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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일본 오사카 시내에서 전철로 두 구간 거리에 있는 나카자키초의 작은 동네를 일주일간 다녀왔다. 젊은 예술가들이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며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한다는 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 성미산마을이 안고 있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곳에서 만난 10여 명의 젊은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미산마을의 미래에 대한 실마리를 주었다. 그리고 홍대 앞 독립예술가들과 성미산마을과의 유쾌한 만남의 가능성을 보았다. 총 3회로 나눠 게재할 예정이다.... 기자 주

아만토마을의 골목길, 성미산마을의 골목길과 다름 없었다.
 아만토마을의 골목길, 성미산마을의 골목길과 다름 없었다.
ⓒ 유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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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공항에 내려 전철을 타고 오사카 역에 도착했다. 걸어서 10여 분이면 나카자키초(中崎町)에 자리잡은 아망토마을에 도착한다. '도심에 무슨 공동체가 있을까' '성미산마을과 어떻게 비슷하고 다를까' 궁금해 하며 마을을 향해 걸었다. 큰길 뒤에는 작은 안길들이 나 있고, 그 좌우로 일본 특유의 작은 2층 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골목에 유난히 화분이 많은 것을 제외하고는, 내가 사는 성미산마을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이었다.

하고 싶은 일 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공동체, 아망토

아만토마을의 씨앗이 된 아만토카페의 모습.
 아만토마을의 씨앗이 된 아만토카페의 모습.
ⓒ 유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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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토는 한자로 천인(天人).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함으로써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만토마을은 2001년, 당시 120년 된 2층짜리 옛날 주택을 개조해 카페 '살롱 드 아만토(아만토카페)'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 카페를 거점 삼아 인근의 작은 점포들을 개보수해 여러 곳에 가게를 냈다. 대략 20여 명이 관람할 수 있는 독립영화 전용 극장과 전용 공연장(천연예술연구소)도 만들었다. 극장과 공연장 바로 옆에는 작은 바(Bar·슈카)가 있어서 영화 보고 나서 차나 술을 한 잔 할 수 있게 했다.

이곳 아만토마을의 인테리어 원칙은 '리사이클링(재활용)'이다. 주변에서 버려진 가구들과 폐건축 자재들을 끌어 모으고, 공사 과정을 지켜보던 이웃 주민들이 가져다준 것들로 내부를 채웠다. 겉보기에는 구질구질해 보일 수도 있지만 왠지 정감 있고 부담이 없다. 그 밖에도 갤러리, 채식 레스토랑, 접골원, 점성치유센터 등이 있다. 그리고 서점과 라디오방송국, 게스트하우스와 기숙사도 운영한다. 지역의 이웃들을 위한 강좌가 늘 열리는데 영어, 스페인어 등의 어학강좌나 서예교실 등이 대표적이다.

면접관이 구직자에게 함께하자고 제안하는 마을

아만토 가게의 대부분은 주변에서 버려진 물건들을 모아서 재활용하여 실내를 꾸민다.
 아만토 가게의 대부분은 주변에서 버려진 물건들을 모아서 재활용하여 실내를 꾸민다.
ⓒ 유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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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명에 달하는 아만토마을의 구성원들이 이 가게들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생활을 하는지, 먹고 살 수 있는지 궁금했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점포 모두 흑자를 내지는 못한단다. 아만토카페가 그래도 제일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 가장 오래됐고 아만토마을 네트워크의 중심이니 그럴 만했다. 영화관은 여전히 적자고 아마 앞으로도 흑자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지역사회 주민들이 이곳에서 영화 보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 운영한다는 것이다. 수익을 바라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흑자든 적자든 수익을 어떻게 배분하는지 궁금했다.

아만토마을 나름의 수익배분원칙이 있었다. 매출이 100이면, 30%는 재료비·임대료 등의 원가로, 30%는 인건비로, 10%는 점장의 급여로 지출하고 나머지 30%를 순이익으로 잡는다. 순이익으로 잡은 30% 중에 1/3은 지역사회의 아동청소년·교육·환경·노인·아프리카 아동백신·동북부 지진피해 지원 사업 등에 기부하거나 지원하는 활동에 사용한다. 기부할 곳을 정할 때는 소비자들이 투표로 결정한다고 한다. 즉, 아만토의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순환하는 데 기여하는 소비'를 실천하도록 하는 셈이다. 최종적으로 남은 20%는 시설보수자금으로 쓰인다.

