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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9일 오후 3시 10분]

이명박 대통령이 6월 26일 오후(현지시간) 토론토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6월 26일 오후(현지시간) 토론토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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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일간의 외교현안이 되고 있는 오키나와의 미군기지를 한국으로 유치할 뜻을 비쳤다는 일본 언론 기사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19일 오전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일본의 시사월간지 <문예춘추> 9월호를 들어보이며 "여기에 정말 충격적인 기사가 실렸다"며 "지난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후텐마 기지 문제가 미일 동맹에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빠졌을 경우 기지 이전지에 대해서는 한국 국내의 군시설을 제공하고 싶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고 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국내 후텐마기지 대체 부지 제공"... MB, 오바마에 제안

후텐마 기지는 일본 오키나와현 기노완 시에 있는 미 해병대의 비행장. 2006년 미일 양국이 오키나와현의 캠프 슈와브로 2014년까지 이전을 완료하기로 합의했지만, 환경 문제 등이 새롭게 드러나며 일본 내에서도 미국령 괌 등 대체부지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사민·국민신당 등 일본 연립3당이 기지 이전에 대한 의견이 각각 다르고, 미국도 일본 내에 기지를 유지하는 문제를 양국 동맹의 시금석으로 보는 등 아주 예민한 현안이다.

그런데 <문예춘추>는 이명박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관계자의 증언을 근거로 6월 26일 캐나다 토론토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 극비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오오키 도시미치(大城俊道)씨가 쓴 기사는 "두 정상이 북한에 대한 대응이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협의를 한 이후 미일 동맹 현황으로 화제를 옮겨갔다"고 서술하고 있다. <문예춘추>에 따르면, 두 사람의 대화는 이렇게 이어졌다(김동철 의원실 제공).

이명박 대통령 : 최근 미일 관계, 특히 일본 국내의 정치상황의 불안정화에 대하여 우려하고 있다. 특히 후텐마 문제를 둘러싸고 미일 동맹이 심각한 상황에 빠져 있는 가운데 오키나와의 미군 헬기가 불시착하거나 미군 병사에 의한 불상사도 잇따르고 있다고 들었다. 매우 걱정이다.

오바마 대통령 : 미일 동맹은 계속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전보장에 있어서 초석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 대통령 : 후텐마 기지의 문제가 미일 동맹에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빠졌을 경우 기지 이전지에 대해서는 한국 국내의 군 시설을 제공하고 싶다. (이 대통령의 말에 동석한 백악관 보좌관들의 눈이 휘둥그레짐)

청와대 관계자 "립서비스라도 오바마는 감사했을 것"

이명박 대통령의 후텐마 기지 대체 부지 제공 발언을 보도한 일본 <문예춘추> 9월호의 목차. 파란 상자 안이 해당 기사의 제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후텐마 기지 대체 부지 제공 발언을 보도한 일본 <문예춘추> 9월호의 목차. 파란 상자 안이 해당 기사의 제목이다.
ⓒ 문예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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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춘추>는 "오바마 대통령이 어떻게 응했는지 한미 쌍방 당국자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고 하면서도 "유일하게 청와대 관계자만이 '가령 립서비스였다고 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그 제의에 감사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한미정상회담 다음날 열린 미일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은 '후텐마 한국 이전'에 대한 정보를 일본 측에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문예춘추>는 "현 시점에서 미국이 '후텐마 한국이전' 선택지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을 보이는 조짐은 없다"고 하면서도 "뒤집어 보면, 한 번 미국이 구체적인 검토를 시작하는 일이 있으면 그것은 기지 하나의 이전 문제에 그치지 않고 주일미군의 역할이나 아시아의 안전보장체제 전체의 재편으로 이어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철 의원은 기사를 근거로 "국가안위에 관한 중대한 사항조차도 대통령이면 뭐든 제 맘대로 할 수 있다는 무소불위의 오만과 독선을 드러낸 것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사태"라며 "이 사태에 대해서 이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도 "후텐마 미군기지의 한국 이전을 제안한 것은 아시아 평화의 중대한 문제"라며 "한미, 한일,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자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대표는 "기사를 보면 청와대에서 이 문제에 대해 (문예춘추가) 취재를 하니까 '립서비스였다', 이렇게 대통령의 발언을 희화화 시키는 말도 했다"고 꼬집었다.

청와대 "소설도 이런 소설이 없다"... 강하게 부인

<문예춘추>는 2년 전에도 이 대통령의 '독도' 발언을 보도해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든 매체다.

<요미우리> 신문이 2008년 7월15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를 한 뒤 <문예춘추>는 같은 해 9월호에 "교과서 해설서에 기술할 방침을 전달한 후쿠다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궁지에 몰린 이 대통령이 '지금은 시기가 나쁘다'고 진력을 다한 말로 간절히 원하자 결심이 흔들리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문예춘추>의 이번 기사에 대해 "소설도 이런 소설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홍보수석실의 박정하 춘추관장은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한미 양국 정상과 배석자들이 함께 있는 확대정상회담만 있었지, 두 사람이 단독회담을 하거나 통역 없이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 전제부터 잘못된 기사"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문예춘추>는 일본 우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잡지"라며 "후텐마 기지 문제로 미일 동맹이 흔들릴 조짐이 생기자 우리나라를 끌어들여 자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던지기도 했다.

이번 사건도 2년 전 '독도' 발언 보도처럼 진위 논란만 벌이다가 사그라들 공산이 높은데, 청와대는 즉각적인 오보 대응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내에서 그동안 이슈가 안 됐기 때문에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는데, 그 정도로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이라면 정정보도 요청을 할 수도 있겠다"며 "지금 당장 하겠다는 게 아니라 필요하면 그리 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태그:#문예춘추, #후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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