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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2시에 열린 대통령과 일선 평검사들 간의 TV 공개토론을 본 대다수 국민들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한 하다는 반응이었다.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공개토론 자체가 사상초유인 것도 그러했지만 토론 주제나 대화 분위기에서 더욱 혁명적이라고 보았던 듯싶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고유 인사권한을 앗아내려는 것 자체가 기존의 우리 권력체계로 보아 상상할 수 없는 반란이요 혁명적인 일로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적으로는, 대통령이 파격의 자리를 마련한 것 또한 혁명적으로 보였을 터이다. 그러나 국민이 놀라워한 것은 개혁 대통령의 그러한 스타일이나 주제 안건에 있었다기보다 토론장의 분위기 때문이었지 않나 싶다. 토론이 끝나고 30분 쯤이 지난 4시30분까지 올라온 <오마이뉴스> 메인면 기사의 댓글 참여자 수가 600 여명에 이르렀다.

과도한 네티즌들의 접속으로 하여 부팅시간이 길어지고 지역이나 인터넷 성능에 따라선 다운이 되는 현상을 빚기도 했다. 여기에 올라온 거의 모두라 할 정도의 의견들은 검사들의 태도를 매도하는 내용이었다. 주로 우리사회 수구세력으로부터의 비판대상이기도 한 <오마이뉴스>의 여론이 전체 국민의 시각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타 사이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50대 50 수준의 대립적 논란의 수치를 염두에 깔고 보면 이 토론에 대한 견해가 한결같았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 첫번째 이유는 과거의 권력에 익은 검찰 수뇌부를 교체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그 교체 인사와는 사실상 직접 당사자들이 아닌 평검사들이 왜 반기를 들고 나섰느냐는 점이다. 여기에 대한 일반 국민(네티즌 포함)들의 의문은 과소평가할 수 없는 대목이다. 어떤 네티즌은 '이미 줄 대고 있는 상사가 밀리면 자기도 밀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진단하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 분노를 사게 했던 것은 10명의 발언 검사들이 거의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인사문제를 포함한 검찰 개혁의 뚜렷한 주제가 있었음에도 그것을 간과한 채 인사 제청권을 장관에서 총장으로 넘기라는 반법적 발언을 일삼은 것은 감정에 스스로 얽매어 있었다는 표징이었다.

사전에 이와같은 감정적 인식을 지닌 채 대통령 앞에 나타난 것부터가 온당치 못한 태도였고 그것을 억제하지 않고 그대로 표출해내기 시작함으로서 대통령에게, 또 시청하는 국민을 욕보이고 있었다. 이때부터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상황은 전개된다.

어느 검사는 취임 전의 대통령이 부산의 어느 검찰 관계자에게 '청탁 전화를 하지 않았느냐', 또 다른 검사는 대통령의 형님이 '인사청탁과 관계하지 않았느냐'고 발언했다. 이 시간의 주제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고 그것은 분명한 모욕적 인신공격이었다.

대통령 자신도 이 대목에 이르러선 어쩔 수 없이 얼굴에서 웃음이 걷히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사적인 이야기로 이 자리에서 대통령의 낯을 깎아야 하느냐'는 말까지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네티즌을 분노의 고지로 치닫게 하는 사태는 끊일 줄을 몰랐다. 검사들은 대부분 우리 민족의 고유 미덕으로 돼있는 연장자나 상사에 대해 기본적으로 갖춰주어야 할 존대법을 점차 생략해 가고 있었다. 대통령에 대한 호칭도 '대통령님'에서 '대통령'으로, '말씀'에서 '말'로 변환되어 가는 경우가 잦아졌다. 마치 대통령을 훈계하고자 작심하고 나온 사람들의 모습, 그것이었다.

네티즌들의 분노는 더욱 고조되어 갔다. '대통령을 청문회하는 거냐', '피의자에게나 할법한 훈계조로 말하고 있어 화가 난다', '사시를 위해 법전을 팠는지는 모르나 세상을 넘 모르는 철부지들', '저런 인간 푸디딩이들에 의해 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생명에 상처가 입혀졌을까', '저 안하무인격의 오만으로 가득한 태도로 보아 일반 국민을 대하는 인식은 어떤 것일까', '사법시험 패스하면 인간 버린다'하는 등의 글들이 쏟아져 올라왔다. '버릇없는 x들', '몰상식한 후레xx들', '철저한 이기주의자들' 등 기술할 수 없을 정도의 격앙된 표현들이 이어졌다.

혹여 '바쁜 우리가 왜 일반인들의 사회적 인식을 알아내는데 시간을 소비해야 하느냐'고 항변할 검사는 없으리라 보지만 만약 그런 경우에 직면하게 된다면 그 검사는 성공할 수 없는 검사가 되고 말리라. 모든 사회 구성원은 그 직위가 어떤 것이든 간에 그 이전에 인간이어야 한다는 점을 망각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양식있는 시민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군사독재 시절의 엄격하고 딱딱한 분위기로 되돌아가자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민주화된 세상이고 그렇게 더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명제를 지닌 역사앞에 서 있지만 횡적으로든 종적으로든 예절은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사회의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법 이전의 도덕적 기준이 되는 것이다.

가정이 민주적으로 운영된다고 하여 자식이 아버지에게 듣기 거북한 언어를 사용하고 방자한 태도를 나타내면서까지 자기 주장을 펼치려 한다면 그 어떤 양책이 있은들 효용 가치가 있겠는가. 누구보다 검사들이 잘 알고있다시피 대통령은 나라의 최고 통수권자이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최고 책임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그 검사들이 소속된 조직의 최고 수반인 것이다.

과도한 예의를 갖춰 아첨의 의미를 떠올리게 할 필요까지는 없겠으나
그에게 주어진 중차대한 책무를 향해서라도 겸허하고 겸손한 자세는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위계질서의 표본이라 해왔던 검찰이 대통령과의 토론장에서 갑자기 그 위계의 틀에 망치를 들여댄 모습을 보인 것은 대통령의 정적이나 검찰 종사자와 그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아닌 한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이상에서 펼친 것과 같이 네티즌들은 검사들의 몸에 밴듯한 오만하고 무례하며 안하무인격인 태도를 다른 주제보다 우선적으로 지적하며 분개해 하고있다. 현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비계보 출신이며 소자금을 사용한 자부할만한 방식으로 선출된 국민의 대통령임을 강조한다.

대통령도 영향력있는 정치인도, 물론 검사도 그 누구도 국민 위에 설 수 없음을 안다면 국민이 뽑은 국가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대하는 검사들의 태도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들의 행태를 통하여 우리의 역사속에서 일반 피의자가 겪어내야 했던 상황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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