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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8일 오전 서울 노원구청 1층 로비에서 '호랑이 특별 기획전 - 살아있는 새끼 호랑이 체험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생후 8개월 된 호랑이 '강호'와 '범호'가 투명 아크릴(가로 3.5미터, 세로 2미터)로 제작된 전시관에 전시되고 있다.
 지난 1월 28일 오전 서울 노원구청 1층 로비에서 '호랑이 특별 기획전 - 살아있는 새끼 호랑이 체험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생후 8개월 된 호랑이 '강호'와 '범호'가 투명 아크릴(가로 3.5미터, 세로 2미터)로 제작된 전시관에 전시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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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 비난을 받고 있는 노원구청이 애초 새끼 호랑이를 목줄로 묶어 청사 로비에 전시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4일 황동성 노원구의원이 공개한 노원구청의 '경인년 호랑이 특별전 개최계획'에 따르면, 노원구는 행사 운영방법에 대해 "호랑이를 목줄을 걸어 전시장 왕래 및 만져보는 체험 실시"라고 설명했다.

노원구는 "실제 호랑이를 가까운 거리에서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면서 "관람객에게 생동감 있는 교육제공"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노원구청 총무과 관계자는 "당시에는 강아지만한 새끼 호랑이라는 가정 하에 아이들에게 안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각에 따라서는 '동물학대'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동물원에서도 아이들이 호랑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많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계획이 아크릴관 전시로 바뀐 것은 호랑이를 임대하는 과정에서 사육사가 "호랑이는 6~7개월을 넘으면 야생성이 나타나서 (관객) 안전에 위험이 있다"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노원구청 로비에 전시됐던 강호와 범호는 8개월 된 새끼 호랑이였다. 몇 개월만 늦게 태어났다면 목줄에 묶여 끌려다니는 수난을 겪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최대 1억 예산" 쓴다더니, 1억6500만 원 사용... 대부분 청사운영비

또한 노원구청은 이 행사 예산을 대부분 구의회 심의 없이 청사관리비에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나온 자료에 따르면 호랑이특별전의 총 예산은 약 1억6500만 원. 그러나 이 중 의회 심의를 거친 것은 3000만 원뿐이다.

그러면 나머지 금액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노원구청 설명에 따르면, 서울시 교부금을 통해 형성된 청사갤러리운영비(5000만 원), 지난해 청사관리유지비 중 절감액(4000만 원), 2010년 청사갤러리운영예산(4000만 원)이 특별전 예산으로 편성했다.

구청은 "호랑이특별전이 청사에서 열렸기 때문에 갤러리운영비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무과 측은 "전시 예산은 포괄적으로 잡는다, 다른 전시행사도 이 항목에서 나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과 달리 이 특별전은 청사 운영사업으로 추진된 것이 아니다. 구청 측은 초기에 노원구 내 마들공원에 행사장을 조성하고 살아 있는 호랑이도 더 넓은 장소에서 전시한다는 계획을 검토했다가 시설 미비 등의 이유로 장소를 청사로 옮겼다.

총무과 측은 "이번 예산은 그 (야외 행사) 계획이 바뀐 뒤에 편성된 것"이라면서 "야외에서 열렸다면 다른 항목으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승인 절차도 문제로 남는다. 민주당 구의원들은 "구청으로부터 정확한 예산출처를 보고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총무과 측은 "항목별로 의회 승인을 받았다, 구의원들이 잘 모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구의회 심의 과정에서도 예산의 규모와 출처는 논란이 됐다. 당시 구청 측은 애초 특별전 총사업예산이 1억6500만 원이라는 것을 보고하지 않았다가 구의원들의 질타를 받았고, 나머지 예산을 어떻게 조성할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2009년 11월 노원구의회 행정재경위원회에 출석한 총무과 공무원들은 "테마청사를 동절기에 계속 비워놓을 수가 없어서 호랑이 전시를 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 3000만 원"이라고 설명했고, "그 외 다른 예산은 없는 거죠?"라는 질문에 "예, 현재 그렇습니다"고 답했다.

그러나 다음 회의에서 의원들은 "포괄적 예산이 1억6500만 원이라고 알고 있다, 나머지는 어디서 조달할 생각이었냐"고 추궁하고 나섰다.

그러자 총무과측은 "위원님들이 추경예산을 확정해주신다면 쓸 수 있는 예산의 최대가 약 9500만 원에서 1억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관희 의원(한나라당)은 "1억이 드는 사업을 3000만 원이라는 식으로 올려서 나머지는 다른 예산을 전용한다는 것이 가능하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태그:#노원구청,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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