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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규제정책을 파헤치다."

-플라스틱 규제정책, 카페에서 바라보다.
19.06.12 12:34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카페 내에서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되었다. 그 결과, 바쁜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을 포함한 많은 카페 이용객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카페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자 할 때 테이크아웃잔 (플라스틱 컵)을 들고 매장 밖으로 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지금, 카페 내에서 다회용 컵을 사용하여 음료를 마시던 중 음료가 남으면 플라스틱 컵에 옮겨 담아 나가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이는 서비스 질의 향상을 위해 손님의 요구에 따라 플라스틱 컵에 마시던 음료를 옮겨주기 때문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에 필자는 카페 내에서 일회용 컵의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의 실효성에 의심하였고, 세제의 사용 증가로 인한 환경오염이 촉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이런 우려에서 시작하여 현 플라스틱 정책이 수립된 과정과 정책의 문제점, 나아가 이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림1]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수립과정 ⓒ 김명수
  해가 거듭될수록 시행규칙이 추가되면서 [그림1]과 같이 자원절약을 위한 정책으로 이어졌다. 먼저, 현재 카페에서 실행하고 있는 플라스틱 규제 정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시행규칙들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한정된 자원을 절약하고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1993년부터 시행되었다. 이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 제도에서 시작하여 매장 내 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까지 발전해왔음을 보여준다. 또, 많은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카페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인 컵 (텀블러와 같은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경우 할인을 해주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자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초기에 개정된 규칙들의 경우 정책 수행의 대상을 제조업계로 한정했었다. 재활용 시설 및 장비를 설치하도록 했었고 폐기물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등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에 대한 책임을 제조업계에 두었던 것이다. [그림2]와 같은 지속적인 법률개정을 거치며 규제 대상이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자에서 상품매매업자와 이를 사용하는 최종 소비자까지 확대되어왔다. 다시 말해, 자원절약의 책임 소지가 이를 사용하는 모두에게 전가된 것이다. 카페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규제정책이 담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개정 내용이 이를 잘 나타낸다.
  
[그림 2]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세부내용 ⓒ 김명수

  필자는 해당 규제의 내용과 시행현황에 대해 의문을 갖고 카페 아르바이트생과 사장님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정책을 가장 잘 체감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정책에 대한 이해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던졌고, 아르바이트생 김OO 씨(21)는 "대략 왜 하는지 알겠는데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근데 점장님께서 그냥 일회용 컵 쓰지 말라고 하셨어요…."와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이 답변으로 정책의 목적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정책이 시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음료를 마시다가 옮겨가는 손님들이 존재하냐는 질문에 "네. 많아요. 손님 중 한 30% 정도가 다시 가지고 가시는 것 같아요"라는 다른 아르바이트생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점 또한 찾아볼 수 있었다. 인근 카페의 운영모습을 관찰한 결과 카페에서 마시던 음료를 플라스틱 컵에 옮겨 나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또한, 필자는 사전에 우려했던 세제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학가 프랜차이즈 카페 이O야 사장님은 "매장 내 다회용 컵 사용의 증가로 인한 변화로 설거지 양의 변화가 심해졌어요. 매장 내에서 사용된 컵을 모아두었다가 한 번에 설거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이 올 때마다 설거지를 해야 해서 물과 세제의 낭비가 큰 것 같아요. 설거지의 양도 당연히 늘었고요"라고 답했다. 아르바이트생 남OO 씨(24)는 "정책 시행으로 인해 플라스틱 사용은 감소했는데, 설거지 양이 많아져서 세제 사용빈도가 증가하였다는 점, 그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라고답했다.
  규제 정책으로 인해 플라스틱 사용량이 줄어들었다는 인터뷰의 내용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환경오염 규제정책이 필요하나, 많은 부작용으로 인해 규제정책이 효과를 100% 얻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대안들을 생각해보았다. 첫 번째로, 플라스틱을 일정량 미만으로 사용했을 때 카페에 보상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운영방식과 유사하게 카페에서 일회용 컵 쓰레기 배출량이 일정량 미만이라면, 이에 대해 지원금과 같은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이런 보상은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려는 카페운영자의 노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두 번째 대안으로, 정부의 규제정책 강화를 떠올렸다. 현실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의 완전규제가 어렵기 때문에 음료가 1/2 이상 남았을 때만 남은 음료를 일회용 컵에 옮길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할 때 정책의 효율적 실행이 가능할 것이다. 세 번째로 '정책준수 여부 감사조직'을 설치하는 대안이 있다. 이는 현재 실행 중인 플라스틱 정책의 실행 여부를 감시하는 조직이 없다는 문제점에 착안하였다. 한 달간 다수의 카페를 방문해보며 매장에서 음료를 마실 때에도 일회용 컵을 제공하는 카페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카페 사업 등록 조건에 동의하도록 하고, 동의한 카페는 정기적으로 감사 조직에서 감사 과정을 거치도록 할 수 있다. 새롭게 등록하는 카페뿐만 아니라 기존에 등록되어있는 카페 또한 동의를 얻고 정책을 이행하지 않는 점포에 범칙금을 부여하는 역할을 위의 조직에 부여할 수 있다.
  완벽한 정책이란 무엇인가? 정책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완벽하게 실현시키는 것이라면, 이는 이상이라 불려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존 정책의 한계가 있으면 앞서 제시한 대안들과 마찬가지로 강화하거나 수정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이 세계를 살아가는 시민의 역할이다. 바람직한 시민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저 법만을 잘 지키는 것인가? 우리는 규제만을 따르지 말고, 규제 뒤에 숨겨진, 규제가 이루고자하는 목표를 살펴야한다. 그 목표에 대해 수긍한다면 규제 이상으로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목표에 대해 불응한다면 합리적 반론을 제기해야 한다. 플라스틱 규제 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그저 규제방침을 따르는 것만이 아니라, 정책의 정도를 강화해야 할 정도로 환경오염이 심각한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야 한다. 나아가 과연 국가에서 제시하는 정책이 실제로 필요한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의 목표에 수긍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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