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보강 : 16일 오후 5시 40분]

▲ 16일자로 MBC의 문을 나서는 손석희 아나운서 국장.
ⓒ MBC 제공
16일로 22년간 몸담았던 직장 MBC 문을 나서는 손석희 아나운서국장은 이날 오전 마지막 출근길부터 '떠남'을 실감했다.

늘 세우던 지하 2층 직원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없었고, MBC와 관련된 신분증과 법인카드 등을 반납하고 나니 지갑도 얇아졌다. 회사에서 지급한 휴대전화도 반납해야 한다.

손 국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오늘 하루 동안 내가 몸담았던 조직에서 나왔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면서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지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법인카드와 신분증없이 사는 것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MBC를 떠나는 소감을 밝혔다.

전날(15일) MBC로부터 사직서 수리를 통보받은 손 국장은 정식 출근 마지막날 MBC 방송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MBC 직원으로 있으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는 기자간담회다.

후배인 최윤영 아나운서가 꽃다발을 전하자 손 국장은 "이럴 때쯤 눈물을 흘려야 하는데, 안 그러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끝내 눈물을 참을 수는 없었다. 취재 기자들에게 "앞으로 MBC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잘 써달라"고 말문을 연 그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눈가가 붉게 물든 손 국장은 "MBC는 애정을 받을만한 가치를 가진 회사"라고 당부하며 기자간담회를 마무리지었다.

"나는 운좋은 아나운서, 아쉬운 점은 없다"

손 국장은 22년간 아나운서로 일한 자신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굉장히 운이 좋았던 사람이었다"며 "어려운 시기였던 84년에 입사해 동료들과 고민도 많이 했는데, 나름대로 생존했다는 것에 대해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손 국장은 또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많은 고민들을 풀려고 노력했고 시청자들도 오랫동안 지켜봐 주셨다"며 "감히 표현하자면 '지지'인데, 그렇게 보면 행복한 아나운서였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은 없냐"는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제부터 프리랜서 방송인인 손 국장은 "다른 방송사에 출연할 의향은 없다"며 "MBC에서 22년을 지냈고, 다른 사람들도 MBC와 떨어뜨려서 나를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MBC를 떠난 이후에도 <100분토론>과 <시선집중>을 계속 진행할 예정인 그는 "'다 늙을 때까지 방송하겠다'는 농담을 했는데, 100% 농담은 아니다"며 "방송 진행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능한 진행자가 있으면 기회를 당연히 줘야 한다"면서도 "능력이 닿는 한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계속된 정치권의 '러브콜'에 대해 손 국장은 "안 갑니다"라고 힘주어 답변했다. 그는 "언론인 출신 정치인은 많지만, 그것은 선택의 문제"라며 "도대체 내가 무엇이기에 자꾸 정치권에서 (정치를) 제안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인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앞으로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정보학부의 학부장으로 취임할 예정인 손 국장은 개강일은 다음달 2일부터 본격적으로 교수로 일한다. 그는 "학교에 가면 당장 해야 할 일이 많다"며 "교육을 위한 시설 등 인프라 구축과 커리큘럼(학과목) 디자인 등을 해야 한다, (방송) 실무 쪽 출신이기 때문에 아카데미아(학계) 출신들도 모셔서 균형 있게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손석희 국장의 일문일답.

"22년 방송생활, 아쉬움 없다"

- 사표를 내게 된 결정적 이유는.
"누구나 살면서 계기가 있다. 나에게도 여러 번 계기가 있었는데, 아마도 마지막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다른 계기가 올 것 같지 않다. 학교는 오래 전부터 생각한 문제다. 다만 MBC 직원으로서의 다 끝내가 기회가 있으면 갈까 아니면 (방송과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시기에 갈까 고민했는데,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나름대로 어렵게 결정했다."

- 학교 일의 어떤 부분이 매력적이었나.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하시면 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은 2000년인 6년 전부터 시작됐다. 재미있었고, 나름대로 보람도 있었다."

- MBC에 22년간 적을 뒀다. 아나운서로서 본인을 정리한다면.
"후배들이 평가해야 할 문제이지만, 굉장히 운이 좋았던 사람이다. 84년에 입사했는데, 어려운 시기에 들어왔다. 어떤 시기인 줄 알 것이다. 방송사에 들어와서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런 시기에 들어와서 나름대로 생존했다는 것이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 많은 고민들을 풀려고 노력했지만, 나를 지켜본 시청자들도 많은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셨다. 그렇게 보면 행복한 아나운서였다."

- 22년 방송 생활을 하면서 아쉬운 부분은.
"없다."

- 후배 아나운서들이 더 노력해야 할 점이 있다면.
"아나운서가 설 자리가 줄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옛날과 달라졌다. 세상이 변했고, 미디어 세대가 방송사에 들어와서 굳이 묵혀두지 않아도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향이 나는 사람들이 있다. 눈 여겨보면 아나운서들의 영역이 줄어들지 않았음을 알게 될 것이다. 장르별로 확대되는 편이다. 보도, 시사교양, 오락 등 사람이 모자랄 정도로 아나운서들이 바쁘다.

