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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010년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010년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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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북한 관련 왜곡 보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태 이후 언론사들은 북한 관련 기사를 빠뜨리는 날이 거의 없었으며 매일 메인 자리를 차지했다. 최근 쏟아지는 북한 관련 보도를 종합해 보면 북한 사회가 굉장히 혼란스럽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조금만 더 옥죄이면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는 논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이 북한 관련 보도들은 다른 종류의 보도에 비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 또한 매우 심각하다. 이제는 북한 관련 보도가 오보로 밝혀지는 게 아주 흔히 있는 일이 되어 버렸으며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보도들이 오보로 밝혀질지는 모를 일이다. 오보가 너무 많다 보니 북한에서 온 나도 어떤 것이 진짜인지, 어느 것을 믿어야 할지 도무지 분별되지 않을 정도다.

도 넘은 북한 관련 오보... 10개 중 2~3개 밖에 못 믿어

멀쩡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죽었다 살아나기를 몇 번씩이나 반복하더니, 요즘엔 북한의 주요 요직간부들인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한다. 이름도 없던 평범한 사람이 하루 아침에 김정은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북한 사회가 청나라 말기 수준으로 마약이 남발하고, 자식도 잡아먹는 식인종들이 출현하고, 식량공급 부족으로 군인들이 배고파서 폭동을 일으키고, 신의주, 혜산 등지에서 주민폭동이 고조되고 이제는 중국해방군이 북한에 주둔하기에 이르렀다.

북한 관련 보도는 이전에 주로 보수매체들이 보도했으나 작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태이후 거의 모든 언론매체들에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조중동 등 보수신문들은 물론 한국일보, 세계일보를 비롯한 거의 모든 일간신문들과 심지어 진보신문을 자처하는 경향신문에서조차 왜곡 보도가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합뉴스(북한의 박남기, 최승철 처형설 오보)를 비롯한 통신사들과 방송사들도 왜곡에 가세하고 있다. 필자의 개인적 판단에 따르면 북한 관련 보도는 10개 중 2~3개 정도밖에 믿을 것이 없다.

북한 관련 보도는 주로 탈북자들의 증언이나 각 언론사가 별도로 가지고 있는 북한 정보원이 보내준 정보를 근거로 한다. 결국 지금의 왜곡된 북한 관련 보도 남발은 탈북자들의 증언이나 북한 정보원들이 제공하는 정보의 신뢰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 관련 보도의 사실 검증은 북한 현실과 상식에 결부해 추리적으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그럼 탈북자들의 진술이나 증언, 그리고 북한정보원이 제공하는 정보들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 것인지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추론해 보기로 하자.

[① 마약 남용설] 북한 주민, 검 씹어대듯 헤로인 복용?

북한의 마약 만연을 보도한 <조선일보>의 기사
 북한의 마약 만연을 보도한 <조선일보>의 기사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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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지고 있는 북한사회의 마약 남용을 주장하는 탈북자들은 북한당국의 광범위한 범국가적 양귀비(아편) 재배를 그 근거로 제시한다. 북한은 정부 차원에서 양귀비가 재배됐기 때문에 마약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게 요지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마약 제조를 목적으로 1992년부터 내가 북을 떠나 올 때까지(2003년 1월) 정부 차원에서 이 양귀비를 '백도라지'라고 부르면서 전국의 협동농장에서 재배했다. 최근에는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해 대대적인 재배에서 한발 물러나 산간오지에서 비밀리에 재배된다고 보도되고 있으며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그 면적은 약 30만 정보(?)라고 한다.

그러나 마약의 제조 과정과 북한에서 거래되는 마약의 가격에 대한 탈북자들의 증언을 살펴보면 근거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먼저 마약의 제조과정을 살펴보면 이들이 주장하는 양귀비(백도라지)로 생산되는 마약의 종류는 '헤로인'으로 지금 북한에서 흔하게 사용한다는 '빙두, 얼음, 사탕'이라고 하는 '필로폰'이 아니다.

만일 탈북자들이 증인하는 바와 같이 양귀비의 다량 재배로 인해 북한 사회가 마약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한다면 북한에서 통용된다는 마약은 필로폰이 아니라 헤로인이어야 한다. 그러나 헤로인의 가격은 필로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서 북한주민들이 그렇게 검 씹어대듯 할 수 없다. 또한 마약제조 과정에 북한당국이 심한 통제를 하고 있어 그 헤로인이 사회 일반에 유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에 대해서는 마약 관련 기사를 보도한 언론들도 20여 명의 보위부의 감시 속에 마약을 제조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이 마약(헤로인)이 북한 사회에 유통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에서 흔히 한다고 하는 필로폰(빙두, 얼음, 사탕)은 그 원료가 '마황'이라는 약재이며 그 마황에서 추출한 에페트린을 원료로 필로폰을 합성한다. 즉 북한에서 마약이 다량으로 유통된다는 증거로 필로폰의 원료가 되는 마황이 많다고 이야기하던가, 마황의 추출물이며 필로폰의 원료이기도 한 에페트린을 합성하는 기술이 발달해 에페트린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해야 그것이 북한에 마약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증거로 인정 받을 수 있다.

