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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자본' 전이 열리는 대안공간 루프 입구 전시안내문
 '예술과 자본' 전이 열리는 대안공간 루프 입구 전시안내문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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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이후 우리나라 문화산업은 매년 40% 정도의 수출증가율을 보였고, 미술시장도 금융시장에 유입되면서 급성장했다. 요즘 아트마케팅, 아트펀드, 아트옥션, 아트전용은행, 아트테마여행 등 어휘도 우리에게 낯설지 않게 되었다.

부의 원천이 이제는 토지나 주식이나 펀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술품도 그 범위에 속하게 되었다. 외국에선 유명갤러리마다 더 좋은 전속작가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갤러리현대 등 유명 갤러리마다 중국미술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1일 홍익대 예술학과와 대안공간 루프 공동주최로 '예술과 자본(Art and Capital)'이라는 주제로 국제세미나와 전시회가 열렸다.

홍익대학교 제1신관 103호에서 열린 '예술과 자본' 국제세미나 마무리 토론장면
 홍익대학교 제1신관 103호에서 열린 '예술과 자본' 국제세미나 마무리 토론장면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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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제세미나에는 영국의 조나단 와킨스 이콘갤러리 디렉터, 인도의 차이탄야 삼브라니 국립호주미술대교수, 일본의 마샤 신 아트페어도쿄 디렉터와 수에오 미츠마 디렉터, 중국의 렁 린 베이징코뮌 큐레이터, 대안공간 루프의 서진석 디렉터,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 이규현 조선일보 기자 등이 발제자로 나왔다.

여기서 제기된 문제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런 것들이다.

오전에 서진석 디렉터는 미술이 자본에 종속되는 상황을 막는 미술시장의 생산·유통·소비의 민주적 대안을 물었고, 렁 린 큐레이터는 중국현대미술시장의 전환지 역할을 한 베이징을 소개했다. 서진수 교수는 문화경제학적 측면에서 본 미술시장과 경기변동, 그리고 세계미술시장의 전망을 내놓았다.

그리고 오후에 마샤 신 디렉터는 비엔날레보다 아트페어로 재편되는 현대미술시장과 5일장으로 열리는 세계최대의 바젤아트페어(관객수 4만3천명 정도) 현황을 설명했다. 이규현기자는 미술의 자본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임을 피력하면서 시장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의 편차와 논란에 대해 국내외 사례도 소개했다.

2007 스위스 바젤아트페어 외부 및 내부
 2007 스위스 바젤아트페어 외부 및 내부
ⓒ Art Ba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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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문화가 경제

서진수 교수는 세미나 발제에서 "과거에는 정치가 경제고 산업이 경제였으나 지금은 문화가 경제"이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컬쳐노믹스(culturenomics, 문화를 원천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의 시대가 온 것이다. 2005년 문화관광부 통계에 의하면 전체산업에서 문화산업총액이 국내총생산(GDP) 6.7%에 이른다. 그 전망도 매우 밝단다.

이제 정치를 상징하는 '말'의 문제와 경제를 상징하는 '밥'의 문제를 넘어 문화를 상징하는 '미(美)'의 문제가 대두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디자인이 안 좋으면 아무리 좋은 상품도 팔리는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프랑스의 미래학자인 기 소르망은 최근 서울시초청 국제포럼에서도 "문화가 경제이며 문화경쟁력이 미래의 기업경쟁력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국내보다 30% 싸게 팔리는 건 결국 국가의 문화브랜드가 약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싼 맛에 팔린다는 얘기다.

요즘 유럽에선 프랑스보다 영국의 미술시장이, 아시아에선 일본보다 중국의 미술시장이 뜨고 있다. 문화경제시대를 맞아 산업화시대의 공장을 갤러리나 미술작업실로 개조하고 있다. 발 빠르게 변모하는 문화경제시대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한국작가의 두 흐름

한국 '플라잉 시티' 심리지도와 도시계획 놀이 가변설치 2008
 한국 '플라잉 시티' 심리지도와 도시계획 놀이 가변설치 2008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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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에서 예술과 자본의 관계를 논하는 세미나와 전시회가 열린 것은 시기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 다양한 목소리와 대안도 나와야 할 것이다. 이번 전에 출품한 한국작가 중 플라잉 시티(Flying City)는 반시장적이고 이동기나 이중근은 친시장적이다.

플라잉 시티는 2001년 결성된 우리나라 아티스트그룹으로, 2005년 '에르메스(Hermes) 상'을 수상해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 작업은 산업폐기물 등을 소재로 과정을 중시하는 설치미술이다. 이들은 현대도시와 그 지리적 현실에 대한 연구와 비평을 염두에 두면서 자본주의사회가 가져오는 폐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동기 '무제' 디지털프린트 가변크기 2008. 이중근 '날 잡을 수 있다면' 컴퓨터그래픽 복합매체 2002(아래)
 이동기 '무제' 디지털프린트 가변크기 2008. 이중근 '날 잡을 수 있다면' 컴퓨터그래픽 복합매체 2002(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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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동기나 이중근 작품은 이에 중립적이거나 반대 입장이다.

이동기는 예술과 자본의 '균형'을 강조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작품은 세상의 모든 복잡한 요소가 연관되어 있다. 그 안에 고급과 저급, 추상과 구상, 물질과 정신, 동양과 서양, 내부와 외부세계가 공존하고 있다."

