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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성숙한 목소리로 돌아온 강수지
 좀더 성숙한 목소리로 돌아온 강수지
ⓒ 강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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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말했다. 슈퍼 쥬니어와 동방신기 혹은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뒤섞여 있다면 구별할 수 있느냐고. 우리는 못 했다. 티브이를 틀면 나오는 그들이라도 말이다. 내 친구들과 난 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의 감성 아이콘을 가지고 있는 세대가 분명했다.

필 받아주는 신나는 음악이라면 다짜고짜 가리지 않는 나도 그랬다. 혹 30대 이상의 그대가 슈퍼 주니어와 소녀시대를 정확이 골라 낼 수 있다면 그대는 진정 신세대 아이콘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인정받아 마땅하며 음반 관계자 분들은 그런 분들께 뮤직뱅크의 브이아이피 좌석이라도 챙겨드려야 하지 않을까.

절절한 이별 곡에도 랩이 들어가는 요즘 대중가요의 트렌드를 이해하는 나지만 그래도 나의 감성을 좌우했던 가요는 역시 80년대 이선희의 <J에게>로 시작된다. 수면 위로는 이선희, 강수지, 신승훈, 김건모, 언더로는 윤상, 이문세가 그에 속할 것이다.

이들 중 꾸준한 감성파 뮤지션 윤상이 10일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4천여 명의 팬들앞에서 성황리에 콘서트를 마쳤고 그의 이름과 세트가 돼서 기억되는 가수 강수지 역시 6일 7년 만의 앨범을 선보였다.

<보라 빛 향기>의 강수지가 돌아왔다

강수지다. 툭 터놓고 말한다. 90년 데뷔시절 강수지를 기억한다면 소위 말해 어떤 남자들에게는 대박이요, 어떤 여자들에게는 비호감이었다. 온통 리본 투성이의 의상에다 레이스를 단 그녀의 모습은 순정 만화의 원조 청순가련형의 샘플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노래로 승부했고 데뷔곡 <보라 빛 향기>에 이어 <흩어진 나날들>은 그 시절 '가요 톱10'을 주름 잡았다. 5주 연속 1위를 하면 골든컵을 받았던 그 시절에 말이다. 레이스의 그녀가 40대 성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88년 뉴욕 동부지역 대학가요제 당선시절 심사위원을 했던 송승환과의 인연을 계기로 무작정 한국을 찾은 그녀의 용기는 90년 윤상을 만나 가수가 되는 꿈을 이루게 한다. 97년 일본에서의 활동을 위해 잠시 한국을 떠났던 그녀는 2001년 자신의 노래가 흐르는 치과병원 의사와 결혼을 하고 2006년 이혼을 해 지금은 7살이 된 딸 비비아나를 키우고 있다.

가녀린 이미지와 달리 그리 만만치 않은 그녀의 이력은 보다 단단한 그녀를 만들었고 13년 만에 자신의 음악을 함께 시작한 작곡가 윤상에게 곡을 의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2002년 10집 앨범 이후 7년 만에 대중 앞에 서는 것이다.

90년 강수지의 목소리를 발견한 윤상은 그녀를 위한 곡 <보라 빛 향기>를 만들었으며 <보라 빛 향기>는 2009년인 지금도 많은 여자들에게 청순함의 코드를 상징하는 단골 메뉴로 자리 잡았다. 가볍게 좌우로 몸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본다면 누가 여자답다고 하지 않겠느냐 말이다.

많은 것이 달라진 가요계로 돌아온다는 것은 그녀에게 오랜 고민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5월에 미니 앨범을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그녀는 이전에 디지털 싱글 앨범을 발표하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13년 만에 윤상에게 곡 의뢰

하지만 요즘의 트렌드인 싱글앨범이 그녀에게 낯설지 않은 것은 95년 겨울 <혼자만의 겨울>과 <필요한 건 시간일 뿐>이란 두 곡만을 담은 싱글 앨범을 발표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여고 졸업반 시절 난 너무 들어 다 늘어난 그녀의 싱글 앨범 카세트 테이프를 떨떠름한 표정으로 친구에게 빌려준 기억이 난다. 윤상의 곡과 강수지의 목소리가 있는 그 때의 카세트 테이프는 그 겨울 내게 유일한 낙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윤상의 곡에 박창학이 노랫말을 쓴 <잊으라니>다. 이 곡의 특징은 전 세계에서 몇 대밖에 있지 않다는 반도네온이라는 악기의 소리를 담았다는 것이다.

일렉트로닉 발라드에 탱고가 가미된 이 곡에 담긴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는 우리나라에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안 되는 악기로 아코디언과 흡사한 소리를 지니고 있다. 반도네온은 이 곡에서 생소하지만 이국적인 느낌의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역할을 한다.

‘어떻게 널 잊겠니’로 시작하는 가사는 95년도의 <필요한 건 시작일 뿐>과 동일하게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것이지만 느낌은 다르다. 95년도의 이별에 상대에 대한 원망으로 날이 서 있다면 <잊으라니>는 사랑의 상처마저도 조금 더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성숙한 목소리 성숙한 멜로디지만 그래서 조금 더 아프게 들린다.

일렉트로닉 발라드라는 윤상의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한 노래 <길고 긴 하루>를 부른 강수지의 목소리에는 한층 더 무게가 실렸다. 그전에 윤상의 곡을 노래한 얇고 고운 강수지의 목소리가 조금 더 매력적인 음색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세대 작곡가 최용찬의 곡인 <사랑할래>는 가장 밝고 경쾌한 리듬으로 한가한 주말오전 자전거를 타고 바게트 빵을 사들고 달리는 기분을 만들어 준다. 세 곡 중 가장 가벼운 리듬을 하고 있다.

다시 돌아오는 8090 가수들

이제 설 곳이 점점 없어진다는 중견가수들이 하나 둘 돌아오고 있다. 신승훈, 김건모, 윤상, 윤종신에 이어  80년대의 아이콘 <J에게>의 이선희도 컴백을 앞두고 있다. 2005년 <사춘기>기 이후 4년 만이다.

또한 1989년 <사랑은 유리 같은 것>이란 곡으로 섹시한 음색을 선보여 남자들을 사로잡았던 원준희 역시 18년의 공백을 깨고 돌아왔다. 첫싱글 <애벌레>에 이어 부활의 멤버 김태원의 곡으로 <사랑해도 되니>라는 곡을 선보인다.

이제 가요계는 30, 40대를 위한 넉넉한 자리를 마련해 둬야 하지 않을까. 이제 반가운 그들의 음악을 소녀시대의 곡이나 슈퍼 주니어의의 곡 사이에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신세대가 모를 이들의 감성. 90년대를 살아 온 나와 우리 친구들의 감성을 위해서 말이다. 


태그:#강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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