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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평초등학교에서 연을 날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
 창평초등학교에서 연을 날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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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창평면(전남 담양) 소재지에 들어서니 길가에 차들이 즐비하다. 우리는 임시주차장인 창평초등학교로 향한다. 운동장 안으로 들어가니 이곳에도 차들이 많다. 차를 내려 학교를 바라본다. 아담한 산을 배경으로 평지에 자리 잡았다. 풍수적으로 편안한 느낌이 든다. 한쪽에 보니 '맑고 밝게'라는 교훈이 붙어 있다.

창평초등학교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06년 창흥의숙(昌興義塾)으로 개교했으며, 1911년 창흥 공립보통학교로 개칭했다. 1941년 창흥국민학교로 이름을 바꿨으며, 1996년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초등학교로 바꾸면서 창평초등학교가 되었다. 2009년 2월 현재 97회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졸업생은 8400여 명에 달한다.

인촌 김성수
 인촌 김성수
ⓒ 인촌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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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춘강 고정주(1863-1933) 선생은 후학 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학교를 설립한다. 그것이 창흥의숙이다. 이곳에서는 신식학문을 가르쳤으며 그것을 배우기 위해 인근의 촉망받는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이 바로 인촌 김성수, 고하 송진우, 가인 김병로, 무송 현준호 같은 쟁쟁한 인사들이다.

이들은 모두 창흥의숙에서 공부했으며, 한국의 근대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인촌 김성수는 동아일보를 세워 국민 계몽운동과 민족정신 고취에 앞장섰고, 고하 송진우는 한민당 당수로 민주주의의 실천을 위해 애를 썼다. 가인 김병로는 초대 대법원장을 지내면서 법치를 실현했으며 무송 현준호는 호남은행을 세워 근대적 경제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렇게 대단했던 창흥의숙이 이제는 면소재지의 작은 초등학교로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10개 학급의 창평초등학교에는 현재 168명이 재학하고 있으며 교직원 24명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학교를 교육공동체로 파악하고 있는 나재환 교장 선생님은 학교를 좀 더 나은 교육발전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를 위해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모델을 찾으려 한다.   

마을 광장 주변 축제장의 볼거리와 먹거리

금줄이 쳐진 당나무
 금줄이 쳐진 당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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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천 마을 탐방의 출발점은 창평파출소이다. 이곳에서 보건소를 지나 면사무소 앞으로 가면 마을 광장이 나온다. 마을 광장이 이번 대보름 동제의 중심 행사 공간이다. 면사무소 앞 광장 한쪽 당나무에는 금줄이 둘러져 있고 황토가 뿌려져 있다. 오후에 도지사가 오면 이곳에 제물을 차리고 고사를 지낼 예정이라고 한다. 당나무 옆으로는 도순찰사와 현령을 지낸 세 사람의 영세불망비와 선정비가 세워져 있다.

면사무소 앞에서는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벌써 농악놀이가 한창이다. 다른 한쪽에는 아이들이 굴렁쇠를 굴리고 개고다리를 탄다. 개고다리란 대나무를 사람 키만하게 자르고 중간에 다리를 만들어 붙인 일종의 놀이기구다. 다리에 발을 올리고 걸어가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자주 해보지 않던 놀이라 그런지 이곳 애들도 그렇게 멀리 가지는 못한다.

개고다리를 즐기는 아이들
 개고다리를 즐기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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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쪽에서는 떡메를 쳐서 인절미를 만들고 전통음식인 장류와 장아찌를 팔고 있다. 그리고 이곳의 특산품인 한과와 쌀엿을 시식하게도 하고 팔기도 한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윷놀이가 벌어지고 있다. 중년의 남자들이 윷을 던지면서 한껏 신명을 돋운다. 그 옆에는 왕장기가 보인다. 통나무를 잘라 그곳에 차포마상을 새긴 다음 장기판에 올려놓았다. 이것을 해본 우리 회원들이 우리 지역의 축제에서도 왕장기를 한 번 시도해 보자고 제안한다.

이들 외에도 제기차기와 널뛰기, 연날리기 등 재료와 도구들이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아서인지 제기차기와 널뛰기는 아직 신이 나질 않는다. 연도 방패연과 꼬리연을 준비해 놓았지만 바람이 세지 않고 이곳의 공간이 좁아 하늘을 날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창평초등학교에서 연을 날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삼지천을 따라 도는 마을 순례

이들 행사장을 구경하고 우리는 탐방 코스를 따라 삼지천 마을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탐방코스는 세 가지가 있는데, A코스와 B코스에 볼거리들이 대부분 몰려 있다. 먼저 마을 광장 앞 창평교회를 지나 동남쪽으로 나 있는 돌담길을 따라간다. 이것이 A코스이다. 돌담길 담장 너머로는 오래된 집들이 늘어서 있다. 잠시 후 우리는 전남 민속자료 제5호인 고재선 가옥에 다다른다.

