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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첫 대통령을 뽑는 제16대 대선에서 철새 정치인들의 이합집산과 노무현과의 단일화를 이뤘던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의 돌연한 지지철회 선언이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면서 갖가지 기록들을 세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대는 변했고, 이에 발맞춰 유권자들도 변했다는 사실이다. 구시대의 낡은 틀을 거부하고 새로운 정치를 이번 대선에서 선택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정작 변하지 않은 것은 정치권이었으며 변화를 선도해야 할 언론은 오히려 그 도도한 흐름을 거부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2002대전대선유권자연대 대선보도감시위원회가 지난 1개월동안 실시했던 대전지역 언론사들에 대한 대선보도 모니터 결과를 종합해 보았다.

이번 대선에서 대전지역 언론들은 대선보도사에 길이 남을 몇가지 오점을 남겼다. 대선보도사에 가장 큰 오점으로 기록되는 '충청도 핫바지' 보도에 버금가는 '노무현 인천발언'의 지역감정 조장 뻥튀기 보도가 그 중 단연 압권이다.

지난 12월 11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이날 인천을 방문해 유세를 하면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이제 앞으로는 서울과 인천 이 지역을 세계업무중심지역으로 얼마나 쾌적한 도시로 만드느냐, 교통 지옥 없는 환경이 깨끗한 도시로 만드느냐가 과제입니다. 수도권에 새로운 사업들이 벌어져야 하는데 그런데 수도권 엄청난 행정규제가 있습니다. 수도권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입니까. 기능을 분산하는 것입니다. 정치 행정은 충청으로 보내고 여기에는 경제, 금융, 비즈니스 하자는 것입니다. 돈 되는 것은 여기서하고 돈 안되고 시끄럽고 싸우는 것은 충청도로 보냅시다. 아니 충청도 고향 분들 화나겠습니다. 이제 정직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방도 발전해야 합니다. 지방이 발전하지 않으면 지방과 수도권이 앞으로 엄청난 갈등으로 국가가 문제가 됩니다. 지방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 수도권을 충청으로 옮기자는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이같은 발언을 두고 대전일보는 다음날 1면 머릿기사로 대서특필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노 후보는 이날 인천 유세에서 정치 행정은 충청권으로 분산시키고 경제·금융·비즈니스는 수도권에 남는다"면서 "돈 되는 것은 여기서하고 돈 안되고 시끄럽고 싸움하는 것은 충청권으로 보내자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샀다"고 보도했다.

대전매일도 1면 머릿기사, 해설면의 기사를 통해 "돈 되는 것은 여기에 남겨 놓고 돈 안되고 귀찮은 것은 충청도로 보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행정수도 공방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정책과 이슈중심의 선거를 강조하던 대전지역 신문들이 유권자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지역감정 자극 보도를 대대적으로 함으로써 막판 선거를 혼탁으로 몰아 넣었던 것이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인천 발언 보도는 전후 상황 설명 없이 문제가 된 부분만 발췌한 것으로 지역민을 비하하는 듯한 느낌을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하려 했다.

'인천발언' 보도는 13일, 14일, 16일, 17일에도 계속 이어졌다.

대전일보는 12일 '시끄럽고 돈 안 되는 것 충청에 보내자 盧 후보 인천발언 파문'이라는 제목으로 1면 머릿기사로 다룬데 이어, 13일자 1면 '행정수도 이전 공방 가열' 4면 '쟁점화-자제촉구 치열한 설전' 14일자 1면 '盧등후보 인천발언 충청인 모독' 16일자 4면 '盧후보 인천발언파문 확산' 등으로 노후보의 발언을 기사화하면서 발언의 일부 내용만 뽑아 대서특필했다. 기어이 충청도사람들을 자극한데 성공한 대전일보는 17일자 1면에는 상자기사를 통해 '재경 충청인사도 인천발언 규탄'이라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실었다.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12월 14일자 4단 만화 꼬툴씨이다.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 충청도에 보내라"고 하고 "스커드미사일이 시끄럽다"고 하니까 "충청도로 보내라"고 한다. "북핵도 시끄럽다"고 하니까 "충청도로 보내라"며 "충청도 만세"를 부르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역감정 보도의 극치를 달렸다.

이런 노력의 일환이었는지 대전일보 16일자 1면에 '충청도가 쓰레기장?'이란 제목으로 한나라당의 5단통 광고를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대전매일도 12일자에 '행정수도 이전 발언 공방'이라는 제목으로 1면 사이드 톱으로 다루고 관련기사를 4면, 5면에 배치하는 등 비중 있게 취급한데 이어 다음날에는 한 술 더 떠 1면 머릿기사로 '盧 인천발언 공방' 5면과 6면의 머릿기사로 '(한나라)인천발언은 충청도 무시, (민주당)충청·수도권 모두 사는 길' '盧 인천발언 놓고 티격태격' 14일 1면 '(한)행정수도는 거짓 맹공 (민)盧·鄭 국정공동운영' 16일 2면과 4면 '盧 인천발언 사과하라' '노무현 충청모욕망언 규탄…시내 곳곳 괴현수막' 등으로 보도해 발언의 진위와는 관계없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데 앞장섰다.

중도일보는 첫날 '노 유세발언 공방, 노 후보 농담전제 언급'이라는 제목으로 3면에 2단으로 보도하면서 비교적 현장분위기를 객관적으로 전달하려는 제작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다음날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에 자극이 됐는지 1면 머릿기사로 '(한나라) 즉각 사과를 (민주) 지역감정 선동' 2면 기자수첩 '그냥 웃자고 할 얘기할 사항인가' 3면 '충청표심 변수 뜨거운 감자' 등으로 크게 보도했고 14일 2면 '盧후보 인천발언 사과 요구' '출향인사 모임도 규탄성명 잇따라' 등으로 다루었다. 그러나 이후 보도를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대선보도감시위원회의 성명 내용을 다루는 등 비교적 이성적인 보도양상을 보였다.

유세에서의 발언을 정확히 확인하지도 않고 몇 가지 팩트만을 인용해 지역감정에 호소하려는 행위와 이를 비판 또는 여과 없이 보도했던 지역언론의 태도는 이번 대선을 감정적인 판단에 의한 투표로 몰아가려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언론보도의 핵은 정확성에 있다. 앞 뒤 전후 문맥을 분명하게 따져 정확한 내용 전달을 통해 유권자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함에도 오히려 지역감정을 극도로 부추긴 지역언론들은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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