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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위원들이 14일 오전 동호공고를 방문해 학교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서울시교육위원들이 14일 오전 동호공고를 방문해 학교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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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4일 저녁 7시 30분]

동호공고 폐지 안건 부결... 방송영상콘텐츠 특성화고교로 지원

동호공고와 아현정보산업고를 현장 조사하고 돌아온 서울시교육위원회는 14일 오후 소위원회를 열고 동호공고 폐교 안건을 부결시켰다.

강호봉 서울특별시 교육위원회 의장은 "동호공교 폐교 문제를 없던 것으로 하고 아현정보산업고교도 존치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 의장은 "남산타운 주민들이 제기한 초등학교 설립 문제는 동호공고의 운동장을 이용하거나 필요한 부지를 확보해 해결하기로 했다"며 "별 큰 이견이 없는 이상 재론의 여지 없이 21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부영 교육위원은 "교육위원들이 그동안 행정예고 뒤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각종 언론보도 등을 통해 충분히 사안을 파악하고 현장을 방문했다"며 "현장에서 확신을 얻었기 때문에 동호공고 폐교 안건이 쉽게 부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위원들이 작년에 특성화 고교로 지정된 학교를 폐교한다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학교 측이 남산타운 주민들의 민원에 대해 학교 운동장을 양보하는 안을 낸 이상 동호공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옳다며 안건을 부결했다."

또 이 위원은 "아현정보산업고도 직접 현장을 가보니 그동안 이룬 성과가 분명했다"며 "아현정보산업고에 들어가기 원하는 인원이 2천여 명으로 집계가 되는데도 실제 수용 인원은 8백여 명밖에 되지 않아 지원과 육성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는 게 학교 정상화"

소식을 들은 동호공고 측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성훈 동호공고 교사는 "지난 1달 간 교사로서 살아가지 못했는데 이제야 제대로 된 교사로 아이들한테 돌아갈 수 있겠다"며 기뻐했다.

그는 "이번 폐교 안건 부결 결정이 동호공고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번 일로 인해 남산타운 주민들도 상처를 많이 받았고 우리 학생들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얻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자신들을 스스로 '쓰레기'라고 할 정도였다.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는 게 학교 정상화 첫 걸음이고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그는 "성동구에 위치한 동호공고 부지 내에 중구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초등학교를 짓기 때문에 아직 문제의 불씨가 남아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성동구는 고등학교가 부족하다. 학교 부지 안에 초등학교가 들어선다면 중구 주민들은 좋겠지만 성동구 주민의 입장에서는 인문계 고등학교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을 원하고 있어 갈등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주민들과 학교 당국, 학부모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세워 대처해나가야 된다."

[1신 : 14일 오후 5시 20분]

"공고생들과 함께 다니면 초등학생 안전하겠나?"

서울시교육위원회 소속 교육위원 15명이 14일 오전 10시 동호공고를 방문했다. 동호공고 폐교 안건이 상정돼 그에 따른 현장 방문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애초 서울시교육위원회는 동호공고 폐교 안건 자체를 논의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러나 12일 서울 교육위원회는 폐교 안건을 회의에 전격 상정했다.

이부영 서울시교육위원은 "폐교 안건을 상정한 이유는 동호공고가 10월까지 내년 신입생 모집 요강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서 안건을 상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교육위원은 "동호공고 부지 안에 초등학교를 새로 지어 함께 사용하자는 동호공고 측의 중재안으로 안건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교육위원 "초등학생들의 안전이 보장되겠느냐"

동호공고 학부모들이 폐교 반대 펼침막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동호공고 학부모들이 폐교 반대 펼침막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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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열린 '교육위원 현장방문 보고'에서 동호공고 측은 교육위원들에게 "학교구성원 모두가 학교를 지키려는 의지가 강한데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폐교는 부당하다"며 "학교 폐지안을 부결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또 "본교를 특성화고로 발전시키고 본교 운동장에 초등학교를 설립한다면 인근 아파트 주민의 민원과 폐교에 반대하는 민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해 지역주민의 협조와 교육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니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교육위원들은 학교 측에 교육현황, 지원해야 할 구체적인 예산내역, 특성화고로 발전할 때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나 몇몇 교육위원들은 "초등학교가 설립됐을 때 과연 초등학생들의 안전이 보장되겠느냐"는 질문을 해 동호공고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염려하고 있는 것은 아이들의 안전 보장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를 하고 대책을 세워달라" - 이인종 위원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서 왜 공고 이전을 발표했을 때 해당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겠는가. 학교 측이 사전에 주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만큼 노력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윤웅섭 위원