1998년 1월 인도에서 태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운송 중이던 2.5톤의 에페트린을 실은 배가 태국당국에 의해 단속된 사건은 북한이 에페트린을 자체로 생산(합성)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만일 북한이 필로폰의 전단계 물질인 에페트린을 합성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면 굳이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지 않고도 에페트린을 제조해 그것만 팔아도 막대한 돈을 벌 수도 있다.

북한사회가 마약에 찌들어 있다는 보도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는 현재 북한에서 거래되는 마약 가격에서도 알 수 있다. 언론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필로폰 1그램은 북한 돈으로 5만~7만원 정도다. 그런데 이 가격은 북한주민들이 주식으로 사용하는 옥수수 약 100kg과 맞먹는다.

북한의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식량 100kg과 맞먹는 가치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북한 주민은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조선일보>는 올해 1월 29일자 '북한은 사탕천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현재의 북한은 "청나라 말기 대규모 중독 상태"를 연상케 하며 고등학생들에게 최고 인기 생일 선물은 사탕(마약)이고 또 결혼식 축의금으로 사탕(마약)을 줄 정도로 "마약은 마치 현금처럼 쓰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갓 고등학생들이 식량 100kg의 가치를 선물로 주고 받는 정도라면, 이게 과연 식량이 없어서 굶어 죽는다는 나라가 맞는지 의문이다.

만일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역시 <조선일보>가 보도한 굶주림으로 김일성의 선물시계도 내다 판다거나(2011. 01. 04일), 배고파서 군인들이 집단강도 짓까지 한다는 기사는(2010. 12.29일자) 어떻게 봐야 하는가? 어느 것이 진짜고, 어느 것이 가짜인가? 분명한 점은 이 둘 중 하나는 거짓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양귀비(백도라지) 재배를 많이 하기 때문에 북한사회가 마약이 상대적으로 흔할 수밖에 없다는 탈북자들의 주장은 그 신뢰성을 입증할 수 없다. 나는 모든 탈북자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주민들을 도탄에 몰아넣은 김정일 정권과 그 추종세력을 증오한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김정일 정권에 대한 증오가 북한주민들에게 돌려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북한사회가 마약에 찌들어 있고 자식까지 잡아먹는 식인범들이 존재한다는 식의 보도들은 결코 남북이 함께 공존해 살아가야 할 우리 민족의 미래와 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② 북한군 반란설] 군인들에게 밥도 굶기고 일 시켰다?

(AP=연합뉴스) 북한군 장병들이 2010년 11월 26일 북중 국경지대인 신의주 근처의 압록강 제방길을 따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군 장병들이 2010년 11월 26일 북중 국경지대인 신의주 근처의 압록강 제방길을 따라 걷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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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북한 정보원들'에 의하여 보도되는 내용들을 따져보자.

이달 2월 8일 <연합뉴스>는 모 탈북자단체의 북한 정보소식통을 인용해 131지도국 47여단(핵무기 제조를 위한 우라늄 광석을 비밀리에 캐는 부대)에서 지난달 17일경 3끼씩이나 밥을 먹지 못한 군인들이 집단적으로 작업명령을 거부하는 '반란'이 발생했으며 이 소식을 들은 "군 보위사령부가 현장에 나가 '반란'을 진압했고 해당 부대 간부들이 줄줄이 처벌받았다"고 보도했다.

먼저 이 사건을 북한의 정책과 북한이 처한 국제사회적 처지, 북한의 현실과 결부시켜 추론해 보자. 다 아는 바와 같이 북한은 국제적 고립의 돌파구를 핵 문제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핵 문제는 북한정부의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최대국책사업이다. 이런 최대국책사업을 진행하는 핵무기 제조관련 기관이 식량공급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정부가 얼마나 어려움에 처해있는가를 말해주는 중요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 계절적으로 식량난으로 고생할 시기가 아니다. 북한이 식량난이 심각한 시기는 계절적으로 5월 이후이며 지금은 아직 밭에서 들여온 곡식도 다 탈곡하지 않을 정도로 식량에 여유가 있다.

