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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교차로에서 가벼운 접촉사고를 당했고, 사고가 접수되고 처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세상 물정을 제대로 깨닫게 됐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상'이라는 말을 실감했다고나 할까. 내용인즉슨 이렇다.

두 주 전 월요일(10월 11일) 오전 출근길이었다. 교통량이 그다지 많지 않은 교차로에서 2차선에서 급히 좌회전을 하던 트럭이 1차선에서 좌회전하던 내 차(프라이드)의 조수석 쪽 앞문 주변을 들이받았다. 오른쪽 앞바퀴 덮개(펜더) 부분과 앞문이 크게 파손되었고 오른쪽 뒷문과 뒷바퀴 덮개 부분도 심하게 긁혔지만, 천만다행으로 사람이 다치진 않았다.

채 10분도 되지 않아 사고 처리를 해 줄 견인차가 도착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는 스포츠카도, 구급차도 아닌 교통사고 현장에 나타나는 견인차라는 말,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니, 사고 처리에 있어서 기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나 나눌 얘기는 없다. 양쪽 보험사가 다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견인차 기사는 트럭 운전기사 측 보험 업무를 대행하는 듯 보였고 그와 내가 부른 보험사 직원 사이에 얼마 간 대화가 오가더니, 내가 부른 보험사 직원이 내게 다가와 두 가지의 '선택지'를 내밀었다.

하나는 사고 접수를 하게 되면 피해자 쪽 책임도 20% 부과되기 때문에 향후 3년 간 보험요율 산정에 다소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고, 연식이 오래된 차량이라서 수리비가 차량 가액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라는 것, 다른 하나는 사고 접수를 하지 않으면 수리 기간 동안의 렌터카 비용을 포기하는 대신, 그 비용으로 앞바퀴 덮개와 문은 새 것으로 교체하고 뒤쪽 긁힌 자국도 말끔하게 수리해 준다는 것이었다.

보험요율이 더 떨어질 게 없을 만큼 무사고 운전을 해왔지만, 괜히 렌터카 빌려 몰다 사고가 나면 어쩌나 하는 소심한 마음에 선뜻 후자를 선택했다. 수리비가 차량 가액을 넘어서면 추가비용을 차주가 지불해야 한다는 말이 은근히 부담스럽기도 했고, 사고 처리 전문가인 보험사 직원의 권유를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말끔히 수리했다는 차... 선명한 페인트 자국에 요란한 문소리까지

사실 사고 당시 앞 범퍼는 별 이상이 없었는데, 견적서에 버젓이 기재돼 있는 것 자체가 황당했다. 더욱이 사진의 모습은 사고 전과 동일하다.
▲ 말끔하게 수리했다는 앞 범퍼 사실 사고 당시 앞 범퍼는 별 이상이 없었는데, 견적서에 버젓이 기재돼 있는 것 자체가 황당했다. 더욱이 사진의 모습은 사고 전과 동일하다.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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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젖히는 순간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녹이 떨어져 내렸다. 소리라도 없애려 방청제를 구해다 뿌려야 했다.
▲ 녹슬어 삐걱거리는 새 앞문 손잡이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젖히는 순간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녹이 떨어져 내렸다. 소리라도 없애려 방청제를 구해다 뿌려야 했다.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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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이 지난 15일 오후에 차량을 건네받았다. 수박 겉핥듯 대충 살펴보았는데도 수리 상태가 형편없었다.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젖히는 순간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녹이 떨어져 내렸고, 유리창 몰딩 부분엔 페인트 자국이 선명했다. 한 눈에 봐도 새 것이기는커녕 폐차 직전 뜯어낸 문을 도색해 대충 끼워놓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일단 귀에 거슬리는 문소리라도 없애려 손잡이에 방청제를 뿌려야 할 정도였다.

곧장 차량을 수리한 공업사에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다. 언성을 높여가며 수차례 다그쳐 물었지만, 귀찮다는 듯 시큰둥한 답변만 내놓을 뿐이었다. 13년이나 된 오래된 차량이라 새것을 구할 수 없었고 차량의 보험 가액(62만 원~68만 6000원)이 턱없이 낮아 제대로 수리를 할 수 없었다는 거다. 그러나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사고 현장에서 트럭 운전 기사의 보험 업무를 대행했던 견인차 기사는 내 차를 수리한 공업사의 공장장이기도 했는데, 그런 그가 사고 차량에 대한 대충의 견적을 몰랐을리 없는데다, 왜 당시에는 새 것으로 교환해주겠노라는 약속을 대놓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더욱이 새 것을 구할 수 없었다면 적어도 수리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알려주어야 하지 않느냐며 따졌다.

