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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전교조는 창립 20돌이다. 이날은 89년 5월 28일 결성식을 연 전교조로선 스무 살 '성년식'을 치르는 날이다. 하지만 전교조는 이날 예정된 기념행사를 취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면서 추모하기 위해서"(전교조 성명서)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89년 5월. 국회의원 가운데 전교조의 '참교육'에 두 손 들어 환영한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더구나 <조선일보> 등이 전교조 교사들을 '친북 의식화 교사'로 낙인찍던 시절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김영삼 총재를 위로 둔 통일민주당 의원 가운데, 전교조 창립 과정을 적극 도운 국회의원이 있었다. 바로 고 노무현 당시 의원이었다.

20년 전 전교조 사무실 찾아온 노 전 대통령

<전교조신문> 전신인 <전국교사신문> 89년 6월 5일치 복사본.
 <전교조신문> 전신인 <전국교사신문> 89년 6월 5일치 복사본.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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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89년 전교조 편집실장이었던 김민곤 교사(서울고)의 회고다.

"평화민주당에서는 박석무 의원 등이 도와줬는데, 통일민주당 의원은 전교조 결성에 도움을 주신 분이 많지 않아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노무현 당시 의원이 전교조 지지에 적극 나서줘서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89년 5월 30일, 노무현 당시 국회의원(통일민주당)은 전교조 사무실을 찾아왔다. '전교조 결성 의의와 전망'이란 전교조 기관지의 좌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주간<교육희망>의 전신인 <전국교사신문>은 같은 해 6월 5일치에서 그의 말을 다음처럼 중계했다.

"전교조가 정치투쟁화해 가고 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소수의 특권층들에게 항상 유리하도록 교육내용이 채워져 있지 않습니까? 그 교육노동에 종사하는 교사들이 사실상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는데, 어찌 정치무장화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동안 정치권력은 끊임없이 교사들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일하라고 강요해 왔습니다. 교육내용 또한 권력을 가진 세력들이 그 부당한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합리화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부당한 권력 유지하려면 교육이 반드시 필요"

고인은 이 당시에도 언론과 교육의 소중함에 대해 강조했다. 자칫 잘못하다간 이 둘은 부당한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만다는 것이다.

"부당하게 정치권력을 거머쥔 자들이 그 권력을 계속 유지해 나가려면 군대, 경찰뿐만 아니라 언론과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게 됩니다. 그래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탄압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것을 거꾸로 얘기하면 교직원노조 정당성을 이미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참교육실현에 몸부림치는 교사가 없다면 제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을 겁니다.(웃음)"

하지만 고인은 2003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전교조와는 '껄끄러운' 관계를 맺게 된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교원평가, 교육개방 문제에서 전교조와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2006년 3월 고인은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하던 중 다음처럼 말하기도 했다.

"사회변화에 가장 강력히 저항하는 게 학교 선생님이다."

양대 교원단체인 전교조와 한국교총은 이 발언에 반발했다. '교권 침해'라는 것이었다.

그가 한 말이 마음에 걸렸던 탓일까? '마음 약한'(?) 고인은 같은 해 12월 다음처럼 말한다.

"제가 대통령이 된 이래로 '전교조나 교총이 개혁에 다 반대하고 자기들 밥 그릇 생각이나 한다'고 여러 차례 선생님들에게 불평을 참 많이 했지만 오늘 고치겠다. 앞으론 선생님들을 신뢰하고 열심히 지원하겠다."

대통령 재임 중 고인은 전교조 초창기 임원을 맡은 바 있는 김진경 교사와 김성근 교사를 각각 청와대 교육수석과 교육행정관에 임명하기도 했다. 한국교총과 보수언론은 이에 대해 트집을 잡았고, 전교조는 '환영도 비판도' 하지 않았다.

이로부터 20년이 흐른 2009년 5월 23일 전교조 교사대회가 열리던 날 그는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20돌을 맞은 전교조는 '비판의 펜대' 위에 서 있다. 보수언론은 물론 이른바 '친 전교조' 신문으로 얘기되던 <한겨레신문><경향신문>까지 회초리를 들고 있다. '교사 이익만 대변'과 '대안 없는 반대 투쟁'에 대해 매섭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고인과 전교조는 주류 세력과 결탁한 족벌언론에 20년째 돌팔매를 맞아 왔다. 전교조도 그렇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그 얼마나 살벌했던가.

"'노무현'은 우리에게 별 의미가 없어졌다. 전직 대통령의 명예도, 좌파 리더로서의 존재가치도 사라졌다. …그가 또 다른 그 어떤 사건을 가지고 '국민' 앞에 나서서 그의 번잡한 언변을 늘어놓는 것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조선일보> 4월 27일치 김대중 고문 칼럼 '노무현씨를 버리자')

고인은 떠났지만, 그의 참교육 발언은 살아 있다

이제 <조선>의 바람처럼 그의 언변을 다시는 들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그러나 전교조가 새싹처럼 돋아나던 날, 그가 한 칭찬은 전교조에 살이 되었다. 이제 '교사 이익 대변'을 비판한 대통령 시절 고인의 말도 깊이 새겨들어야 할 때다.

봄바람에 실려 전국을 떠다닐 고인의 가슴에 '참교육 전교조'는 살아 있으리라. 그는 대통령 시절 다음과 같이 연설하지 않았는가.

"우리 아이들에게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를 꼭 남기고 싶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의 일부 내용은 기자가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쓴 것입니다.



태그:#노무현,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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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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