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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Who am I?)"
백인 양부모가 자신을 입양한 지 16년 만에 이혼을 하자, 혼자 남겨져 자살을 택한 한국계 미국인 소년의 유서에 적힌 물음이다.

'또 하나의 이민'인 '입양'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되어진 그들.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누구인가? 같은 미국 땅에서 살아가면서도 정작 그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데서 이 기획은 시작되었다.

4회에 걸쳐 연재될 이 시리즈를 통해 미국에 뿌리내린 한국계 아이들의 입양 현실을 소개함으로써 같은 하늘 아래 숨쉬는 '또 다른 우리'를 발견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미주 한인 이민 100년사의 그늘

▲ 작년 말, 미국 인구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해외입양아 1위는 여전히 한국이다.
ⓒ 조명신
입양. 우리말 사전에서는 "혈연관계가 아닌 일반인들 사이에서 법률적으로 친자관계를 맺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인과 친자관계를 맺은 한국아이들은 부모의 국적을 따라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미주 한인 이민의 역사가 100년이 넘으면서, 미주동포 사회는 200만에 달하는 '한국계 미국인 커뮤니티(Korean American Community)'를 형성하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해왔다. 그리고 처음 하와이로 이민을 떠났던 우리 선조들의 고단한 행보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주한인 이민 100년사는 계속 정리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시대 '입양'을 통해 미국땅을 밟은 '입양인'에 대한 이해와 정리는 부족하지 않았을까?

한국 아이들의 미국 입양 역사는 오히려 한국계 입양인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뉴욕에 기반을 둔 에반 도날슨 입양연구소(The Evan B. Donaldson Adoption Institute)가 '한국계 성인 입양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보고서에는 입양의 역사가 잘 정리되어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1950년대 이전에는 한국에 '입양'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공식적인 입양이 시작된 것은 6·25전쟁을 겪으며 생긴 전쟁고아와 혼혈아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통령령을 선포한 1954년부터다.

이후 1955년부터 1998년까지 미국 가정에 입양된 한국인은 대략 9만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입양인은 한인 사회가 추산하는 전체 한인 이민자 200만 명의 5%에 달한다. 1976년에는 한국의 해외 입양이 증가함에 따라 한 해 동안 무려 6597명의 아이들이 해외로 빠져나갔으며, 그 가운데 약 4000여 명의 아이들이 미국인 가정에 입양되었다.

그러나 같은 해 북한 정부가 이러한 해외입양을 남한의 "새로운 수출품"이라고 비난하자, 한국 정부는 '입양과 양육에 관한 5개년 계획(1976∼1981)'을 세워 해외입양 아동의 수를 제한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입양의 수치는 줄지 않았고, 단지 한국내 입양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이 보고서는 "혈통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사고방식 때문에, 한국내 입양 역시 자신의 친족이거나 혈통 사이에서만 입양을 한다"고 적어 놓았다.

1985년 해외에 입양된 한국 아이들의 수가 8837명에 이르는 등 다시 증가세에 보이면서, 1988년 서울 올림픽 기간 동안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했다. 이를 의식한 한국 정부는 해외입양을 근절하고자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혼혈아와 장애아를 제외한 모든 해외입양을 중단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이후 한국내 입양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해외입양에는 못 미치는 실정이다. 한국 정부는 국내입양 촉진을 위해 1995년에 '입양특례법'을 개정하여 입양 가정에 주택융자 및 교육비, 의료비, 생활비 등을 보조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모든 입양은 2000년 1월 12일에 개정된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법률 제6151호)을 근거로 하고 있다.

ⓒ 조명신
한국계 입양아, 여전히 미국 내 최다

지난해 말, 미국 인구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160만 명의 입양아 중 13%인 20만명 가량이 해외에서 입양되었으며, 이중 한국 출신 입양아는 4만7555명으로 전체 해외입양아의 2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내 해외 입양아 실태' 표 참조)

그 뒤를 이어 중국 2만1053명, 러시아 1만9631명, 멕시코 1만8201명으로 각각 2∼4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에 아이를 입양시킨 나라는 한국과 멕시코뿐이며, 일본 등 대다수 국가들은 자국 내에서 입양 또는 수양을 통해 요보호 아동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미국 내 해외입양이 증가일로에 있는 이유는 미국내입양보다 입양절차가 더 빠르고 간편하며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친부모와의 법적 분쟁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계 입양인들의 삶은 어떨까? 일반화해 말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입양 이후 이들의 삶은 대체로 원만한 것으로 보인다.

1999년 9월 9일부터 12일까지 워싱턴 D.C.에서 최초의 입양인대회(The Gathering of the First Generation of Adult Korean Adoptees)가 열렸다. 1955년부터 1985년 사이에 입양된 400여 명의 한국계 입양인들이 모인 것이다.

이 자리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들의 70%가 대학 졸업, 24%는 대학원 졸업 학력으로 나타났다. 미국인들의 평균 대학 졸업률 45%보다 훨씬 높은 이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양을 희망하는 부부의 가정환경과 경제적 여건을 꼼꼼히 살핀 후에 자격을 부여하는 미국의 입양 정책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재 미 전역을 총괄하는 한국계 입양인 모임은 없다. 지역별로 만들어진 입양인 모임이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는 정도다. 6·25전쟁 이후 입양된 아이들 가운데는 혼혈아가 많아 아예 외국인처럼 살아가는 사례도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54년에 시작된 한인의 미국 입양 역사는 어느덧 반세기가 지났고, 미주 한인 이민 100년사와 어우러지면서 ‘또 하나의 이민’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그리고 한인의 미국입양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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