 때렸고 A양은 며칠 뒤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을 남긴 뒤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매질을 해도 공부하지 않는 아이들은 공부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고, 매질을 하지 않아도 공부할 아이들은 공부를 합니다. 결론적으로 매질은 필요 없습니다. (사진은 영화 <말죽거리잔혹사>의 체벌 모습.)
 매질을 해도 공부하지 않는 아이들은 공부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고, 매질을 하지 않아도 공부할 아이들은 공부를 합니다. 결론적으로 매질은 필요 없습니다. (사진은 영화 <말죽거리잔혹사>의 체벌 모습.)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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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부천의 모 고등학교는 머리가 길다고 개학날 300여명을 '엎드려 뻗쳐' 상태에서 한 사람당 2~5대씩 엉덩이를 때렸다. 학생들은 "매를 맞아서 엉덩이에 피멍이 선명하게 들었다"고 했지만 체벌교사는 3학년 되기 전에 '정신교육'을 시키기 위해 두발검사와 체벌을 했다"고 했고 교감은 '사랑의 매' 차원"이라고 교사를 두둔했다. (몸을 때리면 정신이 교육이 되나?)

2008년 8월 광주 수피아여중생은 치마 도난사건해결 중 교사의 폭언("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 차라리 죽어버려라!")을 듣고 투신자살을 시도했다.

2008년. 인천의 예슬양(8 초교2학년 가명)은 담임교사(29·여)에게 나무 막대기로 엉덩이를 27대 맞고 3주 상해를 입었다. 8개월째인 현재까지 무섭다며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자해 시도, 짜증, 대인기피 등을 보이고 있어 정신 상담과 놀이치료를 받고 있으나 호전되지 않고 있다.

2009년 4월 광주 C여고 교사는 시험성적이 나쁘다고 치마를 벗게 하는 체벌을 했다. 5월 서울 ㅊ중학교 교사들은 짧은 교복의 치맛단을 뜯어버리고 점퍼 등을 압수하거나 찢기도 했다.

2009년 5월 1일, 전날 저녁8시경 교사(28·여)에게 막대기(50-60cm)로 발바닥을 110대 가량 맞은 뒤 하교 길에 친구에게 "죽어버리고 말겠다"고 말했던 광주 S 고교 1학년 A(17)군은 몇 시간 뒤 자살하고 말았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말 왜 이렇게 때리고 윽박지르는걸까?

체벌의 폐해

체벌은 체벌자(교사 혹은 부모)에 대한 적개심이나 반발심을 유발하며, 인격적인 모욕을 느끼게 한다. 또한 체벌의 경험은 다른 사람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폭력을 사용해도 된다는 인식을 갖게 하여 폭력적인 행동을 학습시키기도 하며, 어린 시절의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은 정서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또 다른 일탈적 행동, 알코올 남용, 자살, 우울, 소외, 낮은 성취 등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육체적 통증에 더하여 정신적 통증(엄청난 스트레스: 수치심, 배신감, 모멸감, 고립감, 자기비하, 자포자기, 자신감 결여, 대인기피, 짜증, 무기력, 불신, 불안,...)을 유발하는 것이다.

체벌은 영혼의 밝은 성장을 치명적으로 방해한다. 아동의 경우 슬픈 표정, 울음, 흥미 상실, 거부하거나 반항, 의존적으로 매달림, 분리불안, 등교 거부, 자해, 성장장애, 언어장애 등의 우울증을 겪을 수 있고 청소년의 경우 불안, 분노발작, 공포증, 자기비하, 열등감, 죄책감, 성적 하락,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반사회적 행동, 무단결석이나 가출, 본드나 부탄가스 같은 물질남용, 타인에 대한 불신, 성 문란 등을 보이는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모든 일에 냉소적으로 되거나 수동적이 되기도 한다.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하는데 우울함에 젖어 있다가 추락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자존심의 발동으로 급기야 자살을 감행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면역학자 아보 도오루(일본 니가타 의대)는 "대부분 질병의 진짜 원인은 스트레스"라고 말하고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깨지면 면역력이 저하되거나 점막조직등이 파괴되어 급성으로 췌장염, 신장염, 궤양, 돌발성 난청 등이 생기고 암도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암발생의 도화선이 되는 것은 교감신경의 긴장상태이며 교감신경 긴장상태 원인의 80%가 스트레스라고 함.)

임상심리학자 로렌스 르샨은 500명 이상의 암환자를 관찰한 결과 그들의 인생이력에 있어 전형적인 네 가지 특징을 아래와 같이 추려냈다.

