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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켄의 한 가운데에는 비와코(琵琶湖)라고 하는 큰 호수가 있다. 이 호수를 중심으로 서쪽에 넓은 평야가 있어서 쌀농사가 예로부터 유명하고, 이 호수의 동쪽 산악 지역에는 메밀의 재배가 활발하였다. 쌀농사와 메밀 재배는 전통적이고 평범하다.

그런데 이곳 시가켄에는 비와코에서 잡힌 붕어를 이용하여 이곳만의 독특한 먹거리를 만들어왔다. 이것이 `후나쓰시`이다. `후나`는 일본어를 일본산 붕어를 말한다. `후나쓰시`는 한국말로 하면 `붕어식혜`이다. 봄철 붕어가 알을 배면 이때 붕어를 잡아 내장을 꺼내고 깨끗이 씻어 쌀로 밥을 하여 밥과 붕어를 섞어서 나무통에 켜켜이 담아서 눌러 놓는다.

이렇게 반년 이상 보관했다가 정월 음식으로 추울 때 꺼내먹는다. 이 때 처음 만들 때 같이 섞어두었던 밥알은 거의 삭아서 물이 되어 없어지고 고기만 남는데 이 붕어를 깨끗이 닦아서 얇게 썰어 먹는다.

필자도 몇 번 먹어본 적이 있는데 곰삭은 구린 냄새가 역겨울 정도이다. 그래도 술안주로는 먹을 만하다. 일본사람들도 술에 담가서 먹기도 하고, 그냥 밥반찬으로 먹기도 한다. 옛날에는 가정에서 담아먹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요즘은 거의 만들지 않고 상품화된 `후나쓰시`를 시가켄 특산품으로 일 년 내내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후나쓰시`와 같은 방식으로 붕어가 아닌 가자미, 도루묵, 명태, 말린 생선 등으로 만든 것이 한국에도 있다. 한국의 함경도, 경상도 등 여러 지역에 예로부터 `가자미식혜(식해)`, `도루묵식혜`, `명태식혜`, `말린생선식혜`가 그것이다.

시가켄은 비와코가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잡히는 붕어를 이용하여 만든 것이다. 한국에서 만드는 가자미식혜(식해), 도루묵식혜, 명태식혜, 말린생선 식혜 등이 한국의 동해안 지역에 많이 유행하는 점에서 동해안의 먹거리 습관이 동해를 거쳐 비와코 지역으로 전파된 것이 아닌가 한다.

`후나쓰시`가 예로부터 전해오는 전통적인 먹거리라고 한다면 현대적인 시가켄의 먹거리는 노란 간판의 생라면 「라이라이(來來亭)」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는 각 지역에 따라서 다양한 생라면이 있다. 그런데 시가켄 생라면 맛의 정수는「라이라이(來來亭)」에서 맛볼 수 있다.

처음 10여 년 전 시가켄의 조그만 생라면집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시가켄, 간사이 지역, 일본 전국에 생라면 「라이라이(來來亭)」가 50여 곳 이상 분점을 운영하고 있다. 시가켄 생라면 「라이라이(來來亭)」의 생라면 맛은 일본의 나머지 생라면과 큰 차이는 없지만 식당의 운영과 메뉴에서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크게 성공한 것이 아닌가 한다.

필자가 라면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동안 라면을 먹어온 경험에서 몇 가지 말하고자 한다. 시가켄 생라면 「라이라이(來來亭)」의 식당 크기는 어느 분점이라도 협소하다. 많아야 30 명 이상 앉을 수가 없다. 그래서 식당 안에서 먹는 손님이 많으면 문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시가켄 생라면 「라이라이(來來亭)」의 식당 입구에는 반드시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출입문 옆에 간단한 의자와 간이 비가림막이 설치되어 있다. 이것이 장사 수완인 듯하다. 식당 밖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게 되고 자신도 한번쯤 그 라면을 먹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시가켄 생라면 「라이라이(來來亭)」의 식당 위치는 반드시 자동차의 통행이 잦은 도로 옆에 있다. 골목 안에 있는 분점은 필자의 경험으로 본 적이 없다.

다음으로 시가켄 생라면 「라이라이(來來亭)」의 생라면은 메뉴가 다양하다. 일본의 생라면 맛은 크게 간장맛과 된장맛 둘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이곳 「라이라이(來來亭)」에는 `양파생라면`, `만두생라면` 등등 여러 가지 메뉴가 50 여 가지 이상이다.

이것은 까다로운 일본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성공한 이유 가운데 하나인 듯싶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보통 일본 식당에서 우동이나 메밀국수(소바)를 주문하면 메뉴에 따라서 다르지만 우동, 메밀국수(소바) 이외의 밑반찬은 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 시가켄 생라면 「라이라이(來來亭)」에서는 단무지, 야채 장아찌, 간장, 간 마늘 등이 항상 갖추어 있어서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식당 안의 자리 역시 손님이 좋아하는 대로 의자에 걸터앉거나 방바닥에 책상다리로 않아서 먹을 수 있다.

이런 몇 가지 점에서 시가켄 생라면 「라이라이(來來亭)」가 10 년 미만의 짧은 시간 동안 분점 수 50 개 이상으로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혹시 일본 시가켄이나 간사이 지역에 오실 일이 있으시면 노란 간판의 생라면 「라이라이(來來亭)」에서 한번쯤 생라면 맛을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태그:#시가켄, #후나쓰시, #라이라이(來來亭), #생라면, #가자미식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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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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