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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보기에서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을 구분해 보자(정답은 기사 내용으로 알아본다).

1. 도보로 이동할 때 2. 건물 복도를 걸을 때 3. 자동차를 운전할 때 4. 횡단보도를 건널 때 5. 회전문을 이용할 때 6.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7. 지하철이 운행될 때

주말 사람들이 넘쳐나는 종로거리를 걷거나, 지하철을 타러 역내를 이동하다 보면 왼쪽으로 가는 사람과 오른쪽으로 지나는 사람들이 엉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통행 질서가 마구 헷갈려서 혼란스럽다. 사람들이 좌측통행을 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일까? 왜 그런지 한번 따져보자.

장면1. 지하철, 사람들은 좌측통행이고 에스컬레이터는 우측운행?

서울의 지하철 2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사당역 환승장면. 4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계단의 오른쪽에 위치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 후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걷다 보면 반대쪽에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그제야 좌측통행을 위해 방향을 틀어보지만 그럴수록 X자로 더욱 섞이게 된다. 더군다나 섞이는 지점이 곡선이라 매우 혼란스럽다.

몇몇 환승역을 확인한 결과 지하철 2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사당역과 2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건대입구 역 환승통로 등이 X자로 섞이며 매우 혼잡했다. 이 문제는 에스컬레이터의 운행 방향만 바꾸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왜 그런지 좀 더 살펴보자.

▲ 횡단보도는 우측통행을 해야 맞다. 우측으로 운행하는 자동차와 조금이라도 먼 곳에서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장면2. 자동차는 우측통행, 횡단보도에서는 사람들도 우측통행?

"왼쪽으로 가는 게 맞아요? 오른쪽으로 가는 게 맞아요?"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몇몇 사람들에게 물었다. 대부분 '별걸 다 따진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좌측통행 아니에요?"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횡단보도는 우측통행을 해야 맞다. 우측으로 운행하는 자동차와 조금이라도 먼 곳에서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즉, 도로에서는 자동차든 사람이든 모두 우측통행을 해야 한다.

장면3. 회전문은 우측통행, 건물 복도는 좌측통행

신대방동에 위치한 한 백화점. 건물 중앙에 커다란 회전문이 바삐 돌아가고 있다. 방향을 보니 오른쪽으로 돈다. 회전문은 우측통행이다. 모든 건물의 회전문은 우측통행이므로 건물에 들어가는 순간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우측통행을 하게 된다.

대림동에 위치한 신대림초등학교. 몇몇 어린이에게 복도에서는 어느 쪽으로 걸어야 하는지 물으니 대뜸 "좌측통행이요!"한다. 그러면서 "복도에서는 뛰어다니지 말아야 해요"라고 덧붙인다. 좌측통행 잘 지키느냐고 물으니 "지키려고는 하는데 깜박 할 때도 있어요"라며 웃는다. 그렇다. 아이들은 일찌감치 좌측통행을 배워 실천하고 있다.

장면4.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헷갈리는 지하철 운행방향

기차는 좌측운행이, 고속철도와 지하철은 우측운행이 기본이다. 하지만 몇몇 군데에서는 이상한 광경이 벌어진다. 서울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에서 오이도 구간이 그렇다.

'남태령'에서 '선바위' 구간은 지하철 선로로 우측통행을 위한 신호시스템인 데 반해 '선바위'에서 '오이도' 구간은 예전에 국철로 쓰던 선로로 좌측통행 시스템이다. 지하철과 국철이 연결된 이 구간의 선로에서는 열차가 우측과 좌측을 서로 넘나들며 운행하고 있다. 1호선과 국철이 만나는 구간 역시 마찬가지다.

지하철과 횡단보도, 에스컬레이터와 회전문 등 몇몇 군데를 확인해 본 결과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했다. 실제로 지하철만 하더라도 에스컬레이터의 운행방향은 역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곳은 좌측운행으로 또 어떤 곳은 우측운행으로 각기 따로 놀았다. 사람들에게 단순히 좌측통행을 요구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아침 저녁으로 사당역에서 환승한다는 김미정(22ㆍ여ㆍ대학생)씨는 "오른쪽으로 가도 왼쪽으로 가도 어차피 매일같이 섞이게 돼요"라며 "에스컬레이터를 좌측운행으로 바꾸든지 아니면 사람들의 인식을 우측통행으로 바꾸든지 해야지, 이건 공공기관이 대놓고 무질서를 조장하는 꼴이에요"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도림 역에서 만난 성한용(38ㆍ남ㆍ회사원)씨는 "수많은 사람들이 신도림역을 이용하면서 환승을 위해 계단을 오르내리는데 좌측통행도 아니고 우측통행도 아니고, 사람들과 부딪칠 때마다 무척 짜증난다"고 지적하며 "자동차도, 지하철도, 횡단보도도 모두 오른쪽으로 통행한다면 사람들의 인식을 우측통행으로 바꾸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관광부와 광복 60주년기념 문화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황병기)가 지난 5월에 공모를 시작한 '일제 문화잔재 바로알고 바로잡기' 시민제안에서는 좌측통행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접수됐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오병일씨는 "미국은 자동차와 사람 모두 우측통행, 일본은 모두 좌측통행인데 우리는 자동차는 우측, 사람은 좌측통행"이라며 "이는 1921년 일본식 통행법을 따라 사람을 좌측통행으로 지정한 뒤 나중에 자동차만 미국식을 따라 우측통행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일제잔재인 사람의 좌측통행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질문 하나.

"회전문을 통과해서 사람들이 붐비는 복도를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 뒤 지하철 환승역으로 이동해야 한다면, 왼쪽으로 가야 하나? 오른쪽으로 가야 하나?"

우측->좌측->우측->좌측…. 실제로 이런 구조의 길을 걸어야 한다면 말할 수 없는 짜증과 혼란이 몰려들 것이다. 좌측통행을 고수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회전문과 에스컬레이터의 운행 방향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정답은 우측통행이다. 어렵겠지만 사람들이 인식을 바꿔서 우측통행을 하면 거침없이 한번에 '쭉' 나갈 수 있다. 좌측통행이 일제잔재라고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측통행으로 바꾸자는 문제제기가 귀에 들어오는 이유다.

미국은 우측통행, 일본은 좌측통행
우리나라는 사람은 좌측, 자동차는 우측 혼재해

세계적으로 자동차 통행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미국과 유럽 대륙은 우측 통행 방식을, 영국과 일본 등은 좌측 통행 방식을 사용한다. 따라서 자동차가 우측 통행이면 사람도 우측 통행이고, 자동차가 좌측통행이면 사람도 좌측통행인 것이 세계적인 관행이다.

회전문, 에스컬레이터, 횡단보도, 복도이용 등도 마찬가지다. 한번 오른쪽이면 오른쪽이고, 왼쪽이면 왼쪽이다. 통행규칙은 하나로 통일돼야 사람들이 지키기 쉽고 그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기차와 사람은 일제시대의 잔재로 좌측통행이고 지하철과 자동차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 우측통행이다. 게다가 도보이동은 좌측통행이라면서 횡단보도는 우측통행이고, 에스컬레이터 운행방향은 좌우가 혼재해 있다. 길을 가다가 도로를 이용하거나 건물에 들어서 에스컬레이터 등을 이용할 때면 좌우가 마구 헷갈린다.

해법은 결코 간단치 않다. 회전문과 횡단보도, 에스컬레이터 등의 구조를 한 순간에 바꾸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좌측통행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을 좌측통행에서 우측통행으로 바꾸는 방법이 최선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인식의 전환을 꾀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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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사람들이 복작복작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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