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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서울 대광고에 다시 등교한 강의석군. 강군은 14일 현재 단식 35일째를 맞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교내 종교 선택의 자유’을 주장하며 35일째 단식 중인 강의석(18)군이 14일 서울 지하철1호선 신설동역 부근 한 분식집에서 조촐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35일째 단식을 통한 자신과의 싸움, 예배를 ‘강요’하는 현실과의 싸움, 그리고 입시 전쟁을 64일 앞둔 고3 수험생…. 강군의 움푹 파인 눈과, 가느다래진 목, 그리고 힘에 부치는 목소리는 그의 힘든 일상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도 학교는 다니고 있지만 지난 7월 8일 이후 출석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강군은 얼굴은 해쓱했지만 또렷한 눈망울로 말문을 열었다.

하루에 자는 시간을 제외한 19-20시간 정도 공부하고 있다는 강군은 물과 설탕물로만 연명해 현재 20kg 정도 살이 빠져 키 180cm에 몸무게가 57~58kg이라고 한다.

건강을 염려하는 기자의 질문에 강군은 “눈을 감았다가 뜰 때 어지러움을 느낀다”며 “단식 20일까지도 일인시위를 했지만 이제는 자전거로 등교하는 것도 어려워 어머니가 차로 태워다 주신다”고 답했다.

강군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학생회장으로서 사람들 앞에서 ‘맹목적으로 수용하지 말고 비판하자’고 말하게 되는데, 나 스스로도 예배를 맹목적으로 따라했던 것은 아닌가 고민하게 됐다”며 “후배들 앞에서 부끄러운 선배가 되고 싶지 않아 이 운동을 결심하게 됐다”고 운동에 나선 이유를 다시금 설명했다.

건강이나 생명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단식을 선택한 것에 대해 강군은 “내가 단식을 하는 이유는 단식이 ‘평화적’으로 내 신념을 말할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강군이 학교로 돌아간 후 대광고에는 약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강군은 “공식적으로 나서는 사람은 없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문제의식을 갖는 친구들이 몇몇 있는 것 같다”며 “원래 아침마다 반 번호순으로 했던 예배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또 류상태 전 교목실장이 지난 7월 14일부터 20일까지 대광고 3학년 학생 369명의 예배에 대한 인식을 설문조사 한 결과, 대광고 학생의 73.2%가 ‘예배 참석의 강요적인 부분을 없앴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요즘 예배 시간에 홀로 교실에 남아 ‘소극적 거부’를 행사하고 있다는 강군은 “미션 스쿨인 만큼 예배를 완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예배시간을 방과 후로 하는 등의 방법으로 예배를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발전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난 3일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수시 모집에 원서를 낸 강군. 그 동안 정신지체아동을 돌보는 등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와 특이자 모집전형으로 원서를 냈지만 강군은 이 원서가 반송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걱정한다.

강군은 “봉사활동 특기자로 자격을 얻어 원서를 제출했지만 1학기 말 내신 성적이 나오지 않았고, 생활기록부에도 ‘종교상의 이유로 제적당했기’ 때문이라고 적혀있다”고 밝혔다.
강군은 “정치학을 전공으로 할까 생각했는데 이 활동을 하면서 법을 모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무엇보다 사회적인 구조, ‘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강군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강군은 오는 11월 3일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 무대에서 청소년 인권을 위한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18일이나 25일 중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교내 종교 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문화집회를 추진 중이다.

강군은 “목적을 공유하고 함께 하실 마음이 있다면 출신, 성별, 종교, 학력, 지역 등의 차별 없이 어느 누구하고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권리를 찾지 않고 포기하면 결국은 누구 탓도 할 수 없이 자신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며 “자신의 꿈과 신념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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