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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종 대우조선노동조합 위원장.
 이세종 대우조선노동조합 위원장.
ⓒ 대우조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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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가 술렁거리고 있다. 울산과 조선산업의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경남 거제가 일대 기로에 서 있다. 세계 3위권 조선업체이자 시가총액 7조원대인 대우조선해양이 매각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매각 발표가 나온 지난 3월부터 대우조선에서는 물량수주부터 삐걱거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있는 고현에 비해 대우조선이 있는 옥포는 소비가 줄고, 상가 매출도 떨어지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은 불안하다. 지역 전체가 위축된 분위기다.

대우조선은 1973년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로 출범했다. 1994년 대우중공업과 합병하고, 1999년 대우그룹 구조조정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2000년 10월 지금의 회사로 분리·독립하였으며, 2001년 8월 23일 워크아웃에서 벗어났다.

대우조선은 31.3%를 보유한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이며, 자산관리공사는 19.1%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가 갖고 있는 주식 50.4%가 이번에 매각 대상이다.

산업은행은 21일 대우조선 매각 공동 자문사로 골드만삭스, 회계 자문사로 한영회계법인, 법무 자문사로 법무법인 광장을 각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산업은행은 5월중 매각 주간사 실사를 거쳐 5월 말 매각 공고를 낸 뒤 8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대우조선의 방산부문은 산업은행이 직접 실사하고, 골드만삭스는 나머지 부분을 맡게 된다. 잠수함 등의 건조기술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을 외국계 매각 자문사가 실사하면 국방기밀 등의 유출 우려가 있어 이같이 결정했지만, 노동조합은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대우조선노동조합(위원장 이세종)은 21일 성명서를 통해 "해외 매각주간사 선정에 따른 문제점과 조선기술 보호 장치에 대한 구성원들의 우려도 현실로 나타났다"며 "골드만삭스로 선정된 것은 대우조선이 보유한 조선해양 기술과 방위산업의 군사기밀이 필연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되어 국부 유출과 한국 조선 산업의 위기를 자초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국내외 자본은 많다. 한화그룹과 삼성중공업, 두산그룹, 포스코 등 국내 자본뿐만 아니라 중국도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노조는 매각과 관련해 총파업을 결의해 놓고 있다. 지난 8일 실시된 파업찬반투표에서 조합원(7067명) 92.02%가 참여해 92.6%(6022명)가 찬성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높은 투표율에다 찬성률을 보였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절실함을 보여준 것이다.

파업 돌입 시기는 위원장에게 위임된 상태다. 노조는 22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기금' 승인과 쟁의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을 결의했으며, 23일 상경투쟁을 전개한다. 지난 14일부터 최종호 수석부위원장를 팀장으로 7명의 상경투쟁단을 서울로 파견해 정보수집뿐만 아니라 지식경제부 앞 등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조는 이명박 대통령의 면담 요청과 청와대 앞 1인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또 협력사와 지역단체들이 참여하는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노조는 최근 소식지 <새벽함성>을 통해 "상무집행위원은 전원 구속을 각오하고 있다"며 투쟁 의지를 밝혔다.

노조가 이같이 강경하게 나선 데는 까닭이 있다. 산업은행이 매각절차를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 노조는 '일괄매각'과 '해외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노조가 참여하는 매각협의체를 구성할 것으로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매각절차를 볼 때 무시되었다고 보고 있다.

이세종 위원장은 "참는 데 한계를 느낀다"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서 매각을 강행하고 있다. 단순하게 사고 파는 시장논리로 보면 안된다.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21일 저녁 이세종 대우조선노동조합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대우조선노조는 지식경제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우조선노조는 지식경제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대우조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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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겠다고 했는데 만나기로 했는지?
"지난 주에 상경투쟁단이 가동되었다. 지금까지 지식경제부와 금융위원회 등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주부터 청와대 앞 1인시위를 할 예정이다. 대통령 면담 요청은 아직 하지 않았다. 주말 이후에 할 것 같다."

- 이 대통령을 만난다면 하고 싶은 말은?
"사고파는 시장 논리보다는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국가경제 전체 차원으로 봐야 한다. 조선산업은 기술력이 있어야 하고 노동집약으로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조선산업은 거의 대부분 수출이다. 국가정책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대우조선이 잘못되면 거제 전체가 휘청거리며 결국 국가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 참여정부에서는 매각하려고 안했는지?
"참여정부에서 지난 해 하반기 매각하려고 했다. 고민하다가 넘긴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가속화시키고 있다.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볼 때 새 정부가 들어서서 강하게 진행시키는 것 같다."

- 부도난 기업을 우량기업으로 만드는 데 노동자들의 희생도 컸다고 하던데?
"1998년 유동성 위기로 부도가 났다. 당시 12개 대우그룹 계열사가 워크아웃되었다. 대우조선은 2년만에 워크아웃에서 졸업했다. 올해 10조 정도 매출 목표다. 지난해부터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도 순이익은 5000억 정도 예상된다. 그야말로 초유량기업으로 만들어 놓았다. 산업은행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도 인정하지만, 구성원들이 임금도 삭감하고 인원도 줄어들면서 피와 노력의 희생 속에 우량기업을 만들었다."

- 그런 기업을 매각한다고 하니 어떤 느낌인지?
"영원히 팔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구성원들도 한 주체이기에 사전에 공유하자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실무자들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는데 매각발표부터 지금까지 모두 일방적이었다. 지난 3월 말 매각 발표 뒤 상경투쟁 때 이후부터라도 공유하자고 했는데, 오늘(21일) 매각 주관사를 정하는 것도 공유하지 못했다."

