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회 국방위원회는 12일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제2롯데월드 건축을 사실상 허용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집중추궁했다. 

핵심은 지난 15년간 반대해온 국방부와 공군의 방침이 왜 갑자기 바뀌었느냐와 군사보호시설에 대한 일반인들의 민원에는 소극적인 국방부가 왜 재벌그룹인 롯데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태도변화를 보였느냐는 점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도 국방부의 입장변화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의문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지역구(대구 동구)에 K-2공군기지가 있어 이번 사안과 유사한 문제를 다뤄온 유승민 의원의 지적이 가장 날카로웠다.

국방장관 "롯데가 비용부담하겠다는 상황변화 있었다"

유승민 한나라당 간사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제2롯데월드 신축문제 등 현안보고에서 이상희 국방장관에게 "전임 장관과 공군참모총장들은 모두 반대해왔는데 이들은 '3도조정-장비보강'하면 된다는 것을 몰라서 그런 것이냐, 이들은 직무유기를 해온 것이냐"고 질의를 하고 있다.
 유승민 한나라당 간사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제2롯데월드 신축문제 등 현안보고에서 이상희 국방장관에게 "전임 장관과 공군참모총장들은 모두 반대해왔는데 이들은 '3도조정-장비보강'하면 된다는 것을 몰라서 그런 것이냐, 이들은 직무유기를 해온 것이냐"고 질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유 의원은 이상희 국방장관과 이계훈 공군참모총장에게 "지난해 9월 30일 보고받을 때 장관은 네 가지 안을 보고했는데, 그중 마지막 안인 '높이 203m 이하로 지으면 허용한다'는 안이 행정조정협의에서는 사라졌다"면서 "이게 최선의 안이었는데 왜 갑자기 빠진 것이냐"고 물었다.

당시 국방부가 보고한 네 가지 안은 ▲ 서울공항 이전 ▲ 동·서편 활주로 10도 방향변경 ▲ 동편 활주로 3도 방향변경-장비보강▲ 건물 높이를 203m 이하로 건설이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수익자인 롯데가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라며 "네번째 203m 이하 건설방안은 롯데의 비용부담 방침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빠진 것"이라고 답했다.

유 의원은 다시 "전임 공군참모총장들은 모두 반대해 왔는데 이들은 '3도조정-장비보강'하면 된다는 것을 몰라서 그런 것이냐, 이들은 직무유기를 해온 것이냐"고 물었다.

이 장관은 "그동안 공군과 롯데는 비행절차에 대해서만 논의를 해왔고 비용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답했고, 이 공군참모총장도 "(전임 총장들도) 그렇게 구체적인 방법은 몰랐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이 문제와 관련해 수익자부담원칙은 내가 제일 먼저 말했고 상식적인 사안"이라며 "롯데가 돈을 내겠다고 하니까 갑자기 555m 건물 건축이 가능하다고 하면 국민이 이해하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정부 결정 이전에 롯데가 비용부담 의사를 밝혔는지, '3도조정-장비보강'안이 언제부터 검토된 것인지가 논란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빌딩 때문에 활주로 방향 튼 사례 있나"..."확인 못했다"

유 의원은  "전세계적으로 빌딩을 짓기 위해 활주로 방향을 튼 사례가 있느냐"는 자신의 질문에, 이 참모총장이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하자, "그런 예는 없다. 대만을 예로 드는데, 그건 비행장 방향을 바꾼 게 아니라 활주로 근처 부대를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롯데가 부담해야할 비용에 대한 국방부 설명도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지난해 9월 30일 보고에서는 활주로 2개 조절에 1조300억원, 1개 조절에는 3천200억원이라고 보고 했었다"면서 "지금은 대략적 검토는 했으나 롯데에 제시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언론에는 활주로 1개를 조절하는 데 500억원~1천억원 소요된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안전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과소계산해 롯데에 이익을 주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상희 국방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제2롯데월드 신축문제 등 현안보고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상희 국방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제2롯데월드 신축문제 등 현안보고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 장관은 "저희는 검토단계에서 대략비용을 산정한 것 뿐"이라며 "당시는 대통령 1호기를 김포공항으로 옮기는 것까지 감안해서 산정요인에 변화가 생겼던 것이다. 수혜자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므로 비용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이와 함께  "시설 및 장비를 보강하면 대통령 전용기가 서울공항을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고, 서울공항에 배치된 경공격기인 KA-1 대대의 이전문제에 대해서는 "KA-1 항공기는 해상으로 침투하는 적에 대응한 2차 전력으로 운용되는 만큼 작전공역 중간에 위치하는게 좋겠다고 해서 제2롯데월드 건설문제와 별개로 이미 기지 이전이 검토됐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제2롯데월드 건설허용 자체에 대한 입장은 엇갈렸으나 국방부의 방침변경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김성회 의원은 찬성 입장을 밝혔고, 김무성 의원은 "나는 처음부터 허가해줘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활주로를 트는 이런 방법이 있는데 왜 15년동안 반대해온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상대가 롯데이기 때문에 허가해주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고 있는데, 이럴 때 국방부가 대국민성명을 발표,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대국민 서비스를 한다고 당당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심대평 자유선진당 의원은 "롯데가 비용부담 의사를 밝힌 것이 지난해 12월 30일인데, 서울시가 바로 그 다음날 행정안전부에 행정조정협조를 요청하고, 그로부터 7일뒤인 1월 7일에 행정협의조정을 통해 사실상 건설허용방침이 결정됐다"면서 "허가를 전제로 논의된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안규백 의원 "친기업 정책의 결정판"... 공청회 열기로

민주당의 안규백 의원은 "안보까지 경제논리 해결하고, 재벌에게 특혜를 주는 친기업적 정책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하면서 공청회를 요청했고, 국방위는 이를 수용해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같은 당의 서종표 의원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군사시설을 수익자 부담만 하면 언제든 이전할 수 있는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미 "제2롯데월드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이 대통령의 대학 친구 장경작씨가 롯데 총괄사장이 되면서 사실상 확정된 것"이라며 "제2롯데월드 신축이 재검토되기 시작한 지난해 9월 공교롭게도 공군참모총장이 경질된 것도 사전정지작업"(이재명 부대변인)이라는 논평을 낸 바 있다.

김학송 국방위원장도 이날 회의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보이기 때문에 여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된다면 제2롯데월드 건설이 허용되면 안된다"고 전제한 뒤 "안전문제가 없다면 롯데뿐 아니라 군사보호시설 구역 완화에 대해 군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제가 이대엽 성남시장에게 직접 확인했더니, 제2롯데월드 건설은 환영하지만 고도제한은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면서 "군사시설 보호에 대한 법의 경직성을 검토해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군도 전향적 검토를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2롯데월드 건축 허용이 이후 다른 군사보호시설 구역 해제와 축소의 구실이 될 것임을 전망케 하는 대목이다.


태그:#제2롯데월드, #유승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