그 주 토요일(16일) 직접 공업사를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엉터리로 수리된 흔적의 녹슨 손잡이와 몰딩의 페인트 자국 등을 보여주며 사용된 부품과 수리 내역이 적힌 견적서를 요구하였다. 이 정도의 수리에
66만 원이나 들었다는 공업사의 설명 자체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클릭 몇 번이면 출력할 수 있는 것일 텐데도 뭉그적거리다 10여 분이 지나서야 마지못해 A4 용지 두 장으로 된 내역서를 건네주었다. 조금 복잡했지만 읽는 데에 불편함은 없었다. 군대 운전병 출신이라 차량에 관한 웬만한 용어는 대략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재된 항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수리된 흔적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공업사 사장은 갑자기 손에 쥔 내역서를 빼앗더니 갈기갈기 찢으며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달랑 66만 원 가지고 어떻게 새 것으로 교체할 수 있느냐며, 그 돈에 그만하면 잘 된 수리라고 내질러댔다. 다시 내역서를 출력해 달라고 요청했고, 소비자원에 도움을 청하겠다고 했더니 외려 법대로 하라며 큰소리쳤다.

도저히 그 자리에서 내역서를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다시 보험사 직원에게 어렵사리 전화를 걸어 즉시 조치를 요구하였고, 허겁지겁 달려온 그는 공업사 사무실 밖으로 나를 데려가더니 모든 것을 요구대로 다시 처리해주겠노라고 약속하며 귀가해 연락을 기다리라고 했다. 가족과 함께 보내기로 한 주말인데다 어차피 트럭 운전사 보험사에 이미 청구된 보험금 내역서를 다시 수정하지는 못할 것이라 여겼기에, 그의 말을 믿고 순순히 집으로 돌아왔다.

보험사 "새 앞문, 4만 9000원 차액 보상 중 하나 선택하라"

하지도 않은 작업을 한 것처럼 버젓이 적었다. 대강의 견적을 공업사와 보험사가 타협(?)을 하고, 그 금액에 적당히 맞춰 견적서를 짜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 공업사의 엉터리 견적서 하지도 않은 작업을 한 것처럼 버젓이 적었다. 대강의 견적을 공업사와 보험사가 타협(?)을 하고, 그 금액에 적당히 맞춰 견적서를 짜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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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적서에 적은 대로 판금을 했다면 찌그러진 부분이 조금이라도 감춰져 있어야 한다. 멀리서 봐도 서너 군데는 찌그러진 채 도색만 광나도록 돼 있다.
▲ 광나도록 도색만 한 뒷바퀴 덮개(펜더) 견적서에 적은 대로 판금을 했다면 찌그러진 부분이 조금이라도 감춰져 있어야 한다. 멀리서 봐도 서너 군데는 찌그러진 채 도색만 광나도록 돼 있다.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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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18일)이 가고, 화요일(19일)이 지나도 기다리던 연락은 오지 않았다. 결국 먼저 전화를 걸었다. 지금껏 중재를 담당했던 보험사 직원 대신 보상팀과 연결이 됐다. 직접 공업사를 방문해 확인했다면서 내역서에 적힌 내용과 다른 점은 한 가지, 앞문이 약속과 달리 새 것이 아닌 중고품이 끼워졌다는 것이니 시일이 다소 걸리겠지만 그 공업사에서 새 것을 구해다 다시 갈아 끼우거나, 새 것과 지금 설치된 중고품의 차액(4만9000원)을 보상 받을 수 있으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그가 본 내역서와 찢기기 전 내가 언뜻 들여다본 내역서가 서로 달랐던 것일까. 단지 그것 하나만 이상한 게 아니라는 생각에, 보험금을 지급한 가해자 측 보험사 보상팀과 직접 연락을 하겠다며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내 측 보험사 직원이든 보상팀이든 더 이상 믿을 수가 없었다. 화난 마음에 지나친 표현일 테지만, 보상팀의 '자상한' 설명이 단돈 4만9000원에 합의하라는 말처럼 들려서다.

그렇지만 가해자 측 보험사 보상팀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돈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보험사 측에서 해당 공업사를 처벌하는 방법은 없는지 물었다. 분명 나와 같은 사례가 지금껏 있어왔을 테고, 두루뭉수리 넘겼을 경우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다시는 그 공업사를 이용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단다. 차량 수리 전문가인 그들이 낸 견적서를 믿지 않을 도리가 없고, 하루에 수십, 수백 건이 발생하는 차량 사고 건마다 일일이 견적서를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란다.

