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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의 근로소득세 및 종합소득세 세수가 올해에 비해 30%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는 세입예산이 발표되자, 종부세 감세와 맞물려 '부자에게 깎은 세금을 서민에게 전가한다'는 정서가 팽배지고 있다.

 

부동산 부자들이 주로 납부하는 종부세와 양도소득세가 각각 31.4%와 6.5%씩 오히려 감소하는 것과 비교하면, 분명히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만한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분노감을 표출하는 것으로 그치기에는 상황이 좀 복잡하다.

 

만약, 이러한 분노감이 부자들과 대기업에 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고, 소득세 전반에 대한 추가적 감세 요구의 방향으로 선회한다면 본격적 감세 경쟁에 돌입하고, 그 결과 '감세-복지 축소'의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

 

이는 오히려 보수진영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

 

특히, 소득세는 누진적인 세율구조로 인해 여러 세목 중 가장 소득재분배 효과가 높은 세금이다. 따라서, 소득세 감세가 정당화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분노는 서민이 하지만 과실은 부자들이 따먹는 '죽 쒀서 개 주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대로 유가환급금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할 경우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 증가폭이 각각 7.5%, 13.7%에 그친다면 이는 과거와 비교하여 아주 비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근로소득공제액 최하구간, 500만원→400만원... 저소득층에 '증세효과'

 

문제의 본질은 소득세가 다른 세목에 비해 많이 증가했다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득세율을 인하했는데도 어찌하여 소득세가 이렇게 많이 증가하였는가에 있다. 여기에 우리가 간과한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비밀은 근로소득공제액 최하구간을 축소한 개정안에 있다. 올해까지 근로소득공제액의 최하구간은 500만원이었다. 모든 근로자에게 연봉에서 최하 500만원을 기본적으로 공제하고 세금을 계산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그 금액이 400만원으로 인하된다.

 

근로소득공제액 최하구간 인하는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증세 효과를 초래한다. 예를 들어, 연급여가 700만원인 1인 가족 근로자의 경우 최하 단위 근로소득공제액 500만원과 본인에 대한 기본공제액과 표준공제액 200만원을 공제하면 과세표준이 0원이 되어 세금을 안 내지만, 내년부터는 최하 단위 근로소득공제액이 400만원으로 인하됨으로 인해 과세표준이 50만원(기본공제액이 150만원으로 인상됨)이 되어 세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2006년에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는 약 1260만명이었는데 이중 약 597만명이 과세 미달자이고 662만명이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였다. 근로소득공제액 최하구간 인하가 근로소득세를 납부한 662만명에 미친 증세효과는 약 7300억원이었다. 만약, 597만명의 과세 미달자 중 일부가 근로소득공제액 최하구간 인하로 인하여 과세자로 전환되는 사례까지 고려하면 증세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662만명에 대한 증세 효과를 계층별로 분석해보니, 증세액 중 90%는 과세표준이 4600만원 이하인 근로자에게 돌아갔다. 반면, 세율 인하로 인한 근로소득세 감세효과는 연말정산 신고를 한 근로자의 상위 2.2%에 해당하는 27만6000명에게 30% 가량 돌아갔다.

 

세율 인하로 감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세의 증가폭이 큰 이유는 부유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감세효과를 중산층 이하에게 부담이 집중되는 증세효과가 상쇄했기 때문이다. 그 상쇄효과는 세율인하로 인한 감세액의 5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종부세를 대폭 낮추고 이로 인한 부족한 세수는 재산세를 늘려 메우려는 부동산보유세 개편안이 본격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부동산보유세 역시 소득세 만큼 소득재분배 효과가 매우 큰 세금이지만, 이 개편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부동산보유세마저 역진적인 세금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가장 누진적이고 소득재분배 효과가 큰 세금인 소득세와 부동산보유세마저 역진적으로 만드는 그들의 후안무치한 재주가 놀랍고 무서울 따름이다.


태그:#감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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