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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장만채 전남도 교육감
 장만채 전남도 교육감
ⓒ 전남도 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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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4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CN커뮤니케이션즈(구 CNP 전략그룹)와 사회동향연구소 사무실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치러진 4·27 전남도 교육감 보궐 선거에서 CN커뮤니케이션즈가 허위견적서를 발행해 홍보비를 부풀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이 선거비용을 과다 보전받게 했다는 혐의다.

핵심은 장 교육감 측과 CN커뮤니케이션즈가 공모했는지 여부다. 그러나 양 측은 이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장 교육감 선거운동을 했던 한 인사는 "선관위의 성실신고 원칙에 따라 숨기지 않고 제대로 신고했더니 뒤늦게 죄인 취급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업체 측 역시 "계약 맺은 그대로 일했을 뿐 비위사실은 일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이 압수수색 이유로 홍보비를 부풀려 선거비를 과다 계상해 이를 보전 받게 한 혐의라고 했다는데 과다 계상의 기준을 검찰이 어떻게 잡을지 의문"이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는 "과다 계상이란 통상적 거래의 범위를 벗어난 것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2억 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3억 원으로 하는 것은 통상적 거래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도 없다"며 "질에 따른 가격의 차이가 시장에 엄연히 존재하고, 또 2억 원짜리 일을 1억 원에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모두 통상적 거래의 범위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과다 계상되어 선거비로 보전 받은 돈이 누군가에게 리턴 되었거나 검은 거래의 흔적이 통장에 남아있다면 모를까 선거비 과다 계상과 보전만으로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검찰의 압수수색에 중의적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느닷없이 광주교육감까지 영장에 슬쩍 넣어

장휘국 광주교육감
 장휘국 광주교육감
ⓒ 광주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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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검찰의 내곡동 사저, 민간인 사찰 관련 수사결과 발표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로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이 기소된 사건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교육감은 특가법상 뇌물과 업무상 횡령, 배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 상태에서 검찰과 무죄 다툼을 하고 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검찰의 CN커뮤니케이션즈 압수수색 영장에 느닷없이 '장휘국 광주교육감'이 슬쩍 끼워져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역시 선거보전 신고액을 허위로 만들어 과다 청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CN커뮤니케이션즈를 압수수색한 팀은 광주지검 순천지청팀, 이들은 그동안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관련 수사를 진행해온 팀이다. 그런데 자신들 수사와는 무관한 장휘국 광주교육감의 선거계약 장부를 압수목록에 포함시켰다.

광주광역시 교육청 관계자는 "황당하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이 관계자는 "지난 3개월 동안 장 교육감 주변 계좌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 것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관위 회계신고 할 때도 1차로 통과할 정도로 깨끗하게 선거를 치렀는데 왜 장휘국 교육감 선거관련 자료까지 포함시켰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난감해 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에는 검찰에 닥친 신뢰의 위기를 '진보교육감'들에게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흠집을 내며 모면해보려고 하는 검찰의 꼼수가 숨어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평생 교단에서 지내 법을 잘 모르지만 저동네 사건 수사하다가 느닷없이 이 동네수사하는 것과 같은 꼴인데 참 보기 흉하다"고 꼬집었다.

장만채 전남교육감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에 가장 황당하게 등장한 인물은 다름 아닌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다. 검찰이 CN커뮤니케이션즈에 대한 압수수색을 발표하자마자 거의 모든 언론은 "이석기의 CN커뮤니케이션즈가 압수수색 당했다"고 썼다.

'선거비 과다 계상한 진보교육감-논란에 휩싸인 통합진보당 이석기'를 한데 묶은 것이다. 사실관계 분별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게으른 언론이, '진보 흠집내기'라는 고약한 정치적 테러를 꺼리낌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에서 이석기라는 인물은 CN커뮤니케이션즈의 전 대표라는 것 말고는 아무런 사건 연관성이 없다. 그런데도 언론은 '이석기-CN커뮤니케이션즈-진보교육감'을 한데 묶고 '진보들끼리' 부도덕한 검은 뒷거래를 한 것인 양 분위기를 잡고 있다.

이석기 국회의원을 회사원 취급...황당한 검찰

검찰이 압수수색하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법원은 또 검찰의 압수수색 청구에 그만한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영장을 발부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압수수색 자체가 유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유일하게 기소권을 지닌 검찰은 죄가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책임도 있다. 압수수색은 검찰이 '죄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서 거치는 여러 수사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했다지만 압수수색 결과물에 의지해서 기소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설령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다하더라도 그 자체가 '유죄'는 아니다. 법원의 최종판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틈만 나면 여론재판을 질타하는 언론이 가장 앞서서 여론재판을 하고 있다. 해도 정도 것 해야 한다. 대체 이 압수수색 사건과 이석기는 어떤 인과관계가 성립하고 있는가. 장만채 전남도 교육감 사건과 장휘국 광주교육감의 선거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유일한 관련은 공교롭게도 같은 회사를 선거운동 파트너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자체만으론 '사건'이 성립할 수 없다. 사건이 되려면 검찰은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의 선거운동에서 위법성의 징후를 확신할 수 있는 구체적 혐의를 적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 혐의가 장만채 전남도 교육감 사건과의 연관성을 먼저 해명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아니면 '별건'으로 규정하고, 말 그대로 '따로' 수사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압수수색이 있던 14일 전까지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의 '선거운동 위법성'과 관련한 어떤 수사도 공식적으로 진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 교육감' 을 흠집내기 위한 끼워놓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검찰은 현역 의원인 이석기 의원에 대해서 신체 영장을 발부했다가 비난이 거세지자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의원 신분이 아닌 회사 관계자 이석기를 대상으로 신체와 의복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사무실 근무자 등이 압수대상 물건을 몰래 또는 면전에서 자신의 신체와 의복에 숨기거나 빼돌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이 대한민국 검찰이 한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신체'에 영장을 발부 받은 이유다. 이석기 의원이 회사 직원인가?

아무리 꼼수가 유행인 시대지만 '진보 흠집내기'에 열 내는 검찰과 언론의 꼼수, 이정도면 너무 지나친 것 아닌가.


태그:#검찰, #종북, #이석기, #진본교육감,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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