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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과 꼴찌를 한 교실에 모아놓는 붕어빵교육… 과외비만 늘렸다."

<조선일보>가 진단했던 '사교육 팽창론'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 전북 상산고 전경.
ⓒ 상산고 홈페이지
'최고 수준의 학생들만 모아 놨다'는 강원 민족사관고, 전북 상산고 등 전국 6개 자립형사립고 학생들이 고교 재학 중에도 사교육 과외를 더 비싸게, 더 많이 받고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우수 학생을 모아놓고 엘리트 교육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사교육 참여 학생이 줄어들기는커녕 한층 확대된 셈이다.

이같은 사실은 교육부가 지난 2일 발표한 '자립형사립고 시범운영 평가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교육부는 자립형사립고 학생 4965명 모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자립형사립고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 현황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자립형사립고 학생들은 10명에 7명꼴(68.2%)로 사교육을 받고 있다.

부산 해운대고 83.7%, 광양제철고 81.4%를 나타내는 등 전체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강원 민족사관고를 뺀 나머지 5개 학교는 모두 전국 평균치(58.7%, 2004년 한국교육개발원)를 크게 웃돌았다. 자립형사립고가 있는 6개 지역 주변학교 학생들은 전국 평균보다도 더 작은 54.8%만이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아래 표 참조)

▲ 자립형사립고 학생들과 지역 사회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 정도
ⓒ 교육부

민족사관고 월 사교육비는 105만원

사교육에 쓰는 비용 또한 자립형사립고 학생들이 훨씬 큰 것으로 집계됐다.

학생들의 11.6%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민족사관고는 1인당 월 사교육비가 105만원이나 됐다. 이는 전국 일반 고교생 사교육비 월 평균액 36만원(2004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약 3배다.

이밖에 월평균 사교육비를 차례대로 보면 해운대고 56만원, 상산고 42만원, 포항제철고 39만원, 현대청운고 36만원, 광양제철고 33만원이었다. 자립형사립고 학생들의 월 사교육비 평균 비용은 52만원으로 전국 일반 고교생보다 16만원이 비쌌다.

교육부는 보고서에서 "(기숙사가 있는) 상산고와 민족사관고의 경우 방학 중 사교육 시간은 약 2배로 증가하며 이는 지역사회 사립고보다 더 많은 시간"이라면서 "현실적인 사교육비를 감안하면 자립형사립고 학생의 교육비가 비싸지 않다는 주장은 민족사관고를 제외하고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 "민족사관고가 사교육 비용이 가장 높게 나타나 이들 학생들은 입학 이전부터 사교육을 많이 받아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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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악순환, 왜 생길까
'판박이 교육' 때문인가, 학벌 때문인가?

일부 보수신문들이 사설과 칼럼 등에서 주장한 '사교육 팽창론'은 의외로 단순 논법에 바탕하고 있다.

'1등과 꼴찌가 공존하는 붕어빵 교육을 만드는 평준화가 수준 낮은 공교육을 만들었고, 그 결과 저마다의 소질 개발을 추구하기 위해 사교육 과외를 받게 되는 건 당연하다.'

정말 그럴까. 이런 주장은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 교육전문가들은 사교육 팽창 원인에 대해 어떤 말을 했을까.

"고교 평준화로 인해 과외가 증가했다는 주장 역시 명확한 실증 자료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과열과외 현상은 고교 평준화 제도 실시에 따른 결과라기보다는 일부 학부모의 '학력·학벌주의' 교육관에 따른 지나치게 과열된 사회현상이다."(윤종혁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고교 평준화 정책의 적합성 연구, 2003. 10. 23)

"평준화 때문에 사교육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한 때문이다. 사교육비 증가는 평준화제도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대학입시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장기적인 목표와 이윤추구논리에 바탕한 사교육시장의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아야 타당하다."(박부권 동국대 교수, 고교 평준화정책의 진단과 보완방안에 관한 연구, 2003. 6)

"고교평준화가 폐지되면 오히려 일류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과외열풍이 불어 사교육비가 더욱 증가할 것이다."(김달효 부산대 강사, 고교평준화제도 정당화의 재조명, 한국교육 제30권, 2003. 4)


내용을 요약하면 왜곡된 학벌주의 교육관이 사교육 팽창의 주요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학벌은 바로 대학의 학벌을 말한다. 하지만 평준화의 약점을 보완한다는 명목으로 교육부가 확대를 추진해온 자립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가 이 학벌 감각을 고교까지 끌어내린 것은 아닐까.

자립형고와 특목고라는 학벌을 따기 위해 도심 속 일부 초등학생들은 밤늦게까지 학원의 특목고반과 자사고반에서 공부하고 있다. 학벌이라는 명품을 돈으로 사기 위한 부유층들의 '몰빵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자립형고에 진학해도 사정은 같다. 일반 고교 학생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 더 많은 사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다. 더 좋은 국내 대학을 가거나 더 멋진 미국 대학을 가기 위해서.

학벌의 고리를 깨지 않는 한 사교육의 악순환도 깰 수 없다는 게 뜻있는 교육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윤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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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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