인건비로 사용되는 매출의 30%은 점포의 점장이 결정한다. 점장은 점포의 운영과 직원의 고용뿐만 아니라 점포에서 벌어지는 모든 경영상의 판단과 실행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집행한다. 즉, 점포별 독립채산제와 점장 자율책임운영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장 중심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은 그동안 다양한 실험과 진통 끝에 나온 방법이라고 한다.

한편, 점포의 스태프가 되기 위해서는 점장의 면접을 거친 뒤 52시간의 연수를 받아야 한다. 연수는 고용될 점포는 물론 아만토마을이 운영하는 점포 어디에서든 가능하다. 하지만 말이 면접이지 사실상 아만토에 가입하고 싶은 사람이 아만토를 면접하는 것이다. 아만토의 점장은 가입 희망자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고 결정은 가입 희망자가가 한다. 참여하기 위한 탐색이라 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

뭔가 결정할 때는? 모두 함께 머리 맞대고 결정

아만토카페의 메뉴, 카레요리가 일품이었다.
 아만토카페의 메뉴, 카레요리가 일품이었다.
ⓒ 유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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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토마을 전체의 일은 어떻게 결정할까? 아만토마을 전체회의에서 결정한다고 한다. 그런데 전체회의의 구성이 좀 색달랐다.

우선 전체회의는 '공동경영자-공동운영자-스태프' 3단계의 자격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며 이 회의에서 아만토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결정한다. 여기서 스태프는 어떠한 의제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 결정에는 참여할 수 없다. 공동운영자와 공동경영자만이 1인 1표의 결정권을 가진다. 의사결정은 아만토 점포 단위 의사결정과 아만토마을 단위의 의사결정구조로 '이원화'돼 있다.

스태프, 즉 아만토마을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모두 전체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유급 스태프이건 무급 스태프이건 아만토마을의 네트워크에 참여해 일을 하는 사람은 아만토마을의 주민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당연히 마을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전체회의에 참여할 권리가 주어지는 것이다. 반면 공동운영자의 자격으로 전체회의에 참여하려면 1주일간 최저 12시간 이상 근무해야 한다.

스태프는 물론 공동운영자 역시 특별한 자격조건이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각 점포의 대표자격으로 전체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이른바 '집담회(여럿이 모여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같은 형식이다. 성미산마을의 마을회의와 비슷한 회의이다. 이렇듯 아만토마을 주민들은 일상적으로는 각자의 점포에서 자율적으로, 독자적으로 활동을 하면서 마을 전체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각자의 자격조건에 따라 전체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아만토카페의 내부모습. 다락이 참 인상적이었다.
 아만토카페의 내부모습. 다락이 참 인상적이었다.
ⓒ 유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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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아만토마을의 주민들이 성미산마을에 옵니다
11월 11일부터 17일까지 아만토마을의 몇몇 주민들이 서울을 방문합니다. 참여연대에서는 지진으로 피해를 당한 조선학교 어린이들을 돕는 전시회를 하고, 성미산마을에서는 워크숍을, 그리고 한국의 독립예술가들과 함께 공연도 하고 토론회를 벌입니다.

<지진피해 일본 어린이, 조선학교 어린이 돕기 그림전>

- 11월 11일(금)~11월 18일(금) 오전 10시 ~ 오후 6시 (토·일 휴무) / 참여연대 1층 갤러리 '통인'
- 참여작가 : 박재동, 김형배, 김병수, 고경일, 이하, 윤정원, 이해광, 이혜림, 박소영, 김건, 유수경, 박지혜, 진재원, 주은경, 안정우, 이미영, 박비나, 박수인, 김지현, ByeN YooN
- 전시회 오픈 행사 : 11월 11일(금) 오후 7시 / 그림 경매 이벤트, 아만토 사람들의 평화 메시지 전달 및 공연

<한일 지역예술교류 포럼 "지역예술 공동체, 도시에서의 정주">

- 11월 15(화) 오후 7시 ~ 오후 10시 30분 / 성미산마을극장
- 1부 공연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만드는 축하무대",
 댄스워크숍 참가자, 아망토 예술가, 한받 등이 만드는 무대
- 2부. 토크 "지역예술 공동체, 도시에서의 정주"
아망토 공동체의 삶과 예술 (니시오 준, 아만토마을)
두리반에서 맺은 문화연대와 회생 (한받, 자립음악생산조합)
문래동의 철제공장과 예술가의 동거 (김윤환, 랩39)


태그:#아만토, #성미산마을, #독립예술가, #지역사회,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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