고재선 가옥
 고재선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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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박동민 문화관광해설사는 우리에게 고재선 가옥의 역사와 건축 구조 등에 대해 설명한다. 고재선 가옥은 문간채, 안채, 사랑채, 헛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당 한쪽으로는 장항아리가 놓여 있고 안채의 뒤쪽에는 연못이 있다. 현재 연못에는 물이 없어 쓸쓸한 모습이다.

과거 삼지천 마을은 복개된 길을 따라 개천이 흘렀다고 한다. 그 개천이 세 갈래로 흘러 마을 이름이 삼지천이 되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삼지천으로 흐르는 물을 이곳 연못으로 끌어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물의 양이 많지 않고 흐르지 않아 그 못에 이끼가 끼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연못 이름이 태당(苔塘)이 되었다.

남도민박 마루에서의 오후
 남도민박 마루에서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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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선 가옥을 나오면 바로 앞에 남도민박 한옥이 있다. 전통한옥을 이용해 민박을 하는 집이다. 편리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당 한쪽으로는 개량식 한옥이 지어지고 있다. 개량식 한옥이란 외부는 한옥이고 내부는 현대식 시설을 갖춘 절충형 주택이다. 내부에 화장실과 싱크대 등을 갖춰 생활하기 편하게 만들어졌다.

우리는 전통한옥 안채 마루에 앉는다. 따뜻한 오후의 햇살이 마루까지 깊게 비쳐든다. 우리를 안내하고 있는 박동민 해설사가 마당에 서서 삼지천 마을과 한옥에 대해 다시 설명을 한다. 한옥의 가운데 문 위에는 '세독충정(世篤忠貞)'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영원히 충정을 지킨다'는 뜻으로 이곳에 살던 주인의 세계관을 잘 보여준다.

한옥에서 널뛰기를 즐기는 사람들
 한옥에서 널뛰기를 즐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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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람들은 마루에 앉지 않고 봉당의 나무의자에 앉아 설명을 듣는다. 따뜻한 햇살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려는 모양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마당에 있는 널에 올라 널뛰기를 한다. 담벼락 아래에서는 강아지 한 마리가 이 광경을 조용히 쳐다본다.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정(靜)과 동(動)의 절묘한 어우러짐이다. 이게 바로 슬로 시티 삼지천의 매력이다.

남극루에 오르면 삼지천 마을을 조망할 수 있다

한옥 민박을 나온 우리의 마을 순례는 남극루 방향으로 이어진다. 마을 바깥 길을 따라 돌면서 훤히 트인 너른 들판을 볼 수 있다. 창평은 산들이 마을과 들을 감싸고 있는 전형적인 분지에 자리 잡고 있다. 저 멀리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들은 무등산으로부터 이어진 호남정맥의 지맥이라고 한다.

싱싱하게 자라는 파
 싱싱하게 자라는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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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는 이미 보리가 파릇파릇하고, 밭에는 마늘과 파들이 한 뼘은 올라왔다. 아직 추위가 한두 번 더 찾아오겠지만 다가오는 봄기운을 이길 수야 있겠는가. 남극루는 들판 가운데 홀로 고즈넉하게 서 있다. 남극루는 원래 창평현청 자리에 있던 누각이다. 1919년 훼손될 위기에 있던 것을 고씨 문중에서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남극루(南極樓)라는 이름 때문에 창평면 소재지의 남쪽 끝에 놓이게 되는 운명을 타고난 것 같다.

남극루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중층형 팔작지붕 건물이다. 1830년대 고강일 등이 중심이 되어 지었다고 전해진다. 담양 지방의 다른 정자보다 웅장하고,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향토 유형문화유산 제3호로 지정되었다. 보통 누정에는 현판이 있고 창건기나 중수기 등이 있는데 이곳 남극루에는 제대로 된 기록을 찾을 수가 없다. 다만 그 흔적만 볼 수 있을 뿐이다.

남극루
 남극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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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누각 안 대들보와 서까래 주변에는 복잡한 형태의 결구를 볼 수 있다. 외벌대, 누하주, 창방, 주두 등의 용어를 써서 설명하고 있는데 잘 이해가 안 간다. 그렇지만 내부의 공포 조각장식이 눈에 띈다. 나무를 깎은 모양이 닭벼슬처럼 보인다. 벽의 바깥 평면에는 회칠을 하고 나무장식을 했는데 도깨비 얼굴 무늬다. 악귀를 쫓을 의도로 만들어진 것 같다.
  
마을 사람들은 남극루를 양로정(養老亭)이라는 이름으로 즐겨 부른다. 그것은 현재 2층이 경로당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1층에도 약 30cm 높이로 마루를 두었던 흔적이 남아있으나 이곳은 현재 어린이들의 놀이공간으로 사용된다. 2층에 오르면 북쪽으로 삼지천 마을과 창평면 소재지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봄기운이 쏟아져 내리는 고즈넉한 모습이다.

남극루에서 바라 본 창평면 소재지
 남극루에서 바라 본 창평면 소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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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삼지천 마을, #창평초등학교, #대보름 동제, #민속놀이, #남극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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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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