비록 차량 수리 전문가도 아니고 보험사의 사고 처리 규정에 대해서 아는 바도 없지만, 수리가 부실하기 짝이 없는데다 공업사가 견적서를 함부로 찢고 건네지 않은 일, 그리고 보험사의 중재가 별 이유도 없이 차일피일 미뤄지다 결국 돈 몇 푼 던져주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공업사와 보험사에 철저하게 농락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업사 "견적서 항목대로 수리하려면 추가 비용 내라"

아예 손도 대지 않았으면서 견적서엔 또 버젓이 수리했다고 기재돼 있다. 이건 우롱을 넘어 엄연한 사기다.
▲ 제대로 수리된(?) 뒤 범퍼 아예 손도 대지 않았으면서 견적서엔 또 버젓이 수리했다고 기재돼 있다. 이건 우롱을 넘어 엄연한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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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문 가장자리 곳곳에 구멍이 팬 자국이 나 있는데, 적어도 이 정도의 흠집은 수리할 때 감춰져야 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중고품을 사용하더라도 그게 소비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 아닐까.
▲ 이 문을 새것이라고 속이다니. 앞문 가장자리 곳곳에 구멍이 팬 자국이 나 있는데, 적어도 이 정도의 흠집은 수리할 때 감춰져야 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중고품을 사용하더라도 그게 소비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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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측 보험사로부터 보상처리 확인서와 수리비 견적서를 사고가 난 지 보름 가까이 지난 25일에야 어렵사리 받아볼 수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견적서에는 앞 범퍼를 수리했다거나 뒷바퀴 덮개를 판금했다는 등의 작업항목이 기재돼 있었다. 하지도 않은 작업을 한 것처럼 적은 것이다.

곧장 서류를 건네준 가해자 측 보험사에 다시 전화를 걸어 공업사를 방문했다면서 대체 무엇을 확인했냐고 되물었고, 견적서에 적힌 작업항목과 실제가 다르다고 문제를 제기했더니, 공업사에 직접 연락해 미비된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수리비를 보험사에 부당하게 청구한 것이니 보험사 측에서 발끈해야 맞을 텐데, 외려 귀찮다는 반응이었다.

마지막으로 확인차 공업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가지고 있는 견적서가 잘못된 것이라며 횡설수설 발뺌했다. 보험사가 팩스로 건네준 것이라는 데도 막무가내였다. 끝으로 견적서에 적힌 항목 그대로 다시 수리해달라고 요구했더니, 그건 안 된다며 그렇게 하고 싶으면 추가 비용을 부담하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며, 상식을 가진 소비자로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

공업사는 변명을 하면서 관행이라는 듯 어물쩍 넘기려 했다. 적어도 수리비가 차량의 보험 가액을 넘어 중고품을 써야했다면 수리하기 전 고객에게 통보해야 하는 게 상식일 것이다. 그리고 하지도 않은 작업을 끼워 넣을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부품비와 공임을 기재하여 보험사에 청구하는 게 맞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보험사도 공업사가 수리비에 맞춰 작업항목을 무리하게 끼워 넣는 관행을 모르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소비자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눈앞에서 견적서를 찢는 등의 행위를 한 것만으로도 법적으로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일 텐데, 대체 무슨 배짱으로 공업사는 법대로 하라며 되레 소비자를 을러대는 것일까. 또, 보험사는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공업사를 두둔하듯 말하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

모르긴 해도, 보내준 서류만 대충 훑어보고 수리비를 지급하는 보험사의 태만과 공업사의 수리비 짜맞추기 관행은 나 같은 황당한 피해자를 만들고, 또 보험료를 인상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사고 한 번에 '인생 공부' 제대로 한 셈이지만, 내 이웃에 대한 신뢰가 허물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공업사 사장에게도, 또 양쪽 보험사 모두에게도 분명히 말했다. 그들의 말마따나 법적으로 얼마든지 피해갈 구멍이 있는지는 몰라도, 부실한 수리와 실제 내용과 다른 견적서, 그리고 피해자를 우롱하는 황당한 대응과 조치에 대해선 상식을 가진 소비자로서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이 글이 그 첫 번째 대응인 셈인데, 갱신 기간을 앞둔 지금 해당 보험사와 계약을 해지할 것이며, 해당 공업사가 공식적인 사과와 피해에 대한 완전한 배상을 할 때까지 이번 사건을 지속적으로 알려 지역사회에서 불매운동을 벌일 작정이다.

끝으로, 이 글에서는 밝히지 못하지만, 쪽지를 보낸다면 해당 업체의 상호명과 주소, 전화번호를 알릴 생각이다. 이 글의 독자가 특히 광주광역시 북구 지역에 거주하는 분이라면 피해를 미연에 예방하는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덧붙이는 글 | 동시에 소비자원에도 사진과 견적서 등을 첨부한 피해사례를 접수할 예정입니다. 소비자원 접수를 위한 세부절차를 알려주실 분이나 유사한 피해 경험을 하신 분들은 쪽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태그:#자동차 사고 처리, #보험사와 공업사의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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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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