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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을 잘 알아야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듯이 마음도 제대로 알아야 행복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습니다.
 밭을 잘 알아야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듯이 마음도 제대로 알아야 행복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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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주변 사람들과 물과 얼음, 수증기가 같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를 놓고 이야기 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런 고민 없이 '틀린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한 참을 생각하다 '같은 거 아녀?'하고 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같은 거라고 하면, '물은 물이고 얼음은 얼음이며 수증기는 수증기인데 어떻게 같은 게 되느냐'고 다시 묻습니다. 다른 거라고 하면 '물이 얼면 얼음 되고, 얼음이 녹으면 물 되고, 물을 끓이면 수증기가 되는데 뭐가 다른 것이냐'고 묻습니다.

얼음, 물, 수증기는 같을 가 들릴까?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말장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질문을 할 때는 은근히 '그것들은 수소 2개와 산소 1개로 이루어진 분자가 온도에 따라 상이 다를 뿐 근본은 같은 물질'이라는 논리적인 답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논리적이기보다는 두루뭉술하고 뭉뚱그린 답을 듣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끝까지 조건(온도와 압력)이 달라짐으로 상이 달라지는 것이니 각각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고집하는 사람도 있고, 겉으로 드러나는 상은 다를지라도 그 본질이 H2O이니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국 시종을 알 수 없는 동그라미를 그려 놓고 시작점이 어디고 끝점이 어디냐를 따지듯이 티격태격합니다.

내 몸을 이루고 있고, 마시고 보며 항상 함께하는 물에 대해서도 논리적으로 따져보고 생각해 보지 않으면 물과 얼음 그리고 수증기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를 논 할 수 없듯이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 하루 5만 번이나 변하지만 그 실체 알아야

그 옛날, 어떤 사람이 고승을 찾아가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겠다고 하니 고승은 괴로운 마음을 내게 보여주면 그것을 괴롭지 않게 치료해 주겠다고 하였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말합니다. 일체유심조라는 말들을 하지만 정작 마음(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려 주거나 설명해 주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마음이 무엇인지를 공부하지 않으면 무엇이 마음인지도 모르면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게 됩니다. 오늘 하루도 '속상하다, 마음이 (불)편하다, 마음이 아프다, 기분이 좋다, 화가 난다, 애가 끓는다, 행복하다, 미워 죽겠다'는 등 마음을 표현하는 각각의 말들을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마음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음은 하루에도 5만 번이나 변한다고 합니다. 5만 번이나 변하는 마음은 '속상하다, 마음이 (불)편하다, 마음이 아프다, 기분이 좋다, 화가 난다, 애가 끓는다, 행복하다, 미워 죽겠다'는 등으로 표현되며, 마음은 담아내는 그릇이 될 것입니다.

일체유심조를 말하지만 정작 우리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잘 알지 못합니다. 잘 알지 못하니 얼음으로 만든 그릇에 뜨거운 물을 담으려는 것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미워하는 마음에 담는 어리석음을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소금은 짜다는 것을 알고, 설탕은 단맛을 낸다는 것, 다시 말해 짠맛은 소금에서 오고 단맛은 설탕에서 온다는 것을 알아야 맛난 음식을 조리할 수 있습니다. 마음도 마찬가지 입니다. 마음은 무엇이며, 어디서 어떤 색깔로 오고, 어떤 맛으로 오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행복한 맛으로 조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공부를 위한 첫걸음

<문화독해운동 이마고(imago)>의 대표인 김영우 글, <민족사> 출판의 <마음공부 첫걸음>은 마음이 무엇이며, 마음은 어떤 것이며 각각의 마음들은 어떻게 형성되거나 조리되는 지를 잘 만들어진 레시피처럼 차곡차곡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식 입문 <마음공부 첫걸음> 표지
 유식 입문 <마음공부 첫걸음> 표지
ⓒ 민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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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마음을 공부하고 설명하는 기본 도구로 유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식이 무엇이며 유식으로 설명되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식이란 오직 유(唯) 자 와 알 식(識) 자로 이루어진 말로, 오직(唯) 마음(識)만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오직 마음만을 인정하고 바깥의 대상(境)을 부정(無) 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유식무경(唯識無境)이라고 합니다. -본문 14쪽-

우리의 시력이 아무리 좋아도 자외선이나 적외선 등은 볼 수 없고, 아무리 청각이 좋아도 돌고래나 박쥐처럼 고주파는 들을 수 없으며, 아무리 좋은 코를 가졌다고 해도 개나 늑대보다 냄새를 더 잘 맡을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감각에 의해 우리의 인식능력이 한정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의식은 우리의 감각능력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의식은 자신의 지식, 교양, 경험 등에 의해 인식 대상이 한정되고 있습니다. - 본문 100쪽

다시 말해 심소는 심왕인 아뢰야식, 말나식, 의식과 늘 함께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심왕과 심소의 관계를 그림에서 밑그림을 그리는 화가(심왕)와 화가가 그린 밑그림에 제자가 채색하는 것(심소)으로 비유하거나 또는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왕(심왕)과 왕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신하(심소)로 비유하여 설명하기도 합니다. - 본문 111쪽

구구단 같고 알파벳 같은 <마음공부 첫걸음>

소금은 바다에서 나고 짠맛으로 맛을 더해준다는 것을 알지만, 고혈압 환자에게는 해가 된다는 것까지 알면 고혈압 환자가 먹을 요리는 맛이 조금 덜할지라도 조금 싱겁게 조리하듯 유식이 무엇인지, 마음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도 개인지도를 하듯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들로 인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 다시 말해 행복해지려면 크게 두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첫째는 나에게 어려움을 준 외부환경을 바꾸는 것입니다. 둘째는 자기의 마음을 바꾸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른손에 현금 1억 원을 가지고 있으며, 왼손에는 '마음을 바꾸는 진리'를 쥐고 있다고 합시다.

그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여러분들은 어떤 것을 선택하겠습니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금 1억 원이 행복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돈이 많은 사람은 전혀 고통이나 어려움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본문 69쪽

결국 한이 많다는 것은 가슴에 응어리가 많다는 것입니다. 가슴의 응어리는 남에 대한 원망이나 원한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남에게 원한이나 원망을 품으면 남을 믿지 않게 되어 자기중심적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처럼 남을 믿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면, 자비와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적인 신앙심도 이기적인 기복신앙 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 본문 164쪽

마음을 알지 못하며 일체유심조를 말하고, 마음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다른 공부를 이야기 한다는 것은 시각과 촉각, 후각 기능까지 상실한 상태에서 조리를 하며 간을 맞추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마음공부 첫걸음>은 수학 공부에 있어서 구구단, 영어 공부에 있어서 알파벳처럼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이 하는 모든 공부에 기역과 니은이 될 것입니다. 마음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내디딜 첫걸음을 받쳐주는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마음공부 첫걸음>|글·김명우|펴낸곳 민족사|2011.10.10|9,000원



마음공부 첫걸음 - 유식 입문

김명우 지음, 민족사(2011)


태그:#마음공부 첫걸음, #민족사, #김명우, #유식, #유식30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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