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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자료 사진).
 이명박 대통령(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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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대선후보 시절 권총을 든 괴한이 집에 찾아와 협박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비화'가 사실과 크게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의 '자기과시형 과장 화법'이 도마 위에 오르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은 3일 오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이명박 후보 권총 협박 사건'의 전말을 공개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당시 한 사람이 자신이 총기탈취범이라고 전화해서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 협박하고 위협했다"며 "총소리로 전화기에 '탕탕탕' 하면서 살해 위협을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는 "권총을 든 괴한이 집에까지 협박을 하러 와서 놀랐다"(1일 저녁 청와대 만찬)는 이 대통령의 말과는 전혀 다르다. 이 대통령은 마치 자신이 직접 권총을 든 괴한을 만난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실제로는 협박 전화였을 뿐이고, 직접 전화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강 의원에 따르면 "당시 댁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이 대통령 "권총 협박범 돌려보냈다"?... 2006년 종로서 신고, 경찰 수사

강 의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경호원들이 (협박범을) 붙잡고 봤더니 큰 문제가 되지 않아 경찰에 신고도 않고 그냥 돌려보냈다"는 이 대통령의 말도 거짓말이 된다.

사실 이 대통령이 권총 협박이 아니라 '총소리 협박'을 받은 적은 한 번 있다. 지난 2006년 10월 서울시장에서 퇴임한 이 대통령의 집에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 총소리를 내며 협박한 일이 있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서울 종로경찰서에 신고했고, 경찰은 협박범을 붙잡아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다. 검거된 협박범은 정신병원에서 2차례 치료를 받은 정신이상자로 알려졌다.

만약 이 대통령이 말한 권총 협박이 이 사건을 말한 것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크게 부풀려진 셈이 된다.

강 의원의 증언에 따라 권총 협박 사건이 실체가 없었다는 점이 드러나자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권총 협박과 같은 중대한 사건을 공개 석상에서 거짓말로 부풀릴 수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권총 협박 비화에 대한 진실공방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며 "외국 국가원수를 초청한 만찬회에서 대통령이 직접 밝힌 비화가 '날조된 거짓말'이라는 항간의 의구심을 풀기 위해 국익 차원에서라도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거짓이 아니라면 분명 다른 권총 협박 사건이 있었을 것"이라며 "경찰은 왜 그 권총의 행방을 추적하지 않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반면 강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아마도 (만찬장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위로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통령을 옹호했다.


태그:#이명박, #권총 협박, #강승규, #박근혜, #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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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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