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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자료사진).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자료사진).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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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전세난, 집 사야 하나?'

전세난이 심화될 때, 언론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제목이다. 1월 전셋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이후에도 어김없이 언론에 등장했다. 설 이후 집값이 오르니 지금 집을 사라는 보도가 쏟아진 것이다. 이 보도를 접한 집 없는 서민들은 집 근처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로 발길을 옮겼을 터다.

하지만 집값은 여전히 높다. 이들에겐 '그래도 나중에 더 비싸게 사는 것보다 무리하더라도 지금 사는 게 나을까?'라는 고민이 남는다. 눈앞에서는 "지금은 내 집 마련 적기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들썩거린다"는 언론보도가 아른거린다.

전문가들은 "언론보도를 너무 믿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아파트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일부 언론에서 투자자와 실수요자의 집값 상승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전셋값 폭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관련 통계 역시 집값 상승 움직임과는 거리가 멀다.

"'전셋값 폭등→집값 상승' 주장은 잘못된 것"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폭등해 매매가와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이동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현재 전셋값과 매매가의 차이가 크게 줄어든 걸까?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이 7일 내놓은 '최근 전세 가격 상승 배경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1월에서 2010년 12월까지 2년 동안 전국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4.8%p 상승해 57.1%(2010년 12월 기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던 2002년(68.9%)에 비해서 10%p 이상 낮은 수치다.

수도권만 한정할 경우, 집값 상승 여력은 더 떨어진다. 2010년 12월 말 기준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46.5%. 2002년(66.4%)과 비교해 약 20%p 낮다. 2002년과 같은 조건이라고 가정하더라도 현재 매매가가 워낙 높아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판단이다.

또한 이 보고서를 쓴 임희정 연구위원은 "2002년 이후에는 전셋값이 떨어진 반면 매매가는 상승하는 등 전셋값과 매매가의 일관된 연관성을 찾기가 어렵다"며 "모든 조건들을 다 무시하고 '전셋값이 오르니 매매가가 오른다'는 일부 전문가의 분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소득을 통한 주택 구입 여력 약화는 지속되고 있다"며 "공급축소 현상과 경기 회복세가 장기간 지속되는 등 조건이 맞아야 향후 매매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 주택은 늘고, 거래량 증가는 주춤하고

부동산 시장 상황을 알려주는 통계 역시 집값 상승 움직임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달 31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2010년 12월 말 기준 미분양주택현황'에 따르면, 전국 규모의 미분양 주택이 줄어들었지만 수도권은 소폭 늘었다. 수도권의 2010년 12월 미분양 주택은 모두 2만9412호로 11월(2만9189호)에 비해 223호 증가했다. 이는 2005~2009년 5년간의 12월 평균치(1만6837호)의 약 2배에 이르는 수치다. 

'악성 미분양'인 준공후 미분양 주택의 경우, 수도권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0년 12월 수도권 준공후 미분양 주택은 모두 8729호에 달했다. 이는 11월에 비하면 168호(1.9%) 줄어든 것이지만, 2005~2009년 5년간의 12월 평균치(1887호)의 5배에 가깝다.

아파트 거래량도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가 운영하는 '온나라부동산정보'에 따르면, 2010년 12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9562호로, 2006~2009년 4년간의 12월 평균치(9746호)에 비해 여전히 1.9% 적은 것이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현재 집값이 너무 높기 때문에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옮겨가지 못하고 있다"며 "전셋값으로 인해 일부 지역의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집값을 올릴 수 있다는 견해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집값 상승의 관건은 전셋값 폭등이 아니라, 오는 3월 말 종료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부채가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제도) 한시적 폐지(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제외)가 연장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DTI 한시적 폐지 연장의 효과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7일 오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달 말까지 DTI 규제 연장 등을 포함해 전월세와 매매 시장을 아우르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전셋값 폭등, #집값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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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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