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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선대인(36)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최근 펴낸 책의 제목이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스포츠 신문 연예기사처럼 선정적인 제목이 아니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본 이들은 "한 사람이라도 더 읽게 하기 위해선 필요한 제목이었다"고 말한다.

 

선 부소장은 "시류에 편승하거나 책장사를 하려 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정보를 얻는 서민들이 책을 읽고 위기상황에 대비할 수 있게끔 하려고 책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그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석사 학위를 받고 서울시 정책전문관으로 일했다.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는 그의 책이 무게감을 갖는 건 그가 현장과 이론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거품 붕괴의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

 

선 부소장은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남은 건 그 충격의 크기와 속도"라며 "현재 부동산 시장은 집값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반면 거래량은 급속히 줄어드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다, 거품 붕괴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분석의 바탕에는 세계 경제의 동조화 현상이 있다. 집값이 떨어지는 건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 경기도 고양시 일산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그와 인터뷰를 하던 7일 오전에도 전날 세계 주가의 급락으로 우리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인한 금리 상승 역시 집값을 떨어뜨리는 주 요인이라는 게 선 부소장의 견해다. 은행들이 달러를 빌리기 어려워져 금리가 뛰기 시작했다. 선 부소장은 "대출 규제가 풀려도 자금난에 빠진 은행들이 돈을 쉽게 대출해주진 않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대책 역시 집값 하락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명박 정부는 초과 공급에 인구구조상 수요 역시 적은 상황이 벌어지는데도, 엄청난 물량을 들이붓고 있어 집값을 하락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 부소장은 마지막으로 "언론을 믿지 말라"고 강조했다. 기자 출신인 그는 "언론은 부동산 광고를 매개로 부동산 기득권 세력과 연계돼 있고, 부동산 재벌인 언론이 많다"며 "그들이 공정보도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선대인 부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전 세계적 부동산 값이 떨어지는데, 우리만 예외?

 

-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고 분석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2000년대 이후 부동산 거품이 생긴 건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값이 상승하는 동조화 현상이 있었다. 미국이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달러 유동성을 전 세계에 급격히 공급을 했고, 여기에 저금리기조를 펴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생겼다.

 

하지만 현재 거품의 중심이던 미국의 집값이 꺼지고 있다. 다른 나라 역시 시차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마찬가지다. 거품이 붕괴하면서 달러유동성이 급격히 본국으로 회수되면서, 전 세계적인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다. 당장 금리가 오르는 등 한국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연 10%대에 진입했다. 이 또한 세계 경제의 동조화 현상 때문인가?

"거품이 커지면 거품을 붕괴시키는 시장 압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은행들이 2003년부터 부동산 담보 대출을 엄청 해줬고, 예금과 비교해 140% 초과 대출됐다. 은행에서 CD(양도성 예금증서), 은행채를 발행하고, 단기 외화 차입까지 해서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이젠 은행이 달러를 빌려올 수 없다. 고금리가 될 수밖에 없다."

 

- 책에선 "더 이상 부동산 신화는 없다"고 했다.

"투자자 관점에서 살펴보자. 7~8년 전 1억원에 산 집이 2억원이 됐다면 투자 수익률이 100%다. 하지만 10억원인 집일 경우 같이 1억원 올랐다고 해도, 투자 수익률은 1/10인 10%로 줄어든다. 이 경우 은행 이자에 대한 기회비용, 세금 등을 내고 나면 손해날 수 있다. 현재 집값이 안 오르거나 떨어지고 있다. 대부분 엄청난 대출을 끼고 있는데, 버티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집을 파는 게 정상이다."

 

"대출규제 풀어도 실효성 없어... 고통스러워도 부동산 거품 빼야"

 

- 일각에선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를 풀면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출 규제 말고 풀어달라는 거 다 풀어줬지만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나? 이젠 마지막 남은 대출규제를 풀어달라는 엉뚱한 소리를 하는데, 어불성설이다. 미국이 저런 상황이 된 것 중 하나가 모기지 대출을 100%까지 해준 탓이 크다. 대출 규제를 풀게 되면 정부는 굉장히 무책임하고 책임의식이 없는 거다. 