1) 유년시절- 고립과 무시, 절망의 감정을 두드러지게 경험. 곤란하고 위험한 대단히 긴장 된 인간관계 속에서 생활한다.
2) 청년기-일을 통해 큰 만족감을 느낀다.
3) 중년이후-가족 사망, 은퇴 등으로 절망하는데 유년기 상흔이 다시 공격을 하는듯한 상태 가 된다.
4)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억눌린다'는 감정을 갖는 특성을 보인다. 자신이 상처받았거나 화나거나 적의를 가졌을 때 타인에게 표현하지 못하는 등 절망과 무력감을 느끼는 경향이 강하다.

청년기에 멀쩡하게 성공적인 생활을 하며 만족감을 느끼더라도 중년이후 환경에 따라 다시 유년기의 상흔에 공격을 입을 수 있고 '억눌린다'는 감정 때문에 절망과 무력감 속에 암을 앓게 되더라는 것이다.

신체적 학대에 수반되는 정서적인 학대는 자기 스스로를 비하시키고 자기존중감을 상하게 한다. 열등감이 심한 경우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우울증이 생길 수 있고 자살 위험 역시 높아질 수 있다. 성장기의 우울증은 후에 자살확률을 4배로 증가시킨다고 한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로 회원국 평균의 2배인 자살공화국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소 '자살실태와 대책 정책 토론회')

체벌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

가부장적 위계질서는 민주적 수평질서로 바뀌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사회는 여전히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윗분'인 교사는 '아랫것'인 학생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전근대적 강자의 논리가 체벌의 근간이 되고 있는데다가 법까지 이들의 편을 들고 있다.

- 초중등교육법 18조 1항: 교육상 필요한 때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해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
- 시행령 31조 7항: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않는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지도해야 한다.

이러한 법 조항은 '모든 경우의 체벌'을 불가피한 경우였노라고 핑계 댈 수 있는 탄탄한 뒷받침이 되고 있다.

이를 통해 힘 있는 자는 힘없는 자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 즉 상명하복(上命下服) 혹은 상후하박(上厚下薄)등의 비민주적이거나 기회주의적인 의식과 태도를 상호 학습하게 한다. 이것은 하급생에 대한 상급생의 폭력, 아내에 대한 남편의 폭력, 군대내 폭력이 재생산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아버지의 폭력을 보고자란 아들이 폭력남편이 되고 상급자에게 폭력을 당한 하급자가 상급자가 되면 다시 하급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경우는 무수히 많다. 폭력의 피해자는 미래에 또 다른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체벌은 강자인 교사가 약자인 학생들을 쉽게 통제하려는 천박하고 단순무지한 욕구가 발동된 결과이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거쇼프의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은 '즉각적인 순종'을 하지만 이후 장기적으로는 정신질환에 시달리거나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공포의 권위자인 강자에는 쉽게 굴복하고, 약자는 쉽게 짓밟는 기회주의자로 키워질 수도 있다.

최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UNICEF 연구와 비교하여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 5천명)이 느끼는 행복감이 OECD국가 중 가장 낮다고 밝혔다.

교육현장에서 체벌 금해야

소중한 교육의 공간인 학교에서 학생들이 인간관계를 가장 이상적으로 맺을 수 있는 수평적 소통에 대해 학습하지 못하게 된 채로 '보장되는 체벌'을 통해 미래의 가해자로 키워지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어린이, 청소년은 미래의 주역들이다. 판검사뿐 아니라 종교인, 소설가, 시인, 미술가, 음악가, 체육인, 의상디자이너, 헤어디자이너, 웹디자이너 등이 될 것이다. 교육현장에서는 그들의 소질이 시들지 않게, 희망이 구겨지지 않게,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의 교육은 미국 정신과의사 데이빗 호킨스가 정리한 <의식의 지도>에서 보듯 학생들의 의식이 용기, 신뢰, 관용, 이해, 포용, 사랑, 기쁨, 평화, 행복, 깨달음을 지향하도록 도와야 하지만, 아직도 교육현장에서는 교사의 체벌을 허용함으로써 학생들을 아주 낮은 의식수준인 분노, 비탄, 두려움, 수치심, 굴욕, 절망, 무기력, 슬픔, 우울의 상태에 머무르게 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천박하고 질 낮은 여러 고질적 문제들 (각종차별, 파벌, 기회주의, 지역감정, 이기주의, 폭력성)은 이러한 수준 낮은 교육과 무관하지 않다. 3류 교사가 3류 방식으로 3류 시민을 키워내는 것이다.

자존감을 잃고 심신이 병든 학생들이 미래의 주역이 되는 것은 한국사회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 교육현장에서 체벌을 철저히 금해야 한다. 하루 빨리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고은광순 기자는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부회장입니다.



태그:#체벌 , #폭력,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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