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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 5분만 더!

어젯밤도 6개월에 접어든 둘째 녀석이 자다 깨다를 반복, 도대체 몇 번을 깨어 비몽사몽 젖을 물렸는지 모르겠다. 새벽 6시 반, 남편이 출근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둘째가 깊은 잠에 빠졌고, 나도 그제야 몸을 바로 뉘어 편히 잠을 청해본다. 그러나 아침 8시경, 곧 두 돌이 되는 첫째가 일어나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숨을 참으며 자는 척을 한다. 다행히 나를 깨우지 않고 머리맡에 놓아둔 물병을 열어 물을 마시며 혼자 뒹굴뒹굴 논다. 휴, 다행이다.

그러나 이도 잠시. 둘째가 눈을 뜬다. 동생이 눈을 뜨면 "아가 깼다!"를 외치는 첫째. 안방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 딸랑이 장난감을 들고 들어와 동생에게 쥐어주곤 함께 논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시간이 흐르면 한계에 이른 두 녀석이 보챈다. 5분만 더 누워 있으면 좋겠는데. 내 눈꺼풀을 손가락으로 밀어올리며 나를 깨우는 첫째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고 둘째를 끌어안고 젖을 물리며 조금의 시간을 벌어보는 궁색한 아침.

동생 본 후 스마트폰이 키우는 첫째
▲ 우리집 보모 동생 본 후 스마트폰이 키우는 첫째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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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 돼! 이제 그만!

순전히 나를 위해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번 아침.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쌀을 씻어 압력솥에 아침밥을 짓고 국을 끓인다. 어젯밤에 첫째 아침 준비를 해놓고 잤으면 좋으련만, 밤 10시경, 두 녀석이 잠들면 어지러진 집을 치우는 것만도 벅차 거의 매일 분주한 아침을 맞고 만다.

첫째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바쁘고, 둘째는 업혀 있다. 서둘러 아침상을 차리지만, 스마트폰에 빠진 첫째는 식탁 위에 스마트폰을 놓고 보며 밥을 먹으려 한다. 내 아무리 스마트폰을 '보모'로 두고 있는 '불량 엄마'지만, 식사시간까지 스마트폰에게 도움을 청하지는 않으려 노력 중이다.

그러나 아이는 쉽게 스마트폰을 포기하지 않는다. 가장 강력한 무기인 울음보를 터뜨리며 스마트폰을 빼앗아가는 엄마를 향해 "이게 아니야!"를 외치지만, 나 역시 최대한 단호하게 "안 돼! 이제 그만! 맘마 먹는 시간이야!"를 외친다. 32년 차이 나는 두 모녀가 아침부터 옥신각신 눈물바람을 벌이고서야 스마트폰이 철수되고, 아이는 아침밥을 먹기 시작한다.

스마트폰 보여주는 아빠가!
▲ 아빠가 좋아요, 스마트폰 보여주는 아빠가!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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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혹시 내 아이 음악 영재?!

어디선가 "둥근 해가 떴습니~다" 노래가 들린다. 첫째가 노래를 들으며 율동을 시작한다. 노랫말에 맞춰 세수도 하고, 목도 닦고, 양치질도 하고, 가방 메고 유치원에도 간다. 한 번도 이 노래를 불러준 적이 없는데, 율동은 더더욱 보여준 적이 없는데. 혹시 내 아이가 음악 영재? 때마침 걸려온 남편의 전화. 호들갑을 떨며 남편에게 "글쎄, 우리 애가~" 조잘거린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

"내 스마트폰에 있는 거야."

아! 맞다, 남편 스마트폰에 있는 동요 어플을 보며 배운 거였다. 5개월 정도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나와 달리 남편은 벌써 1년 반 넘게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즉, 첫째의 스마트폰 사용 경력도 벌써 1년 반이 넘었다는 거다. 다음 주면 만 24개월을 채우는 녀석이 말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인생의 4분의 3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 첫째는 내가 불러주는 노래에 맞춰서도 <둥근 해가 떴습니다> 율동을 완벽하게 따라 한다. '뽀로로 손씻기 캠페인송' <뽀드득뽀드득>을 들은 이후론 내가 그 노래를 불러주면 춤까지 춰가며, 그렇게 싫어하던 세수도 하고 양치질도 한다. "한 뽀로로가 열 부모보다 낫다"는 엄마들의 우스갯소리가 농담만은 아니다.

[#4] 아가, 울지 마!