 

대출 규제를 푼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없다. 은행 스스로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위험 가능성이 있는 건 자금 회수에 들어가는 상황인데, 대출 규제 풀어준다고 해도 은행이 겁도 없이 나서겠나."

 

- 역으로 생각해 보면, 대출 규제가 있는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집값 하락이 적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그렇지 않다. 대출 규제로 집값이 20~30% 떨어져도 별 문제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현재 집값은 통계상으로 거의 안 떨어지는데도 경매 법정에선 경매가 계속 유찰되고 있다. 집값 하락→ 금융 부실 심화→ 실물 경제 위기→ 경기 침체→ 집값 하락으로 연쇄적인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다. 아주 산술적으로 집값이 20% 떨어져도 문제가 없다고 하는 건 굉장히 순진한 생각이고, 기대 섞인 희망일 뿐이다."

 

- 거품이 꺼지면 서민들에게 고통이 전가되니 거품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2004년 부동산 거품을 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 정부는 거품이 붕괴하면 경제에 큰 충격이 온다고 하면서 경기 부양론으로 몰고 갔고, 결국 2005~2006년 부동산 거품이 생겼다. 거품만 키울 뿐이다.

 

거품이 꺼지면, 단기적으론 꽤 고통스러울 수 있다. 307조원에 이르는 부동산 담보 대출 받아 거품에 가담한 상류층에서 깡통 차는 사람들이 많이 나올 거다. 서민들에게도 큰 충격이 간다. 하지만 서민들은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는 수준이다.

 

악성 종양을 놔두면 한동안 살 수 있지만, 갈수록 악성 종양의 증세가 심해지면 더 어려워진다.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말기 암으로 사망하게 된다. 말기 암까지 가기 전에, 지금이라도 빼자는 거다."

 

언론은 부동산 이해관계자... "언론 믿지 말라"

 

- 현재 미분양 물량 증가가 큰 문제다. 정부가 매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시장원리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가장 극단적으로 시장 원리를 부인하고 있다. 기득권 만능주의다. 건설업체들이 계속 폭리를 취했지만, 시장 원리라는 이유로 이익을 다 가져갔다. 원가공개 요구에 시장원리에 반한다며 안 된다고 했다.

 

미분양 물량을 그들 말대로 시장 원리에 맞춘다면, 집값을 떨어뜨리면 된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원리에 정면으로 반하면서, 국민 세금 풀어서 매입해 그동안 폭리 취한 건설업체 살리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게 무슨 국민의 정부인가?"

 

- 정부는 공급 위주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 정부가 주먹구구식, 뒷감당 안 하는 정부임을 보여준다. 아무 전략 전술도 없다. 지금도 초과 공급 상태다. 미분양 물량이 나오는 상황에서 2010년대까지 57만호 공급하게 돼 있다. 공급이 쏟아지더라도 수요가 있으면 좋은데, 수요도 없다.

 

베이비 붐 세대들이 2010년 넘어서면 은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을 대체할 젊은 세대들은 숫자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이 많고 경제적으로 굉장히 취약하다. 막대한 공급 초과와 막대한 수요 부족이 동시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다. 불과 몇 년 후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생각 안 하는 정부다. 뒷감당을 생각 안 한다."

 

- 많은 사람들은 언론을 통해 부동산 정보를 접한다. 하지만 언론 믿지 말라고 주장했는데.

"언론 지면에 나오는 엉터리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 펀드 전문가 얘기 들어서 낭패 본 사람들이 한 둘인가. 언론을 신뢰하기 힘든 건 우리 언론의 전문성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 이상의 식견을 가진 기자가 없다.

 

또한 부동산 문제와 관련, 언론은 강력한 이해 관계자다. 기자들을 시켜서 분양받을 수 있는 정보를 취재하게 하는 행태를 보였다. 조중동은 부동산 재벌들이고, 다른 언론사 역시 부동산 임대업을 한다. 청계천 주변 언론사들은 청계천 찬가를 그렇게 불러댔다.

 

신문광고 매출 중 부동산 광고 수입이 심할 땐 30~40% 정도였다. 부동산 광고를 매개로 언론은 부동산 기득권 세력하고 연계돼 있다. 그런 언론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태그:#선대인, #부동산 대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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