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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문부과학성이 자국 내 출판사에게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문구를 넣으라고 지시한 것이 한국 언론을 통해 국내에 알려지면서 또다시 양국 간의 영토 분쟁 문제가 이슈로 되었다.

이미 십수년 간 지리한 공방을 벌여온 한국과 일본 양국의 독도 문제는 해결이 요원할 뿐더러 오히려 일본 보수 정치인들의 태도만 더욱 노골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오랜기간 지속되어온 일본 내의 우익 정치 인사들의 높은 영향력으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촌극이라는 평이 국내에서 지배적인데 반해 일본 내의 여론은 미온적이거나 오히려 자국 정부에 호의적이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한국, 일본 양국의 젊은이들은 어떠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보기 위해 미국에서 유학 생활 중인 양국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미국에서 생활하는 양국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미국에서 생활하는 양국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김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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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배현철(26) 숭실대 정보통신 전자공학부
           이상미(24) 청주대 한문교육과         
           이승현(23) 경희대 건축공학과
           안세영(27)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이민일(24) 용인대 경호학과(이상 한국)
           마이 우에노(20) 와세다대 인류학부
           유시 하라다(23) 우츠노미야대 정보과학과
           요코 요시노(20) 교토대 영어영문학과           
           카즈야 이와사(23) 전 항공자위대 삼등관
           나츠키 하토카(21)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과(이상 일본)

- 독도 문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승현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배워왔고 지금도 신문이나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이민일 "얼마전 포털 사이트 뉴스를 통해 문부과학성 관련 뉴스를 접했다. 당시 또 일본이 저런다 싶어 답답함을 느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독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고 생각한다."

카즈야 "사실 잘 알지는 못한다. 단지 일본과 한국 상호 간에 영토 분쟁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마이 "잡지나 신문,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 일본 국민들은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면 그저 '아, 그렇구나' 하고 그 순간이 지나가면 잊어버린다."

유시 "맞다. 그냥 관심이 없다. 한국 젊은이들은 우리에 비해서 국제 문제나 정치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한국인들과 그런 주제로 대화를 할 때면 매번 놀라게 된다."

요코 "주변의 한국 친구들을 보면 교육 방식이 달라서 그런지 국민성이 일본인과 많이 다른 것 같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에 비해 보다 개인적인 것 같다."

이상미 "한국인들은 당연히 식민지배 사실 때문에 일본에 대해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과의 영토분쟁 문제가 불거지면 당연히 관심을 더 가질 수밖에 없다."

나츠키 "개인적으로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한국어 수업도 들으면서 나름대로 한국에 대해 많이 알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독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저 가끔 접하는 뉴스에서 들어보았을 뿐이다."

좌측부터 배현철, 이승현, 이상미
 좌측부터 배현철, 이승현, 이상미
ⓒ 김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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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독도에 대해 배운 적이 있는가?
유시 "중학교 지리 수업 시간에 잠깐 배운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기억으로는 그다지 중요한 내용으로 다루지 않아서 별로 아는 것이 없는 것 같다."

배현철 "한국 학생들은 자라면서 중·고등 학교 수업 시간뿐만 아니라 부모님이나 다른 어른들의 말씀이나 한국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해왔다."

카즈야 "내 생각에는 한국과 일본의 교육 방식이 상당히 다른 것 같다. 우리는 그저 독도에는 양국 간의 영토분쟁이 있다는 것만 가르치고 더 깊게 가르치지 않는다. 그저 팩트만 알고는 끝난다."

마이 "사실 나는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지리에 대해서 배우지 못했다. 몇몇 선택과목이 있는데 나는 지리를 선택하지 않았고 그래서 중학교 졸업 이후에는 독도에 대한 내용은 그저 가끔 뉴스에서 접할 뿐이다."

요코 "그래도 우리는 다른 젊은 일본사람들에 비하면 어느 정도 아는 편이다. 어떤 친구들은 '다케시마'가 무엇인지도 잘 알지 못한다. 대부분의 일본 선생님들은 카즈가 말했듯이 독도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금방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 버린다."

안세영 "학교에서도 물론 배웠지만 사석에서도 가끔 이러한 문제로 토론해 본 적이 있다. 한국인들은 이것이 단순한 양국 간의 자존심 싸움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경제적인 이유 등이 여러가지로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츠키 "사석에서 정치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은 일본 젊은이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좌측부터 카즈야 이와사, 나츠키 하토카
 좌측부터 카즈야 이와사, 나츠키 하토카
ⓒ 김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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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부과학성이 일본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다'라는 문장을 넣으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 이런 교과서를 일본 중학생의 74.5%가 사용하고 있다.
마이 "그 문장이 예전에도 있었는가?"

