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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환(朴世煥)과 함께 <총후의 기원>, <승전의 쾌보> 같은 군국가요를 부른 가수 정찬주(鄭讚柱)(1913(?)-?)는 혼자 부른 곡으로 <정의의 행진>이라는 군국가요를 또 발표하기도 했다. 정찬주는 1937년 후반 이후 약 반년 동안 잠시 유행가 가수로 활동을 했고, 그가 부른 작품으로 지금까지 확인되는 곡은 불과 다섯 곡밖에 되지 않는데, 그 가운데 군국가요가 세 곡이나 된다는 점은 상당히 특이한 일이다.

정찬주가 처음으로 유행가 음반을 낸 것은 1937년 8월이지만, 가수로 이름을 알린 것은 그보다 훨씬 앞선 1933년이었다. 1933년에 콜럼비아레코드에서는 신인가수를 선발하는 대대적인 콩쿨대회를 개최했는데, 전국 각처에서 열린 예선을 통과해 최종 결선에 오른 19명 가운데 바로 정찬주가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함께 결선에 진출한 사람들 가운데에는 <타향>, <짝사랑> 등으로 유명한 고복수(高福壽)를 비롯해 윤건영(尹鍵榮), 정일경(鄭日敬), 조금자(趙錦子) 등 이후 가수로 활발하게 활동한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결선 진출자 가운데 최종 입선자 세 명에게는 콜럼비아레코드에서 음반을 발표할 수 있는 특전이 부여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정찬주는 세 명 안에 들지 못했으므로 당시 가수로 데뷔하지는 못했다. 그런 그가 4년이 지난 뒤에 비로소 음반을 발표하게 된 데에는 분명 어떤 사연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현재로서는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

<정의의 행진>은 앞서 살펴본 바 있는 <총후의 기원>과 같은 음반에 실려 있는 곡으로 1937년 12월 신보로 콜럼비아레코드에서 발매되었고, 음반번호도 같은 40793이다. 역시 시국가라는 명칭이 붙어 있어 군국가요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맑은 하늘 울리는 우렁찬 나팔/ 위풍이 당당할 사 정의의 사(師)여/ 보조 맞춰 외치며 나가는 길엔/ 초목조차 고요히 머리 숙인다
불끈 솟는 동천의 빛나는 햇발/ 어둠을 깨치고 올라오는 양/ 무운장구 기상을 노래함이요/ 충의용감 붉은 맘 저와 같구나
삭북만리 넓은 들 아침 바람에/ 깃발이 번득번득 번득이는 곳/ 검은 구름 걷히고 햇볕은 밝아/ 평화의 빛 천지에 가득히 찬다
(가사지 내용을 현재 맞춤법에 따라 바꾸어 표기한 것이다)

<정의의 행진> 같은 군국가요가 나오게 된 직접적인 배경이 되었던 것은 중일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본의 도발과 억지 주장으로 발발한 전쟁을 두고 정의를 운운하는 것에서 이미 작품의 허구성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제2절에 나오는 ‘햇발’이나 제3절에 나오는 ‘햇볕’ 같은 표현이 일본 국기인 일장기를 상징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 그로 인해 ‘평화의 빛 천지에 가득히 찬다’는 데에서는 대외침략을 정당화하는 일제의 선전 의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가사를 지은 사람은 바로 우리나라 근대시를 개척한 인물로 너무나도 유명한 안서(岸曙) 김억(金億)(1893-?)이다. 김억이 일제강점기 말엽에 뚜렷한 친일행위를 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유행가 작사 면에서도 이 <정의의 행진>을 비롯해 몇몇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당시 김억은 친일 성격이 뚜렷한 단체인 조선문예회와 관계하고 있어 이러한 작품을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의의 행진>을 작곡한 사람은 광복 이전에 유행가 작곡가로 많은 걸작을 남긴 전기현(全基玹)이며, 편곡은 이미 살펴본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일본 작곡가 오쿠야먀 데이키치(奧山貞吉)(1887-1956)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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