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00일 동안 함께 걷는다. 목사·신부·스님·교무…. 개신교·천주교·성공회·불교·원불교 5대종단의 종교인들이 '이명박 운하'로 인해 죽음으로 내몰릴 생명의 강을 찾아 순례의 길을 떠난다.

 

12일, -10℃의 강추위 속에도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에는 50여명의 종교인을 포함, 총 250명의 종교인과 신도들이 모였다. 이 곳은 경부운하 출발 예정지인 한강하구에 위치해 있다.

 

출발 행사에서 윤인중 인천생명평화기독연대 공동대표는 "우리가 순례를 시작하는 이 곳은 예성강·임진강·한강이 모여 조강(祖江) 즉 어머니 강을 이루는 곳"이라며 "600㎞를 내려가 낙동강·을숙도에 이르는 길에선 돌팔매를 맞을 수도 있고 모욕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대통령의 눈과 귀를 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륜스님은 "찬 바람·강바람 맞으면서 100일 동안 순례를 떠날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나'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추운 날씨를 탓하지 말고 봄을 맞이하려는 새싹들처럼 나아가자, 부디 행복한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운하 건설되면 죽음의 행렬 끊이지 않을 것"

 

이영자 환경정의 공동대표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부터 우리는 역사의 낭떠러지에 매달리는 심정으로 앞으로 닥쳐올 엄청난 재앙을 상상하는 악몽을 꾸고 있다"며 "생명 평화 순례단은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 악몽이 절대로 현실로 나타나는 일이 없을 거라는 믿음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출발 선언문을 낭독한 이필완 목사는 "한반도 금수강산은 생태실험용 쥐가 아니"라며 "운하가 건설된다면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을 것이고 '한반도 대운하'가 아니라 '한반도 대운구'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그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목이 메고 눈물이 쏟아지는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이 생명과 평화의 모태로 거듭나는 그 날까지 순례단이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지하 시인은 "'이명박 운하'는 경제적 생태적으로 봤을 때 모두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혈맥과 핏줄을 끊어놓는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보1호인 숭례문이 불타 없어진 것을 보며 '불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부디 이 불길한 조짐이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 산천과 강물을 존중하는 '예'를 지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얼마 전 은퇴한 문정현 신부와 그의 동생 문규현 신부도 참석했다.

 

연대 발언에서 "이제 진짜 의미의 '친환경'을 보여줄 때"라고 말한 문정현 신부는 "다리가 불편해 100일 순례에 동참할 수는 없지만, 오늘 순례를 포함하여 앞으로 틈틈이 순례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뒤, 150명 정도의 종교인들과 신도들이 줄지어 애기봉 전망대 진입로까지 걸어왔다.

 

신도들이 모두 떠난 뒤, 종교인 25여명을 포함한 50여명의 순례단은 김포쪽으로 도보순례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오늘 석탄 4리 마을회관 뒤편에 있는 밭에 천막을 치고 노숙할 계획이다. 

 

▲ 경부운하 60km, 성직자가 100일간 걷는다! 12일 김포 애기봉을 시작으로 4대 종단의 성직자 20여명이 경부운하 예정지 60km를 100일간 순례한다.
ⓒ 김호중

관련영상보기


태그:#한반도 대운하, #생명의 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