둘째가 6개월에 접어들면서 카시트에서 우는 횟수가 확 줄었지만, 그러기까지 카시트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발버둥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울어댔는지. 처음 몇 번은 울면 꺼내 안고 이동했지만, 교통법규에도 위반되고, 버둥거리는 아이를 안고 좁은 차 안에 앉아 있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카시트에 앉는 버릇을 들이기 위해 우는 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려도 참고 또 참았다. 밀리는 강변북로. 한 시간이 넘게 둘째는 울어젖히고, 정체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마트폰을 보여줬다. 거짓말처럼 둘째는 울음을 뚝 그쳤다. TV 광고가 거짓말이 아니었다.

스마트폰만 보여준다면
▲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스마트폰만 보여준다면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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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스마트폰만 쥐어주면 누구라도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유유자적 산책을 하다 잠시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첫째가 보이지 않았다. 급히 주위를 둘러보니 길 건너 의자에 앉아 있는 아가씨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애교를 부리고 있다. 혹시? 역시!

부부동반 모임이 있어 식사를 하는 자리. 오랜만에 보는 아빠 친구들이 낯설어 조금 낯을 가리던 첫째가 시간이 조금 흐르자, 테이블을 빙글빙글 돌더니 누군가의 무릎 위에 올라앉아 웃음을 날리고 있다. 혹시? 역시!

그렇다. 혹시 스마트폰? 역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종류도 천차만별. 첫째는 여러 종류의 스마트폰 중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을 귀신 같이 구별해내 유아 어플뿐만 아니라 갤러리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구경하고, 가끔 이상한 기호로 문자와 카톡도 보내고, 전화도 걸고, 이젠 유튜브로 뽀로로를 검색해 보는 경지에 이르렀다('뽀로로' 글자를 아는 게 아니라, 내가 검색한 이력으로 검색해서 보고 있다. 아이들은 글자를 그림처럼 통으로 외워 인식한다고 하더니 과연 그렇다).

아이도, 엄마도
▲ 스마트폰에 기댄 육아 아이도, 엄마도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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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보모, 스마트폰

이제 겨우 두 돌인 아이가 이러한데, 유치원생, 초등학생이 되면 스마트폰이 어떤 존재가 되어 있을까? 스마트폰으로 동요를 배운 첫째처럼 수학이나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교육 어플을 잘 활용한다면 약이 되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두 시간째 스마트폰으로 '화가 난 새로 돼지 잡는 게임(앵그리버드)'을 하고 있는 남편을 보니 교육 어플은 눈 가리고 아웅이 될 게 뻔하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육아에서 치워버리자니…. 

앞에서 얘기한 여러 일화에서 보이듯, 단손으로 연년생 두 아이를 키우는 우리 집에서 스마트폰은 하루에 열두 번도 넘게 짜증 내고 화 내는 엄마와 달리 즐거움만을 주는 사랑이 넘치는 보모다. 남편의 스마트폰에만 의지하다 둘째 출산 후 일주일 만에 내 핸드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꿔 '24시간 보모'를 들였고, 둘째를 본 후 우리 집 첫째는 거의 스마트폰이 키우고 있다. 핵가족이 보편화되면서 단손으로 육아를 하는 엄마들에게 스마트폰은 그 옛날 한 집에 살면서 아이를 봐주던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언니, 오빠인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역시 어린 손주 녀석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핸드폰을 보여주며 무릎에 앉히는 걸 성공시키시지만,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자식들을 보며 "아이들에게 해로울 텐데", "중독될 텐데…" 하신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참 이상할 테다. 이거 보고 혼자 놀라며 줄 땐 언제고, 어린애가 이런 거 많이 보면 안 된다며 빼앗아 버리니.

스마트폰!
▲ 너도 나도 스마트폰!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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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세상, 스마트한 해결책은?

스마트폰은 어들들에게도 신세계로 다가왔으며, 이젠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누군가의 농담처럼 까페에서 대낮에 화투판를 벌였나 했는데, 자세히 보니 다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지 않은가.

문제는 그 스마트폰이 매력적인 만큼 중독성이 강해 그만큼 시력이 나빠지거나, 대인관계가 삭막해지는 등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어른들보다 아이들에게 치명적이다.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자제력이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월은 하 수상하여 안전문제로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유치원생들은 점점 늘어만 가는데, 그 부작용은 더욱 커지는 우리들의 현실.

그러나 머지않아 교과서가 들어 있는 태블릿PC로 공부할 세대인 어린아이들에게 무조건 스마트폰은 해로우니 안 된다 할 일은 아니다. 우리들의 부모 세대 역시 우리 어렸을 적 개인용 PC에 대해 잔소리를 늘어놓았지만, 어쨌든 세월은 그렇게 흘렀고 개인용 PC는 우리들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했던 지금 어린 세대의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일 것이다.

우리 생활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어가는 스마트폰. 이젠 그 스마트한 사용법을 찾을 때다.


태그:#스마트폰,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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