또 교육위원들끼리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순세 위원은 "이미 '좋은학교 만들기 지원학교', '방송영상콘텐츠 특성화고교'로 지정이 돼 있는 학교를 폐교한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됐다"며 "특성화 학교로 지정했다는 뜻은 동호공고를 발전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교육 당국의 의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나영수 위원은 "지금 이 자리가 폐지 여부를 논하는 자리가 아닌데 왜 그런 이야기를 꺼내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남산타운 주민들 "언론이 우리를 매도하고 있다"

교육위원들이 동호공고 내 부지를 현장 조사하고 있다
 교육위원들이 동호공고 내 부지를 현장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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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부 남산타운 주민들도 보고회장에 동석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지역 주민이 맞느냐, 여기에 무슨 자격으로 들어오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나 구본순 서울시교육위원장은 "원래 이 보고회가 위원들과 교장만 참석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이렇게 교직원, 학부모 외 다수가 참석한 이상 지역 주민들도 보고를 듣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주민들의 보고회 참석에 찬성했다.

또 구 위원장은 "이 자리는 학교 측과 교육위원간의 질의 응답으로만 진행된다"며 "방청석에 앉아계신 분들이 의견이 있으시더라도 말씀하시는 자리가 아니다"며 더 이상의 방청석의 발언들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 위원이 "남산타운 주민들의 취학 아동들은 어디로 통학하냐"며 초등학교와의 거리를 묻자 이에 대해 학부모들과 주민들간의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보고회는 양측의 목소리 속에 묻혀진 채 끝났다.

교육위원들이 동호공고의 시설들과 부지들을 돌아보는 동안 남산타운 주민들과 학부모들의 논쟁은 계속 됐다. 그 과정에서 학부모 한명이 실신해 구급차가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 남산타운 주민은 "꼭 동호공고 폐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말한 적 없다"며 "단지 동호공고가 폐교되고 그 자리에 초등학교가 설립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였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오마이뉴스>, KBS 등 일부 언론들이 주민들을 매도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제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고라고 무시하는 것 아니냐"

오성훈 동호공고 교사는 "이제 남은 것은 교육감과 교육위원들의 뜻이 어떤가다"고 말했다
 오성훈 동호공고 교사는 "이제 남은 것은 교육감과 교육위원들의 뜻이 어떤가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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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호공고 학부모와 교사 측은 "남산타운 주민들이 있지도 않은 사실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학생들을 비행청소년으로 몰고 있다"며 반발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지난 12일, 13일 학부모들이 교육청을 방문했을 때는 셔터문을 내리고 만나주지도 않더니 남산타운 주민들은 그냥 만나줬다고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교육청이 왜 직접 당사자인 학교나 학부모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왜 남산타운 주민들의 이야기만 듣는 것이냐. 우리는 정말 속이 찢어질 것 같다. 남산타운 주민들도 자식이 있고 그들도 크면 고등학생이 될 텐데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공고라고 무시하는 것 아니냐."

오성훈 동호공고 교사의 마음도 학부모들과 다르지 않았다. 오 교사는 "13일 아현직업고등학교 교사, 학부모들과 함께 교육청을 방문했지만 결국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셔터문을 내리고 우리의 출입을 막았다. 경찰차까지 와 있더라. 학교가 운동장을 양보해 초등학교를 설립하겠다는 중재안까지 내놓은 이상 교육위원회의 긍정적인 결정을 기대한다."

한편, 동호공고 존폐 여부는 14일 오후 열릴 서울시교육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태그:#동호공고, #폐교, #실업계, #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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