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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신문 이안재 발행인
 옥천신문 이안재 발행인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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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찍어야 하는데 제작비가 없어 돈을 꿔와야 했고……."

이안재 <옥천신문> 발행인의 기념사가 순간 끊겼다. 이 발행인은 16일 저녁 충북 옥천군 옥천읍 명가웨딩홀에서 내외빈 100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옥천신문 창간 20주년 기념사를 하고 있었다. 참석자들의 눈길이 모두 이 발행인에게 쏠렸다.

긴 침묵 끝에 기념사가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셀 수도 없는 위기가……." 이 발행인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이어 울먹였고 뺨을 따라 주르륵 눈물 방울이 흘려 내렸다. 헤아릴 수도 없는 어려웠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이 발행인의 가슴을 찔렀던 모양이다. 취재비도 안 되는 월급봉투를 쥐고 밤을 지새우며 원고지를 메우던 순간들, 한 줄의 뉴스를 위해 산 고개고개를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넘었던 날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신문사를 떠나간 동료들의 얼굴…….  

대부분 이 대목에서 격려의 박수가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공감의 격려박수는 눈물을 멎게 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도 바꾸게 한다.  

하지만 이날은 누구도 이 발행인의 눈물을 막아서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가 잠시 동안 고개를 떨군 채 먹먹해진 가슴을 다스리기에 바빴다. 오한흥 전 대표이사도 고개를 떨어뜨렸고, 나란히 앉은 옥천신문 몇몇 이사들은 눈을 감았다. <남해신문>에서 일했던 한관호 바른지역언론연대 사무총장도, 김기수 <평택시민신문> 발행인도, 이번영 <홍성신문> 전 편집국장도, 권혁상 <충청리뷰> 발행인도 지그시 눈을 감거나 공감의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1001호를 찍어낸 지금까지 외부압력이나 돈 때문에 신문이 나오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 발행인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기념사를 이어나갔다.

가장 돈 잘 내고 보는 1등 신문은?

"오히려 한국ABC협회(유가부수 인증 단체) 조사결과 전체독자대비 유료구독자 비율이 91.5%로 전국 일간신문과 주간신문을 통틀어 가장 돈 잘 내고 보는 1등 신문으로 뽑혔습니다. 모두가 옥천 주민들과 독자들이 옥천신문에 애정을 쏟아준 덕분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께서 '다 수입해도 지역신문만큼은 수입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신문을 보다 잘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그때서야 객석에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길고 힘이 느껴지는 박수였다.

지난 해 언론재단에서 벌인 정기구독신문 구독률 변화추이에 대한 조사결과 최근 2년 동안 구독자가 늘어난 신문은 주간지역신문과 경제신문 뿐이었고 나머지 신문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종합지의 경우 2006년 84%에서 지난 해 74.9%로 무려 10%포인트 가까이 줄었고, 지역일간지는 6.9%에서 4.4%로 감소했다. 반면 주간지역신문은 0.4%에서 1.5%로, 경제지는 3.1%에서 9.2%로 구독률이 증가했다.

때문에 <옥천신문> 창간 20주년은 주간지역신문의 어제를 돌아보게 하고 내일을 전망하는 큰 매듭이 되게 하기에 충분했다. 주간지역신문은 1988년 <홍성신문>이 첫 선을 보였고, <옥천신문>은 1989년 창간됐다.    

주간지역신문 20년의 회고와 전망 토론회
 주간지역신문 20년의 회고와 전망 토론회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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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날 오후 4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 '지역신문 20년과 지역언론의 미래'를 주제로 한 기념 세미나 주제발표를 통해 "풀뿌리지역신문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며 "하지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발전이냐 쇠퇴냐를 가름하게 될 전환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6000여 개, 영국은 1200개의 주간지역신문이 발행되고 있을 만큼 양과 질에서 중요한 위치를 파지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의 경우 아직까지도 관심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옥천신문을 비롯, 많은 주간지역신문이 창간이후 지역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중앙 일간지도 흉내 내기 어려운 과감한 시도를 해왔다"고 평가했다.

"주간지역신문의 주된 외적 변수는 행정구역개편"    

김 교수는 "지역신문은 지역주민의 사랑과 신뢰라는 거름을 먹고 성장하는 나무"라며 "성장한 나무는 지역주민들에게 시원한 그늘과 울타리가 되어야 하며 그 결실은 주민들이 고루 맛볼 수 있도록 보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주간지역신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내적요인으로 올해로 시행 5년 차에 접어든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을 꼽았고 이후 영향을 미칠 외적요인으로는 행정구역재편 논의와 그 결과를 꼽았다.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지역신문지원특별법에 의해 지원되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은 강력한 선별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독특한 신문지원제도로 자리를 잡았다"며 "법안의 시한 만료로 내년부터 지원이 끊어지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데 큰 장애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문체부장관이 지원법안의 시한연장에 긍정적인 검토 발언이 있었다"며 "하지만 미디어법 관련 헌재 결정 등 여러 변수에 대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옥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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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전북민언련 정책실장은 "한국사회 현실에서 지역성을 구현할 유일한 매체는 지역언론"이라고 진단했다. 박 실장은 "지역신문 시장에 대한 전국지 점유율이 무려 72.8%(2006년 기준)에 달하지만 지역의제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며 "2008년 조중동의 사설을 분석해 본 결과 지역관련 의제 비중은 1.67%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대부분 지역이익과 배치되는 논조를 펼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기수 <평택시민신문> 발행인은 "지역에 대한 애정과 때 묻지 않는 언론윤리, 자기혁신, 사명의식 등 지역 언론인 스스로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와 함께 젊은 세대가 지역 언론계에 들어올 수 있도록 지역 언론계의  재활력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옥천신문>은 매주 신문 첫 면에 발행부수와 발송부수를 공개하고 있다. 옥천신문이 공개한 이번 주 옥천신문 발행부수는 4750부이고 발송부수는 4714부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2006년 말 기준 전국 일간신문은 143개사로 이중 지역 일간신문은 100개사이며, 지역주간신문은 480여 개 사다.


태그:#옥천신문, #지역신문, #주간지역신문, #2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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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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