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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상곡마을. 우리 전통마을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함평 상곡마을. 우리 전통마을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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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함평군 해보면 상곡리 상모마을. 고택이 곳곳에 남아 옛 정취가 넘실거린다. 우리 전통마을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결코 요란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정감이 넘친다. 어릴 적 고향마을 같다.

마을 끄트머리 오른쪽 산비탈에 고즈넉이 자리한 '영양재'는 고택 가운데 고택이다.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을 얹었다.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다. 정비되지 않은 모습이 옛 선비의 검소와 풍류를 느끼게 한다. 수십 개의 돌계단을 올라 마루에 앉아 바라본 풍광이 시원하다.

고려 문숙공 윤관 장군의 영정을 봉안한 수벽사, 사헌부대사를 지낸 윤화자가 부모의 3년상을 치르기 위해 지었다는 귀령재, 파평 윤씨의 제실인 임천정사도 범접할 수 없는 고택의 풍미를 뿜어낸다. 연못 '임곡정' 옆에 조성된 숲은 세찬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인공 방풍림이다. 느티나무와 팽나무, 왕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마을 안쪽에 자리한 '안샘'에서 파릇한 새싹 하나 띄운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다. 1000년을 지탱해 온 마을의 영화가 스친다. 졸-졸-졸- 정겨운 개울을 따라 해보천변의 느티나무 숲에 닿는다. 아담하게 지어진 정자가 짙푸름으로 한껏 색을 높여가는 산야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산비탈에 단아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영양재’. 고택 가운데 고택이다.
 산비탈에 단아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영양재’. 고택 가운데 고택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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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평 윤씨 제실인 임천정사. 세월의 더께를 느낄 수 있다.
 파평 윤씨 제실인 임천정사. 세월의 더께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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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마을은 그저 평범한 농촌마을이었다. 겨우 50여 가구 130여 명이 쌀농사로 연명해 온…. 그러던 이 마을이 변신하기 시작했다. 역사와 전통, 생생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농촌마을로. 그 모태는 농촌 종합개발 사업과 전라남도의 행복마을 조성사업이다.

"후손들이 되돌아오는 마을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살기 좋은 환경을 갖춰야 하는데. 뾰족한 방법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 농촌 종합개발 사업과 행복마을 사업을 접하게 된 것이죠." 윤길수 마을 이장의 말이다.

농촌 종합개발 사업과 행복마을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주민들은 바빠졌다. 시멘트 담을 허물고 돌담을 쌓았다. 철문을 없애고 솟을대문으로 바꿨다. 영양재, 수벽사, 안샘 등 선조들의 손때가 묻은 곳은 문화체험 장소로 바꿨다.

흔적만 남아 있던 물레방앗간을 복원하고, 뒷산에 등산로도 냈다. 마을 뒤 죽림차밭엔 산책로를 만들고 방문객을 위한 휴식공간과 생태체험 학습장으로 꾸몄다. 생활하수 처리를 위한 정화시설도 갖췄다. 여기에다 시멘트 집을 허물고 고풍스러운 한옥을 짓기 시작했다.

함평 상곡마을. 최근에 새로 지어진 한옥들이다.
 함평 상곡마을. 최근에 새로 지어진 한옥들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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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상곡마을. 새로 단장된 돌담과 한옥이 많다.
 함평 상곡마을. 새로 단장된 돌담과 한옥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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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을 신축할 경우 전라남도와 함평군에서 각각 2000만원을 보조해 주죠. 또 연리 2%의 저리로 3000만원까지 융자해 줍니다. 올해 안에 한옥 13채를 지을 예정입니다. 퇴직 후 고향에서 살기 위해 부모들이 거주하는 집을 한옥으로 신축토록 지원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윤 이장의 말이다.

몇 년 전 서울에서 귀향한 딸과 함께 한옥민박을 운영하고 있는 홍순자 할머니는 어느새 한옥 예찬론자가 됐다. "고풍스럽고 편리한 한옥을 신축해 놓으니 도시에 사는 자녀들이 손자들과 자주 찾아와. 노년이 행복하제. 여름에는 에어컨도 필요 없어. 정말 시원하제."

생활여건이 개선되고 한옥이 한 채 두 채 늘면서 마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줄어들기만 하던 마을의 인구가 늘기 시작한 것. 벌써 4가구 10여 명이 이사를 해 왔다.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연체험 학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흥란 씨는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광주가 고향인 그녀는 연고가 전혀 없는 이곳에 꽃과 나무를 심어 자연체험 학습장을 만들고 한옥민박을 지었다. 그녀는 "농촌 생활이 너무 좋아 지인들에게 이곳으로 내려와 같이 살자고 권유하고 있지만, 집 지을 땅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해마다 곤두박질치던 땅값도 많이 올랐다. 마을로 이사 오겠다는 이들의 문의도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지만 살 만한 땅을 구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인적이 드물던 마을에 견학을 위해 찾는 이들도 많다. 지난해에만 1000여 명이 다녀갔다. 이것도 마을의 달라진 풍속도다.

윤 이장은 "한옥을 신축해 도시민을 대상으로 농촌 체험과 민박을 하고 지역특산품을 직접 판매해 주민 소득을 높일 계획"이라며 "본격적인 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내년부터는 한옥 민박과 농촌체험을 겸할 수 있는 전국 최고의 행복마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함평 상곡마을의 한옥민박집. 아늑한 분위기에서 넉넉한 시골인심까지 체험할 수 있다.
 함평 상곡마을의 한옥민박집. 아늑한 분위기에서 넉넉한 시골인심까지 체험할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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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모마을의 멋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한옥민박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게 좋다. 고풍스럽고 아늑한 분위기에 넉넉한 시골 인심까지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마을 주변의 생태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의미 있다. 아이들에게는 산교육이자 어른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 손색이 없다.

임천산 찻잎 채취 체험과 녹차떡 케이크 만들기, 고택에서 과거시험 보기, 물레방아 찧기, 오디 따기, 용천사 자연탐방 등은 물론 아궁이에 장작을 지펴 고구마나 감자를 구워 먹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원산마을의 누에체험, 운곡마을의 물고기 잡이, 산내리 잠월미술관의 도예와 천연염색, 수묵화 그리기 등의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100경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용천사도 체험할 수 있다. 옛 조상들이 쓰던 물건에서부터 근대 생활도구까지 한데 모아놓은 함평생활유물전시관도 그리 멀지 않다. 한옥과 고택에서 하룻밤 묵는데 5만원. 여기에 6000원이면 시골밥상도 받을 수 있다.

함평 상곡마을의 한옥민박집. 분위기가 멋스럽다.
 함평 상곡마을의 한옥민박집. 분위기가 멋스럽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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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곡마을의 고택. 옛 정취가 넘실거린다.
 상곡마을의 고택. 옛 정취가 넘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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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상곡마을, #함평, #행복마을,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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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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