요코 "아마 없었던 것 같다. 아직도 많은 일본 사람들은 독도가 어느 나라 영토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유시 "맞다. 나도 독도가 어느 나라 영토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여기 다른 일본 친구들도 다들 그럴 것이다."

이승현 "나는 그 점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진다. 한국 영토를 가지고 일본 영토인지 한국 영토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안세영 "한국인들은 독도가 자기 영토라는 것을 확신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교육받았기 때문이고 한국 선생님들은 정확한 팩트를 가지고 교육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민일 "이런 점 때문에 교육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학생들은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공부하거나 자세하게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잘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의 근본인 교과서가 정확한 내용만 담아야 하는 것이다."

마이 "아버지와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 보수 정치인들에 대한 얘기를 했던 적이 있다. 아버지는 몇몇 소수의 극우 정치인들이 일본의 국가 이미지를 망쳐 놓는다고 불평하셨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마 문부과학성이 한 일도 극우 정치인들의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

배현철 "지금 저런 교과서를 가지고 일본 교사들이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교육하고 있고, 그렇게 교육 받은 일본인 중학생들은 자라서 성인이 되었을 때 오히려 한국인들을 이상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좌측부터 유시 하라다, 요코 요시노, 마이 우에노
 좌측부터 유시 하라다, 요코 요시노, 마이 우에노
ⓒ 김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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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국의 영토 분쟁 소식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유시 "안타깝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가 서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교류도 많이 하는 나라끼리 소모적인 분쟁을 계속한다는 것이 이해하기가 어렵다. 괜히 한국친구들에게 미안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이민일 "동의한다. 나도 유학 생활 중에 만난 일본인 친구들과 얘기할 때 독도나 광복절 얘기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민감해진다. 그리고 많은 일본 친구들은 광복절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요코 "사실 나도 이 토론을 하기 전까지 광복절이라는 것이 한국에 있는지 잘 몰랐다. 대학 진학 전까지는 독도가 당연히 일본 영토인 줄 알았다. 이름이 '다케시마'니까. 누구도 자세하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나도 무엇이 팩트인지 알고 싶다."

배현철 "앞서 얘기가 나왔지만 그래서 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지금 상황은 예를 들면, 두 명의 소년이 있는데 그 중 한국 소년이 신고 있는 신발을 보고 일본 소년이 그 신발은 자기 것이니까 달라고 한다. 하지만 그 신발은 당연히 한국 소년 것이다. 하지만 일본 소년은 그 신발을 얻게 되면 부수적으로 얻는 것이 많다. 주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거나 더 빨리 달릴 수도 있다. 얻으면 좋고 실패하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 소년은 그렇지 않다. 당연히 내 것이기 때문에 지켜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두 나라 젊은이 간의 관심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좌측부터 안세영, 이민일
 좌측부터 안세영, 이민일
ⓒ 김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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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결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안세영 "일본인들은 양국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고 아는 것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역사 교육을 겉핥기 식으로 해오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인들도 일본인들을 다그칠 만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반성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문제에 대해 흥분은 쉽게 하지만 해결하려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마이 "하루 빨리 이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한다. 이런 나라 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재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승현 "국제사법재판 말인가? 독도 문제는 국제 사법재판을 할 필요가 없는 문제다. 국제사법재판은 기소 대상인 상대 국가가 안건을 승낙하여 응소하지 않으면 안건 자체가 성립되지 못한다고 들었다. 한국은 이미 오래 전 부터 독도를 자국영토로 관리해왔고 행정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한국이 재판에 응할 이유가 있겠는가?"

유시 "그런 점은 미처 몰랐다. 나는 국제재판으로 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양국 정부 간에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서 하루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 내 일부 보수 정치인들에게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정부뿐 아니라 양국 국민들간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경로가 지금보다 더 많아졌으면 한다."

요코 "그러면 양국 젊은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우리가 사회를 이끌어가는 구성원이 되었을 때 지금 보다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상미 "재판 이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어린 학생들이 어떤 역사관을 가지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독도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반박하기 어려운 증거를 찾아야 한다."

배현철 "과거의 과오나 잘못된 점들은 인정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국의 젊은 20~30대들이 서로 교류를 활발히 해서 서로를 좀 더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그:#독도, #한일관계, #대학생, #한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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