아나운서의 역할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아나운서의 역할은 분명히 정해져있다. 장르를 떠나서 전문가의 이미지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정칙'이다. 오락 프로그램이든 어디든 일회용으로 망가지는 것은 옳지 않다. 시사, 보도교양뿐만 아니라 각 방면으로 나가서 진행기술자 아닌 전문가 이미지 가진다면 그게 정칙이다."

"MBC와 손석희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 방송국 아나운서 직책을 떠나서 자유롭게 MBC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 것 같다.
"MBC라는 조직을 잘 이해 못해서 그런데 MBC가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게 제약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프로그램 제작도 그렇고, 내가 나가든 여기 있든 특별히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 <100분토론>과 <시선집중> 진행에서 다른 아나운서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생각이다. 앞으로 그것은 저나 회사 측이 판단해야 할 문제인데, 지금으로서는 계속 갈 것이다. 일부러 틀어막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 다른 방송사에 프로그램에 출연할 의향은.
"없다. MBC에서 22년을 지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MBC와 나를 떨어뜨려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 자신도 그렇다. 어제 '다 늙을 때까지 할 것이다'라는 농담을 했는데, 100% 농담은 아니다. 끝까지 계속 갈 거다.

(지금까지 사직과 관련된 기사에 나온) '당분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표현에 배치되는 개념이다.(웃음) 세상에 '끝까지'라면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이겠나. 상황은 늘 변할 수 있다. 유능한 사람이 있고, 기회를 줘야 한다면 그만둬야겠지만, 내 능력이 닿는 한 열심히 할 것이다. '언제까지 할 것인가'에 너무 신경을 안 써줬으면 좋겠다"

- 교수직을 고민할 때 조언을 해준 사람은 없나. 신설학과로 부임하는데 부담감도 클 것이다.
"조언을 구한 분은 안 계시고, 조언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부터 (교수직을) 생각했던 터라 시기에 대해 고민을 했지, 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을 안 했다. 다만 22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는 것은 착잡한 일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부담감은 나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은 늘 똑같은 부담감을 느낀다. 남들에게 내놓고 일하는 직업이라 부담감을 늘 느낀다. 아마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 안 간다"

- 정치권에서 정치를 제의한다면.
"안 간다. 본의 아니게 계속 이야기해서 문제지만. 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매체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말해서 더 안 한다."

- 과거에도 가려고 했던 적은 없나.
"없다. '0.001%도 없었느냐'라고 질문하신다면 아주 과거에 0.000001%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 생각도 길게 한 적이 없다.(웃음)"

- 언론인 출신 정치인이 많다.
"선택의 문제다. 이런 질문이 나올 때 당혹스러운 점은 '내가 도대체 뭔데, 단지 방송에서 사람들이 알려지고, 이미지 나쁘지 않다'는 이유로 자꾸 정치권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정치인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많이 해서 가까이에서 지켜본 결과인데 나는 (정치권과) 맞지 않다."

- 새 학과의 운영은 어떻게 할 예정인가.
"가면 당장 해야할 일이 있다. 인프라 구축과 커리큘럼 디자인 등을 해야 한다. 인프라를 빨리 갖추고, 커리큘럼은 앞으로 시간을 갖고 할 생각이다. 지금 1학년밖에 없다. 내가 (방송) 실무쪽 출신이라, 아카데미아(학계) 출신들도 모셔서 균형있게 해나갈 생각이다."

- MBC가 손 국장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이 클 텐데.
"나도 오늘 아침에 비직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출근했다. 주차를 어디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웃음) 지금까지 지하 2층에 주차했는데, 지상에 세웠다. 오전에는 총무부에 가서 법인카드와 신분증도 반납했다. 지갑이 얇아졌다. 앞으로 반납할 게 많다. 전화도 이제 못 쓴다. 그 외에도 많이 있다. 하루 동안 내가 조직에서 나왔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것을 상실감이라고 표현한다면 맞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나를 보낸 동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지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법인카드와 신분증 없이 사는 것에 익숙해질 것이다."

-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고민을 많이 했다. 정하고 나니까 반대하더라. 지금은 어떻게 하겠나. 사표가 수리됐는데."

- 방송과 교수직을 병행하면 힘들 것 같다.
"많은 분들 걱정하신다. 내가 투자해야 할 시간의 총량은 비슷할 것이다. 국장 맡은 이후에도 학교 강의를 계속 나갔다. 산술적인 계산으로 보면 일에 대한 시간 총량은 비슷하다. 자기관리의 문제인데, 기울어짐 없이 하겠다."

- 시청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따가운 시선으로도 봐달라. 언제든 비판할 점은 비판하고, 다만 욕만 하지 말라.(웃음) 비판은 얼마든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시청자 여러분께서 보실 때는 어제의 손석희나 오늘의 손석희나 전혀 차이 없도록 하겠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