북한농업전문가들에 따르면 올해 북한의 식량생산량은 380만~400만 톤 수준으로 전체 수요량의 약 75%~80% 정도다. 물론 이 정도의 식량은 북한의 전체 수요량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하지만 일반주민에게는 배급을 제한하더라도 군사제일주의 정책을 표방하는 북한당국이 군부나 핵심계층에 분배할 양으로는 충분하다. 더욱이 그것이 북한의 핵심적인 국책사업인 핵무기 제조와 관련된 사업이라면 그에 대한 관리를 결코 허술하게 할 수 없다.

다음으로 이 정보가 믿기 어려운 것은 내가 북한에 있을 당시에도 군인들이나 돌격대 같이 집단생활을 하는 인원들에 한해서는 밥을 굶길 경우 일을 시키지 않는 게 통상적인 관례였다. 더구나 광산에서 광석을 채취하는 일은 배를 다 채우고도 힘든 일인데 3끼씩이나 굶기고 일을 시켰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의 일반 직장인들은 아내가 시장에 나가서 식량을 벌어오든가 가족 중에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식량을 구해 오면 밥을 굶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자유시간이 전혀 없고 오직 정규적인 생활을 해야만 하는 군인들의 경우에는 군부대가 식량을 제공하지 않으면 어디 가서 끼니를 잇기가 어렵다. 때문에 북한정부는 군부나 돌격대와 같이 집단생활을 하는 단위에 우선적으로 식량을 공급한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미루어 보면, 이번 '북한군반란' 보도 역시 믿기 어렵다. 그런데도 남측 정부(국방부)는 이 허술한 보도에 흥분되어 비상대책회의를 하는가 하면 군 고위당국자는 이 사건을 염두에 두며 "북한 군이 식량배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발언했다.

살펴 본 바와 같이 북한정보원에 의한 북한 보도 역시 그 신뢰성을 입증할 수 없다. 아닌 말로 북한에 정보라인을 가지고 있다는 언론 기관이 '북한통신원이 보내온 자료에 의하면'이라고 하면서 북한 현실을 그럴 듯하게 그려내 기사화해도 지금은 전혀 문제시되지 않는다.

그 단편적인 실례가 바로 <조선일보>가 1월 15일자로 보도한 '북한 나선 시에 중국해방군이 주둔했다'는 보도다. 이 보도 역시 '북한통신원'을 들먹이며 기사를 냈으나 바로 다음 날 <연합뉴스>의 중국 발 외교부통신을 통해 거짓임이 드러났다. 지금의 남북간 정치, 군사, 외교적 대립을 염두에 두면 북한에 중국 군대가 주둔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 일본 군대가 주둔한다는 것보다 더 심각한 내용이 아닐수 없다.

이렇듯 중국해방군이 북한에 진주했다던가, 북한정부의 가장 핵심적인 부대인 핵 관련 산하 인민군대가 3끼를 굶고 배고파서 작업동원에 거부하며 폭동을 일으켰다던가 하는 보도들은 북한의 변화를 관찰하는 우리들에게 아주 중요한 내용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사와도 직결된 매우 중요한 보도다. 이런 중요한 사건들을 그냥 '또 오보하는구나'하고 가볍게 넘어가 버린다면 이 나라의 안보는 과연 어떻게, 무엇으로 보장한다는 말인가?

넘쳐나는 북한 오보들... 더이상 악용 말라

이제는 북한관련 오보들이 남발되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언론감시기관도 좋고, 정부 차원도 좋고, 아니면 새로운 부서를 따로 만들어서라도 북한관련 보도가 함부로 나돌아 우리 사회를 혼란 시키지 못하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왜곡된 북한 보도들이 이처럼 남발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언론의 구조적 한계와도 관련된다. 현재 국내 언론은 약 80%가 보수진영이 차지하고 있다. 보수진영 언론들은 북한관련 보도에서 사실에 입각해 진실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책임을 망각하고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왜곡함으로써 사회를 혼란시키고 있다.

병법에도 허위정보는 나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적에게 유리하다고 했다. 북한관련 왜곡 보도가 심화되는 현실은 합리적인 남북통일을 지향하는 우리 정부와 국민들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옳바른 대북정책은 정확한 대북정보에 근거를 두어야 그 정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좌파진영이든 우파진영이든 모든 정치세력들은 북한을 더는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하며 어떤 것이 진정으로 우리 민족의 소원인 통일을 이룩하는 데 이로운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최승철 기자는 2003년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입니다.



태그:#북한, #북한보도, #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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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북한)사람 입니다. 그래서 나는 조선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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