또한 팝아트 풍의 이중근은 평범하고 단순한 사진을 반복적 패턴화하여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이미지로 변형시킨다. 예술의 영역에 경제성과 합목적성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그는 친시장적이다.

인도작가의 미술적 가치 옹호

인도 락스미디어 아트그룹 '작품에 손대지 마라(Do not touch the work of art)' 복합미디어 2007
 인도 락스미디어 아트그룹 '작품에 손대지 마라(Do not touch the work of art)' 복합미디어 2007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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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작품에 손대지 마라'는 인도의 아트그룹인 락스미디어 작품이다. 제목이 아주 도발적이다. 인간정신의 최고단계인 미적 창조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경제적 가치로 제대로 환산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또한 소통의 일방향을 꼬집고 있다.

이런 제목은 이번 국제세미나의 주제인 '예술과 자본'의 관계설정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예술과 자본이 어떤 관계라야 가장 바람직한 지를 묻게 한다. 또한 예술의 힘이 센 것인지 아니면 자본의 힘이 센 것인지 관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한다.

미국의 성공한 사업가들이 가장 동경하는 사람은 바로 창조적인 일을 하는 예술가라고 들었다. 인간은 돈을 많이 벌 때보다 창조자가 되었을 때 가장 행복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작가의 설치와 영상작품

일본 히로시 후지의 '카엣코 방식으로' 복합매체 2008
 일본 히로시 후지의 '카엣코 방식으로' 복합매체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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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일본작품을 보자. 히로시 후지(1960~)는 교토시립미술대학원에서 공부했고, 작년 제12회 아시아미술 방글라데시비엔날레의 일본관 작가로 선정되었고, 이 행사에서 최고의 작가로 그랑프리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버려지는 것을 수집해 새롭게 제시하며 사회적 연계성을 찾는다. 위 작품은 바로 아이들이 실증 난 장난감을 교환하는 가게에서 그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일본 안테나 아트그룹 '야마토피아의 전설' 싱글채널 비디오 3분45초 2006
 일본 안테나 아트그룹 '야마토피아의 전설' 싱글채널 비디오 3분45초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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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나는 2002년 교토에서 네 명으로 구성된 비디오아트그룹이다. 그들은 코미디 '카밀레' 등 여러 편의 뮤직비디오작업으로 주목을 크게 받았고, 최근에는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탈장르적 비디오작업을 해오고 있다.

위 작품은 비디오아트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영화형식이 결합한 것이다. 일본의 창조신화를 소재로 하고 있어 관객이 접근하기 쉬워 좋다. 또한 같은 문화권인 우리에게도 흥미와 관심을 끈다.

중국작가의 퍼포먼스를 사진으로 작업

중국 샤오 유의 '사진가의 작업실' 디지털사진 2004
 중국 샤오 유의 '사진가의 작업실' 디지털사진 2004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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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내몽고출신의 샤오 유(1965~)의 작품을 보자. 중국 중앙미술학교에서 프레스코를 전공했고, 현재 베이징에서 활동하고 있다.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2004년 상하이비엔날레 등의 전시를 통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최 측 자료에 의하면 위 작품은 2004년 상하이비엔날레 퍼포먼스를 일련의 사진으로 기록한 것이란다. 이 작가는 예술과 상업이라는 영역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그 경계를 허물고 있다. 동양의 특이한 가족주의가 뿜어내는 희비를 여러 모델로 대비시키며 풍자하고 있다.

태국작가의 '사회적 예술'과 관객 끌어들이기

태국 리크릿 트라반자의 '시위' 드로잉 프로젝트 가변크기 2008. 아래는 작가가 보내준 사진을 보고 직접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 하는 학생들(아래)
 태국 리크릿 트라반자의 '시위' 드로잉 프로젝트 가변크기 2008. 아래는 작가가 보내준 사진을 보고 직접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 하는 학생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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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리크릿 트라반자(1961~)의 작품을 보자. 그는 콜롬비아대학 미대 부교수로 태국출신이다. 2004년에는 '휴고 보스(Hugo Boss)상'을 받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관계적 미학' 혹은 '사회적 예술'을 실천하고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이 작업은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지에서 세계 방방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장면사진을 보내주고 학생들에게 다시 그리게 하는 방식으로 그의 작업에 참여시킨다.

예술도 자본을 수용, 자본도 예술로 무장

이상에서 보면 예술과 자본과의 관계는 서로 우호적이기도 하고 적대적이기도 한 것 같다. 때로는 자본도 예술로 무장해야 하지 않는가? 예술도 자본을 수용하고 인정해야 하지 않는가? 등의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하여간 자본으로 인간의 정체성은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예술이 돈을 버는 목적이라면 예술의 본령인 창조정신이나 전위적 실험정신은 사라질지 모른다. 결국 예술 고유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훼손이 올 수도 있다. 다만 여기선 결론은 없다. 앞으로 계속 논쟁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대안공간 루프 전화 02-3141-1074 홈페이지 www.galleryloop.com
위치는 홍익대학교와 산울림 소극장 중간에 무과수 마트 근처. 2월 29일까지 전시



태그:#컬쳐노믹스, #아트마케팅, #아트펀드, #아트옥션, #대안공간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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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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