- 해외주관사 선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우조선에서는 잠수함 등 군수부문도 맡고 있다. 이왕이면 주관사를 선정하더라도 해외업체는 빼고 국내업체로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투명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 골드만삭스사와 군수기밀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비밀협약을 맺겠지만, 불안하다."

대우조선노조는 산업은행 앞에서 일방적인 매각 진행에 반대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우조선노조는 산업은행 앞에서 일방적인 매각 진행에 반대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대우조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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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은행의 지금까지 태도를 어떻게 보나?
"산업은행은 공적자금 투입 당시와 비교할 때 엄청난 차익을 얻게 된다. 파는 입장에서 팔고 나가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산업은행은 경영 프리미엄까지 얹어 팔려고 한다. 사는 측에서는 상당부분 부채를 안고 들어올 것이다. 부채를 안고 사게 될 경우 구조조정을 강행할 것이고, 그러면 그 피해는 노동자들이 안게 된다. 산업은행은 단순히 팔고 나가버린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 해외, 특히 중국에서 대우조선 인수에 뛰어들 것으로 보는지?
"중국이 조선산업을 육성시키고 있지만,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 물량수주를 했지만 설계 등 기술력 부족으로 납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강하게 인수하려고 하는 것으로 안다. 외환은행과 쌍용자동차를 해외에 매각해 어떻게 되었나. 결국에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조선업이 과거 잘못된 매각 절차를 또다시 밟아서는 안될 것이다."

- 그동안 대우조선과 산업은행의 관계는 어떠했나?
"산업은행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경영회의를 매달 해왔다. 노조에서도 참석해 왔다. 회의가 끝나면 여러 이야기들을 한다. 오래 전부터 매각이 변수라는 말을 해왔다. 그때마다 충격이 덜하게 해야 하고, 공유하자고 했다. 그런데도 이번에 하는 것을 보니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은 1대 주주니까 전문경영인한테 맡겼다. 임금협상도 위임을 받아서 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우조선은 최근 세계 2위 자리에서 3위로 밀려났다. 삼성중공업이 추월한 것이다. 그것은 대우조선이 투자를 3년간 하지 않은 탓이 크다.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4위로 추락할 수도 있다. 올해 투자를 8800억원 하기로 했는데, 앞으로 조금 나아질 것이다."

- 매각반대 투쟁을 어떻게 진행시킬 것인지?
"대우조선의 구성원의 3만명이 넘는다. 조합원만 7000여명이고, 사무직이 4000여명이다. 협력사 종사자가 1만7000여명이다. 투자회사까지 포함하면 더 많다. 지역에서 범시민대책위를 구성해 대응할 것이다. 지역과 같이 공감해 왔다. 거제시장과 시의회에서도 매각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경남도의회도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대우조선의 매각은 국가경제 전체와 연관이 있다."

- 앞으로 최종 매각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 같은데?
"주관사 선정 뒤 실사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우선참여대상자를 선정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다. 짧게는 6~7개월, 길게 보면 1년도 걸릴 수 있다. 실사작업을 일방적으로 하면 막을 것이다. 그러면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 기간 동안 회사와 조합원, 지역이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

- 파업을 할 것인지?
"조합원 92%가 찬반투표에 참여했다. 높은 참여율이다. 그만큼 매각 문제가 절실하다는 뜻이다. 파업 시기는 위원장한테 위임되어 있다. 일방적인 매각절차를 계속한다면 파업 등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바로 파업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산업은행은 지금부터라도 일방적으로 해서는 안되고, 노-사 공동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현재의 요구사항이라면?
"일방적인 매각절차가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그동안 희생을 감수해온 노동자들이 당사자로 참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외매각을 반대하고, 투기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투기자본이 들어올 경우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 국내 대자본들도 눈독을 들이는 것 같던데?
"현재 기준으로 보면 출자총액제한 때문에 현재 국내 7대 자본은 참여할 수 없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출자총액제한 규제를 풀거나 없애겠다고 한다. 지난 정부에서 묶어 놓았던 것을 풀면, 삼성과 현대도 들어올 수 있다. 현대는 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 삼호조선까지 갖고 있는데 대우조선까지 차지한다면 독과점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삼성은 같은 거제에 있다. 동종사로 넘어갈 경우 구조조정이 심해질 것이다."

대우조선노조는 금융위원회 앞에서 '일괄매각반대'와 '당사자 참여보장' 등을 요구하며 1인시위에 돌입했다.
 대우조선노조는 금융위원회 앞에서 '일괄매각반대'와 '당사자 참여보장' 등을 요구하며 1인시위에 돌입했다.
ⓒ 대우조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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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사주나 지역민들이 힘을 합쳐 매입하는 방법은 가능성이 없나?
"처음에는 그런 이야기도 나왔다. 자산관리공사가 갖고 있는 19.1%의 주식만이라도 우리사주와 국민주로 나눠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렇게 할 경우 자문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 주식을 사겠다고 하는 지역민도 많다. 그런데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친기업정책을 펴면서 규제를 푼다고 한다. 그러면 노동자들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이 고민을 많이 해주기를 바란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출석해서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새 주인한테 주어야 한다지만, 시장논리보다는 전략적 접근을 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조선산업이 더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되어야 한다. 밀어주기나 특혜로 할 경우 이후에 많은 문제들이 나타난다. 대우조선이 재매각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한 개인 기업이 아니다.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매각이 되어야 한다. 부도난 회사였는데, 구성원들이 여러 희생을 참아내면서 우량기업으로 만들어 놓았다. 정부는 차익만 노리고 팔아버리겠다는 자세로 임해서는 안된다. 노동자와 지역, 국가가 서로 이길 수 있는 매각이 되어야 한다."


태그:#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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